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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논란의 ‘욱일기 패션’

끊임없는 논란의 ‘욱일기 패션’ | 1

‘욱일기(旭日旗) 패션’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얼마 전 한 아이돌 가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가 합성된 로고를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마친 후 팬들에게 남긴 인사였는데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올리는 바람에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깃발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욱일기는 당시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각국을 침공했을 때 사용했던 깃발로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욱일기가 패션 디자인으로 스며들며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이번 사태 뿐만 아니라 모르고 입었다가 ‘욱일기 패션’으로 곤혹을 치른 아이돌이 한 둘이 아니다. 아이돌의 역사 인식 부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욱일기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이른바 ‘욱일기’ 제품을 출시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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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 3월 일본 욱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에어조던 12 시리즈’의 한국 발매를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그 당시 국내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나이키코리아측은 ‘에어조던 12 시리즈’ 판매 중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 27일에 출시된 ‘에어조던 12 레트로 더 마스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제품으로 3‧1절 직전에 국내 판매를 시작해 논란을 빚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생 로랑도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재킷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원을 중심으로 붉은빛이 선명하게 뻗어 나가는 패턴의 이 재킷은 생 로랑 인스타그램에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얼마 전 아웃도어 노스페이스 전개사인 영원아웃도어가 때 아닌 ‘일본해 논란’을 해명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사건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올라온 세계지도가 프린팅 된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점퍼 사진으로 이 재킷에는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난 7월 온라인을 중심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국내 노스페이스 불매 운동에 대한 논란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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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원아웃도어는 지난 8일 자사 노스페이스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해당 제품은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미국 노스페이스와 개별적인 협업을 통해 2014년에 출시한 제품이며 영원아웃도어와는 무관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욱일기 패션’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욱일기 문양이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모양새와 달리 하켄크로이츠 즉 독일의 나치 문양은 법으로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나치 깃발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이후 전쟁범죄의 상징이란 이유로 금지됐고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던 프랑스도 법으로 사용을 금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욱일기는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에서도 등장할 만큼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더 웃지 못할 해프닝은 나이키의 욱일기 운동화는 국내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에어조던 12 시리즈는 국내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시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품은 늘 품귀현상을 빚어왔다. 한쪽에선 불매운동을 외치는데 다른쪽에선 제품을 사기 위해 수십 미터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여졌다.

독일이나 유럽처럼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이상 ‘욱일기 패션’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는 찍을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은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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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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