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UUE] 챗GPT(ChatGPT) 패션 산업에 미칠 영향은?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챗GPT는 오픈에이아이(OpenAI, openai.com)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대화를 함께 나누는 서비스이다.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는 ▲인공지능 언어모델 ‘지피티-3’(GPT-3)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달리2’(DALL-E2) ▲다국어 음성인식 인공지능 ‘위스퍼(Whisper)’ 등을 선보인 인공지능 연구 재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챗GPT의 특징은 인간과 비슷한 대화를 생성해 내기 위해 수백만 개의 웹페이지로 구성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전 훈련된 대량 생성 변환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피드백을 활용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사용해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공한다. 대화의 주제는 지식정보 전달은 물론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답변 및 기술적 문제의 해결방안 제시 등 매우 광범위하다. 또 사용자가 대화 초반에 말한 내용을 기억해 추후 수정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오픈에이아이는 챗봇의 차별·혐오 발언을 차단하기 위해 챗GPT에 AI 기반 조정 시스템인 ‘모더레이션API’(Moderation API)를 사용했다. 이에 챗지피티는 허용되지 않는 내용의 질문이 나올 경우 ‘차별적· 공격적이거나 부적절한 질문, 여기에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동성애 혐오적, 성전환자 혐오적 또는 기타 차별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질문이 포함됩니다’라고 답변한다. 이 챗GPT는 가끔 잘못되거나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2021년 이후의 지식은 제한돼 있다는 한계도 있다.
챗GPT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
챗GPT(ChatGPT)에 대한 IT기업들의 관심은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엔진 빙에 챗봇을 창작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본사에서 언론 행사를 열고 AI 기반의 새로운 검색 엔진 ‘빙’을 발표했다.
새로운 버전의 빙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AI 챗봇인 챗GPT와 같은 AI 모델이 탑재된다.
이 검색 엔진은 이용자가 대화형 언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기존 방식의 검색 결과와 함께 대화형으로 답이 제공된다.
특히 챗GPT가 답하는 방식처럼 질문을 추가로 이어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새로운 버전의 빙 홈페이지를 공개하고 ‘여행’을 예로 들었는데 여행 일정을 만들 때 ‘멕시코로 5일간 여행을 계획하라’고 요청할 수 있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 비용이 얼마나 들까?’ 또는 ‘여행 일정에 다른 일정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추가로 할 수 있고 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검색 시장의 1위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이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인공지능으로 검색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도 챗봇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챗봇 ‘어니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대화형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벳도 챗GPT에 맞서 챗봇 ‘바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알파벳은 8일 유튜브에서 바드에 대한 라이브 방송을 개최할 예정이다.
AI와 패션 비즈니스
이처럼 챗GPT가 패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AI가 패션 비즈니스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패션 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AI를 활용한 패션 비즈니스의 활용도를 놓고 다양한 테스트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재킷을 선택하면 이와 어울리는 모자와 신발, 팬츠 등의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AI 코디’부터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셔츠를 추천해주는 ‘AI 사이징 기술’까지 등장했다. 또 최신 트렌드를 AI가 분석해 디자인하는 AI 디자인까지 활용도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1년 세계 패션 의류 산업은 1조5000억 달러로 평가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 생산 및 기술 발전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AI의 활용이 다양한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패션 산업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의 2022년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패션 산업 내 AI 시장 규모는 2021년 4억7000만 달러에서 2022년 6억5000만 달러로 연평균성장률 40.0% 기록했으며 2026년까지 26억6000만 달러로 예측 기간 연평균 42.1%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AI가 디자이너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종종 언급된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상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시장에 출시돼 있는 다른 디자인들을 참고하며 색상, 소재, 실루엣 등 어떠한 새로운 디자인이 트렌드가 될지 예측하기 위해 과거 시장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또한 브랜드별로 타깃 소비자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조사와 분석을 선행한다. 이러한 일련의 시장 조사 업무를 이제 ‘AI 보조 디자이너’들이 담당자로 나서고 있다.
일찍이 2018년 글로벌 브랜드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는 IBM과 뉴욕패션기술대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FIT)와 협업해 제품 개발 과정에 AI의 효율성을 테스트한 바 있다. FIT 학생들은 타미힐피거 패션쇼 및 제품 이미지 DB를 바탕으로 AI에 의해 생성된 패턴, 색상 및 스타일을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었다. 타미힐피거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 에이버리 베이커(Avery Baker)는 “AI가 다가올 트렌드를 현재 브랜드 담당자보다 더 빠르게 파악해 디자인 과정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였다”라고 언급했다.
사실 미국 패션 산업에 AI가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I 도입의 선두 주자는 온라인 개인 쇼핑 서비스 기업인 스티치픽스(Stitch Fix)로 소비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상품을 제안해주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7년에는 수년간 누적된 DB를 활용해 패션 디자인 알고리즘 AI를 개발해 ‘하이브리드 디자인(Hybrid Design)’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하이브리드 디자인’은 기존 상품 중 인기 있던 특성을 채택하고 그것들을 조화롭게 결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고 일부 제품은 99%의 판매율(완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패션 기업 잘란도(Zalando)와 구글(Google)은 함께 수많은 디자인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재, 색상 및 스타일에 맞춰 디자인해 주는 인공지능 ‘뮤즈(Muze)’를 선보인 바 있다. 뮤즈는 처음 한 달 4만 424개의 의류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지며, 본격적으로 AI가 패션 산업에 투입됐을 때 디자이너의 위상에 어떠한 변화를 줄 지 생각하게 했다. 스웨덴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 H&M 또한 맞춤형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AI 패션 디자이너 ‘코디드 쿠튀르(Coded Couture)’를 선보인 바 있다. 이렇게 패션 산업에서는 AI를 빅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트렌드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보조 디자이너로 적극 도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AI 패션 열풍분다
인공지능(AI) 열풍이 국내 패션 산업에서도 거세다.
오드컨셉의 ‘픽셀(PXL)’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소비자 요구를 파악해 추천 상품을 제시하는 AI 코디 서비스다.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가 원하는 상의를 골라 이미지를 올리면, 오드컨셉의 코디 추천 플랫폼은 상의와 유사한 상품뿐 아니라 어울릴 만한 모자나 신발 등을 쇼핑몰에서 찾아 추천한다. 재질과 종류, 색깔까지 분석해 제시한다.
오드컨셉 관계자는 “픽셀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육안으로 식별하는 상품 속성을 분석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이 가지는 느낌 등도 분석해 추천 결과에 반영한다는 데 있다”며 “이러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분산·병렬 처리 엔진, 기계학습 데이터에 최적화한 자체 개발 데이터베이스 등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한섬’의 영캐주얼 브랜드 ‘SJYP’는 2018년부터 AI가 디자인한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 ‘디자인노블(Designovel)’과 손잡고 출시한 ‘디노 후드티’가 대표적이다.
‘디노 후드티’를 제작하기 위해서 SJYP는 디자이노블 측에 브랜드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등 33만여장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디자이노블의 ‘스타일 AI’는 전달받은 이미지를 학습해 디자인을 제시한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사람이 확인하고, AI에게 다시 디자인 수정을 요청하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 디노 후드티를 만든다.
셔츠 전문 기업 트라이본즈가 업계 최초로 AI 기반의 맞춤셔츠 플랫폼 브랜드 ‘셔츠스펙터’를 론칭했다.
트라이본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대면 쇼핑에 우려를 표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상품 구매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을 통해 남성셔츠와 같은 의류에서 특히 중시되는 자신에게 딱 맞는 핏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트라이본즈는 십수년간의 닥스셔츠, 질바이 질스튜어트 셔츠 제작 경험을 통해 100만 명 이상의 남성 셔츠 패턴 빅데이터 분석과 1,000만 벌 이상의 셔츠 제작 노하우를 통해 대한민국 남성에게 최적화된 패턴을 제공하는 신개념 AI 사이징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AI 사이징 시스템을 통해 개별 체형에 맞춘 최적의 맞춤셔츠 주문이 가능한 스마트사이즈 측정법을 신규 플랫폼 브랜드인 ‘셔츠스펙터’에 도입하며 향후 소비자 주기적 구매패턴 분석을 통해 셔츠 구독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다.
AI와 패션의 미래
6~7년 전 한 기관에서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쉽지 않은 직업군 1위로 ‘화가와 조각가’라고 발표한 바 있다. 감성에 기초한 예술 관련 직업은 AI로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지배적었다.
지난 4월 오픈에이아이의 최고 경영자 샘 알트먼(Sam Altman)은 “10년 전, AI는 먼저 육체노동 분야에 영향을 주었고 그다음에는 인지 노동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언젠가는 창의적인 일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통념이었지만, 아마도 반대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창의’의 영역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AI가 머지않아 창조적인 일을 소멸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패션산업 역시 자이너의 감성과 다양한 판매 데이터, 트렌드를 반영한 ‘창의’ 분야에 속한다. 하지만 실제로 패션 지식, 직관, 과거 데이터를 결합해 다가오는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예측해내는 AI가 ‘보조 디자이너’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를 도입한 패션 회사들은 기획 및 디자인 단계에서 작업 시간이 60% 이상 줄었다는 연구가 있다. 또 더욱 정확한 예측을 통해 생산과 유통 주기 또한 단축해 전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
‘창의’ 영역을 뒤로 하고 데이터가 선도하는 패션 산업은 AI와의 디자인 협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계학습 기반 생성형 AI의 창의 능력은 저장된 방대한 데이터에서 도출되기 때문에 AI가 참여한 모든 ‘창의 작업/디자인’은 저작권이나 소유권 문제에서 다툼의 여지가 분명하다.
앞으로 AI는 더 똑똑해질 것이며, AI 발전에 따른 효율적인 ‘활용’이 ‘악용’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은 이제 기업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