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가라바니, 영면에 들다…“아름다움이라는 신화를 남긴 거장”

패션계의 거성, Mr.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가 오뜨 꾸뒤르 컬렉션 공개를 불과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메종 발렌티노는 창립자의 타계라는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그가 남긴 ‘아름다움의 윤리’를 지키며 쇼를 이어가겠다는 비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공식 성명을 통해 거장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미켈레는 “오늘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가 만들지 않은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다”며,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패션계 모두에게 기준점이자 지평이었으며, 창의적 비전이 꽃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빛나는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창조는 곧 돌봄의 행위”… 장인 정신에 대한 윤리적 고찰 미켈레는 이번 헌사에서 발렌티노의 유산을 단순한 이미지의 집합이 아닌 ‘만드는 방식에 대한 윤리’로 규정했다. 그는 “창조한다는 것은 곧 돌보는 일”이라는 믿음 아래, 몸과 형태, 그리고 시간을 향한 인내심 어린 주의가 발렌티노가 추구한 미학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생각이 앞서 메종을 이끌었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피엘파올로 피춀리에게 향하고 있음을 밝히며, 그들이 지켜온 유산의 생명력에 감사를 전했다. 이는 개인을 넘어 지속되는 패션 하우스의 ‘연속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영웅들, 아틀리에 공동체에 바치는 경의 특히 미켈레는 런웨이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아틀리에의 프리미에르, 재봉사, 패턴 메이커 등 장인 공동체에 공을 돌렸다. “그들의 손은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이해를 지니고 있다”며, 메종 발렌티노의 유산은 박제된 기억이 아니라 이들의 손끝에서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살아있는 실천’임을 역설했다.
더불어 발렌티노의 영원한 파트너이자 메종의 공동 설립자인 지안카를로 지암메티(Giancarlo Giammetti)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지암메티의 지성과 헌신이 있었기에 발렌티노의 비전이 구조와 지속성을 갖춘 세계로 확장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부재를 메우지 않고 보존할 것”… 거장이 남긴 숙제 거장의 부재는 깊은 고통을 남겼지만, 미켈레는 그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그 비워진 자리를 받아들임으로써 발렌티노가 지향했던 우아함과 엄격함, 그리고 끈기를 품은 ‘숭고한 이상’을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떠남은 하나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에게 그 유산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그의 마지막 숨결이 닿은 이번 오뜨 꾸뒤르 컬렉션은 전 세계 패션인들에게 단순한 옷 이상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시간의 미학’을 전하는 성소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