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행사로 오히려 3조원 날려 버린 ‘로레알’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모회사인 로레알이 곤경에 빠졌다.
로레알의 대표 브랜드인 랑콤이 중국과 홍콩 소비자들로부터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랑콤의 불매 운동은 반 중국성향의 홍콩 가수 데니스 호의 판촉행사를 돌연 취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5일 코트라에 따르면 프랑스 화장품 기업 랑콤이 센트럴 점령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는 대표 반중국 성향의 가수 데니스 호(Denise Ho)를 초청해 19일 홍콩에서 판촉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돌연 행사를 취소하면서 ‘랑콤의 불매운동’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호는 대표적인 반중국 성향 연예인이다. 티베트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그는 지난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2014년 홍콩 민주화운동 ‘우산혁명’ 때 시위에 나갔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런 전적이 지난 4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웨이보를 통해 “랑콤이 홍콩에서 제품 판촉을 위해 홍콩과 티베트 독립을 주장한 데니스 호를 초청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태가 시작됐고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랑콤 불매운동으로 위협, 36조원 규모의 중국 화장품 시장을 버릴 수 없는 랑콤은 결국 홍콩 판촉행사를 중단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에 “랑콤이 사과하고 모델을 교체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며 위협했다. 이후 랑콤은 성명서를 통해 데니스 호가 홍콩 판촉행사의 모델이 아니라며 혼란을 초래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랑콤은 결국 홍콩 판촉행사를 ‘안전상의 문제’로 취소했다.
이에 홍콩 소비자들은 랑콤이 중국의 압력과 ‘반랑콤’ 정서를 의식한 것이라며 랑콤은 물론 모회사인 로레알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상태다. 지난 8일 홍콩 중심가에 위치한 타임스퀘어 랑콤 매장에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시위를 벌였으며 이날 랑콤은 홍콩 내 모든 상점의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로 홍콩에서 시작된 ‘랑콤’ 불매운동이 프랑스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랑콤의 모회사인 ‘로레알’의 주가는 25억 유로(3조3000억원)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레알 그룹의 주가는 랑콤의 불매운동이 시작된 직후 168.8유로(7일)에서 163.4유로(10일)로 떨어져 4일 만에 시가총액 25억 유로가 사라졌다고 대만 둥썬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10일에는 로레알 그룹 주가가 2.07%나 폭락해 하루 만에 20억 유로가 증발했다.
당사자인 데니스 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랑콤의 결정은 대중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본인의 명성에도 영향을 줬다”며 “이번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유, 정의, 평등은 홍콩인이 계속 추구해오던 것”이라며 세계적인 브랜드인 랑콤 역시 패권 앞에 무릎을 꿇는 상황(kneeling down in the face of a bullying hegemony)을 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칼럼니스트는 “랑콤 사태로 인한 대중의 비판과 경제적 타격은 다른 해외 유명 스타들을 홍콩에 초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이번 사태는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으며 홍콩 소비자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랑콤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 데니스 호와 같은 정치색이 짙은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만약 젊은 홍콩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모델로 기용할 수 있겠지만 중국과의 관계 등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랑콤이 내륙 소비자들을 더욱더 고려한 이유에 대해서는 간단하지 않지만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복잡한 상황 아래서 반드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 어떤 회사도 적극적으로 정치와 연결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만약 중국 내륙시장에서 어떠한 이익을 얻기를 원한다면 국가의 이익을 위협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