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오픈마켓인 이베이는 호주 백화점 마이어(Myer)와 제휴를 통해 호주에 세계 최초로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백화점을 만들었다.
가상현실 백화점은 고객이 삼성기어VR(Gear VR) 및 구글카드보드(Google Cardboard) 같은 헤드셋을 착용한 후 마치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하는 것처럼 제품을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VR백화점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몰입경험을 제공하고 옴니채널의 확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혁신적인 리테일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도 최근 IT 기술을 접목해 VR, AR(증강 현실)은 물론 AI(인공지능) 쇼핑 등의 기술이 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패션 및 유통업체에서는 신기술을 통한 신사업 모델을 검증하고 고객에게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신세계백화점, ’S마인드‘ 통해 개인화 마케팅
롯데백화점, ‘왓슨’‧‘실봇’ AI 쇼핑
현대백화점, VR백화점‧‘헤이봇’ 도입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다른 관심분야를 가진 고객들의 취향을 1:1로 저격하는 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선보인다.
그간 백화점업계의 대표 소통 수단이었던 ‘DM(Direct Mail)’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쇼핑 정보(세일, 사은행사, 특가상품 등)를 전달하던 방식을 탈피, 인공지능 고객분석 시스템을 가동해 고객 맞춤형 1:1 소통에 나선다.
신세계가 자체 개발한 개인화 서비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S마인드’를 통해서다. ‘S마인드’는 신세계를 뜻하는 ‘S’와 마음을 뜻하는 ‘마인드’를 합성한 것으로 ‘신세계 고객의 마음을 읽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S마인드’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선호하는 브랜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쇼핑 정보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우선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백화점 매장에 자주 방문하고 상품구매를 하고 있는 고객 5백만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온오프라인 구매 기록은 물론 성별, 연령, 지역, 구매빈도, 장르별 구매주기, 최근 구매, 객단가, 주거래 점포, 선호 장르, 선호 구매금액, 월별 구매일수, 요일별 구매 패턴 등 약 100여개의 변수를 사용해 매일매일 방대한 빅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개인별 선호 브랜드 100개씩 총 5억개의 선호 브랜드를 매일 산출해낸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정해지면 쇼핑정보가 담긴 ‘컨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고객 선호 브랜드와 관련된 쇼핑정보들이 자동으로 매칭된다. 컨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에는 신세계 직원들뿐 아니라 협력회사(브랜드) 사원들도 인기상품, 할인 프로모션, 특별 이벤트 등 행사내용을 직접 올림으로써 5억개의 방대한 데이터에 대응토록 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강남점 증축, 대구신세계 신규 오픈 등 굵직굵직한 6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동시에 시코르(화장품 편집숍), 아디르(자체 주얼리 브랜드), 델라라나(자체 캐시미어 브랜드) 등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보이며 하드웨어와 MD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여기에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돕는 차별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 업계 최초로 국내 기술로 완성한 인공지능 개인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이 개발한 인공지능 고객분석 시스템은 구글이나 IBM 등 인공지능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친 해외기업과의 협업이 아닌 국내 기술력으로 자체 개발한 모델이라 의미가 더 크다.
신세계는 이번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시스템기획팀, 영업전략팀, 고객기획팀 등 30여명의 신세계 인력을 비롯해 신세계아이앤씨, 국내 유수의 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데이터 분석 회사, 시스템 개발사와 함께 4년여간 매달려왔다.
신세계는 이번 개인화 마케팅 시스템 개발을 통해 마케팅 적중률을 높이고 연간 1천억 이상의 매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월 롯데백화점 내 왓슨 솔루션을 도입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왓슨 솔루션은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로 지난해 12월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왓슨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신뢰도 높은 상품정보, 전문성 있는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와 IBM이 왓슨을 활용해 진행할 인공지능 테마는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와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등 크게 두 가지다.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는 챗봇(Chatbot·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람과 자동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프트웨어)기반의 앱(APP)으로 백화점 등 유통 관련 계열사에 도입할 예정이다. 고객들이 스스로 검색을 통해 상품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챗봇과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상품추천 및 매장 설명, 온라인 픽업 서비스 안내까지 받아볼 수 있도록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매장 직원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정보를 찾고자 하는 빈도가 높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백화점 매장 안내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은 제과 및 푸드 계열사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수립에 활용된다. 왓슨을 통해 다양한 외부시장의 데이터, 내부 시스템의 매출 및 제품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신사업 개발 및 출시를 위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왓슨은 ‘사람들이 하는 말’, 즉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 가운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AI로 평가받고 있다. 문장의 조사나 문법이 조금 틀려도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도 갖췄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은 이르면 이달 중 본점 지하 1층 픽업데스크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돼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실봇(Silbot)’을 선보인다. 실봇은 백화점 고객에게 환영 인사를 비롯해 맛집 소개, 3D 가상 피팅 서비스 설명, 외국인 고객 응대 서비스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AI 기술 내재화와 빅데이터 융합을 통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닷컴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로도 관련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의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은 지난해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면서 쇼핑할 수 있는 VR 백화점을 선보였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VR기술을 도입한 첫 사례로 VR스토어는 백화점 매장에 VR 기술을 적용해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그대로 옮겨와 쇼핑을 체험 할 수 있는 매장이다.
더현대닷컴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 나이키, 아디다스 매장에 가상현실 기기를 통한 쇼핑이 가능하다.
VR기기가 없는 소비자의 경우 PC와 모바일을 통해 VR스토어에 접속해 실제 매장을 둘러보듯 매장을 살펴보고 장바구니 등록과 상품 구매를 할 수 있다. 또한 2018년에는 상품 설명과 함께 해당 상품과 어울리는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VR서비스를 2019년에는 VR백화점을 선보인다.
또 더현대닷컴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대화형 로봇인 챗봇(Chatbot)인 ‘헤이봇’을 도입하기도 했다. 채팅 앱으로 상품 검색과 주문, 조회 등 업무를 처리하는 대화형 소프트웨어로 문장으로 챗봇과 채팅할 수 있다. 고객은 현재 주문확인, 배송 조회, 회원등급 조회 등 8개 항목에 대해 챗봇과 채팅할 수 있다.
# 패션업체 스마트스토어 잇따라 오픈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패션업체들도 자사 매장에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스토어를 잇따라 오픈하고 있다.
MEH가 전개 중인 ‘더릿지 354’ 평창점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스토어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MEH의 ‘더릿지 354’는 단순한 아웃도어 쇼핑몰을 넘어 아이웨어, 리빙, 아웃도어 기어 제품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현재 총 4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평창점은 ‘더릿지 354’의 1호점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이 매장에 처음으로 스마트스토어 기술을 도입했다.
‘더릿지 354’ 평창점은 지능형 쇼핑 매장이라는 컨셉 아래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매장 내외부에 설치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나 맞춤형 추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서비스로는 ▲센서를 통해 고객이 꺼낸 상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행거’ ▲360도 피팅이 가능한 ‘스마트 미러’ ▲쇼핑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브로슈어’ ▲가상 매장 체험과 가상 의류 피팅 체험으로 구성된 체험존이 있다.
먼저 매장 초입에 설치된 체험존에서는 매장에서의 쇼핑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구현된 지도로 매장 내부와 주변 상점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옷을 직접 착용하지 않아도 가상으로 피팅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쇼핑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매장 내부에 들어선 고객이 행거에서 옷걸이를 꺼내면 센서를 통해 감지하고 해당 상품의 색상,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마트 행거’ 서비스가 제공된다. 마음에 드는 옷을 피팅한 고객은 ‘스마트 미러’를 통해 동영상으로 재생되는 ‘Live 착용샷’을 촬영해 다양한 각도에서의 옷태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개의 영상을 동시에 띄워 착용샷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외에도 더릿지 354 평창점은 매장 내부에서 분석한 고객의 쇼핑패턴에 기반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스마트 브로슈어’ 기능으로 고객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추천 받은 상품이 맘에 들면 쇼핑몰 위시리스트에 저장하고 다음 쇼핑을 위한 정보로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멀티 슈즈샵 핫티도 스마트 오더 트래킹 시스템(SOT, Smart Order Tracking)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구현하고 있다. 핫티 홍대점과 최근 오픈한 부산 광복점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오더 트래킹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매장의 슈피터(SHOE FITTER, 고객의 슈즈 쇼핑을 돕는 전문 어드바이저)에게 주문하면 한번의 PDA터치만으로 해당 상품의 재고 유무에서부터 상품의 준비 및 전달과정이 매장내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에 실시간으로 디스플레이되고 창고와 매장사이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상품이 고객에게 바로 전달되는 핫티 매장만의 디지털 시스템이다.
핫티의 스마트 오더 트래킹(SOT) 시스템은 고객의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슈피터들이 매장내에서 고객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욱 핫한 슈즈 쇼핑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 시스템은 선택한 상품의 재고 확인뿐만 아니라 창고에 있는 상품이 매장에서 기다리는 고객의 손에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리얼타임으로 디스플레이 되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매장 곳곳에 설치해 고객들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사이즈가 다양한 신발의 특성상 재고를 확인하고 창고에서 상품을 찾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을 디지털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해결한 것.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는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의 가상 피팅 서비스인 ‘트라이 클로즈 온라인'(Try Clothes Online)을 운영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스토어는 오프라인 매장의 쇼핑 경험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의 스마트한 쇼핑을 돕기 위해 구현된 것이다”며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