“패션은 카피 NO”…모방 불가 ‘헤리티지 제품’ 인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트렌드와 패스트 패션의 인기, 불황이 한 데 맞물려 중저가 SPA 브랜드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브랜드의 전통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소비 역시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모방 불가의 브랜드 자산인 ‘헤리티지(Heritage)’를 내세우는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화제다.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의 성장에 큰 역할을 수행 한 아이코닉한 인물을 기념하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초창기 오리지널 제품, 스테디셀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헤리티지 마케팅이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EH의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전설적인 산악인 ‘모리스 에르조그’(Maurice Herzog)를 기리는 의미를 담은 ‘에르조그 집업 티셔츠’를 출시했다. 에르조그는 밀레 배낭을 메고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 등정에 성공하며 밀레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인물이다.
브랜드 초창기 제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바랜 듯한 빈티지한 색상 조합과 창립 년도 로고, 프랑스 고지도(古地圖) 프린트로 삽입해 밀레만의 유산과 전통을 표현했다.
리복은 헤리티지 러닝화 ‘아즈텍’을 올해 초 리뉴얼 출시했다. 아즈텍은 1979년 첫 발매 시 리복 러닝화의 정점을 대표했던 아이템이자 리복만의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를 대중에게 처음 알렸던 상징적인 러닝화다. 첫 발매 당시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연성과 부드러운 쿠셔닝으로 많은 스포츠인들을 열광케한 제품으로 올해 새롭게 출시된 아즈텍은 재해석된 헤리티지 컬러와 슬림해진 실루엣으로 세련미를 배가시켰다. 첫 발매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오리지널 버전도 출시되어 소장 가치도 높다는 것이 리복 관계자의 설명이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문을 연 아웃도어 백팩 브랜드 그레고리는 국내 정식 론칭을 기념해 지난 3월 상수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40년에 이르는 브랜드 역사를 돌아볼 수 있게 한 특별 전시 ‘더 헤리티지 오브 그레고리(The Heritage of Gregory)’를 진행한 바 있다. 초창기 제품들부터 그간의 로고 변천사, 각종 브랜드 히스토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한 전시로, 브랜드의 전환점이 된 상징적인 사건과 주요 제품 출시 시점을 연도별로 정리한 도표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영원아웃도어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며 동일그룹과 프랑스 본사 에이글인터내셔날의 합작법인인 ‘동일에이글’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 역시 160년의 유구한 브랜드 역사를 담아낼 수 있는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가 강조된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매장 인테리어에도 헤리티지를 반영,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헤리티지 아이템인 수제 러버 부츠로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부츠 바 (Boot bar)’를 마련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정재화 밀레 기획본부 상무는 “헤리티지 마케팅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신흥 브랜드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도 하다. 유행은 일시적이나 브랜드가 걸어온 오랜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쌓아온 유니크한 브랜드 스토리까지 흉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