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에 오른 옷은 대체 누가 입을까?
패션계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구찌(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이 시그니처는 무엇일까? 화려한 디테일, 보석, 술, 꽃, 독창적인 디자인 그리고 섹시한 글램룩에 대한 환상이 아닌 절충주의를 담은 로맨티시즘이 아닐까 싶다.
현재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구찌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구찌가 기존에 추구해오던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무너진, 자유로운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달콤한 꿈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화려한 꽃무늬가 가미된 수트부터 1970년대 강렬한 컬러를 담은 주름 스커트, 옅은 핑크빛 퍼 장식의 메탈릭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톰 포트(Tom Ford) 이후 특별한 이슈가 없던 구찌를 특별한 이슈메이커로서 재창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작품을 보고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런 걸 대체 누가 입어?”, “나라면 저런 거 입고 밖에 못 돌아다녀”, “저 옷을 돈 주고 산단 말이야?”라고.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실질적으로 그의 작품은 일상생활에서 입기 위한 것이 아닌 ‘예술’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들만의 영역인 ‘옷’으로서 표현한다. 어떤 이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오선지에 음표를 새기기도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들은 추상적 개념에 물리적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음은 “저런 걸 대체 누가 입어?”라는 물음에 대한 마크-에반 블랙맨(Mark-Evan Blackman) 뉴욕 FIT 디자인 조교수 겸 남성복 전문가의 답변이다.
“패션쇼는 예술 작품 전시회나 다름없다. 순수 예술과 패션으로서의 순수 예술은 개념으로서 아주 흥미롭다. 패션은 선천적으로 수명이 짧다. 패션은 눈앞에서 인화되는 사진과도 같다. 쉴 새 없이 변화하고 다른 것으로 바뀐다. 대중들이 패션쇼에서 이해하면 되는 것은 이 아이템들은 개별적인 아이템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구찌의 코트들이 그렇다. 오버사이즈 실루엣이거나 꽃무늬 프린트가 적용됐다. 이는 대중들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내년에 백화점에서 보게 되겠지만 당신이 원하는 모양과 색상일 것이다”
“당신은 언젠가 구찌 패션쇼에 등장한 옷을 입게 될 것이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당신은 아마 구찌의 영향을 받은 옷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패션계에 미치는 구찌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커다란 플레이드부터 보석, 술, 꽃, 자수 등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조합한 요소들은 확산될 것이다. 기본적인 요소들로 해체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단색 수트라던가 자수가 달린 후드 티셔츠 등이다.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패션 디자이너들은 구찌 패션쇼에서 본 것들을 기억했다가 자신들의 옷에 적용할 것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는 ‘우린 너에게 자수가 달린 후드 티셔츠를 주진 않을 거야. 너 자수 몇 개까지 편하게 입을 수 있니? 자수가 있어도 괜찮니? 이건 좀 많이 간 거야. 네가 늘 먹는 핫도그를 먹으라고 하는 게 아니야. 우린 네게 고급스러운 스테이크를 먹어보라고 권유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모두 자수가 달린 후드 티셔츠를 입는다면 그건 미친 짓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자수 달린 후드 티셔츠가 인기 있고 안전해진다면 입게 될 것이다”
“시간을 들여 옷을 제대로 관찰해보라. 남성들은 가진 옷을 한 번에 다 사진 않는다. 셔츠 하나, 재킷 하나, 바지 한 벌을 그때그때 산다. 10년 뒤에도 입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10년 동안 당신을 기분 좋게 해줄 옷인가? 확신이 없다면 당신에겐 하이 엔드 패션이 필요하다. 하이 엔드 패션은 앞서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