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즈>는 K-뷰티 특집을 다룬 12월호에서 인생의 봄날을 맞이한 제주 그림 할망들의 동화 같은 따뜻한 화보를 공개했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조천읍 선흘1리. 여느 농촌의 풍경과 다름없는 이곳 선흘그림작업장에는 여든 살이 넘어 호미 대신 붓을 쥔 할머니 작가들이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팀이 방영 전부터 협업을 제안하기도 한 이 ‘그림 할망’들은 각자의 기막힌 삶을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이들의 변화는 최소연 예술감독이 마을의 오래된 작업 공간을 ‘예술 창고’로 재탄생시키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안학교 학생들과의 그림 아카이빙 수업을 계기로, 초록할망, 소막할망, 신나는할망 등 11명의 할머니들이 창작에 참여하게 되었고, 2022년 마을 화실 개설을 기점으로 매년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2024년에는 삶의 서사를 예술로 재해석한 전시 《똘, 어멍, 할망 그리고 기막힌 신들의 세계》가 1,000명 이상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화제를 모았다.

‘할망’이라는 정감 어린 이름은 제주도의 중요한 여신을 부르는 표현이다. <싱글즈>는 산천초목에 깃들어 살던 작은 정령 하나가 망아지처럼 여신들의 놀이터로 뛰어든 모습을 상상하며 자연과 공생하는 이들의 삶과 작품을 화보 속에 담았다. 고목낭할망, 무화과할망, 우영팟할망, 불할망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직접 모델로 참여해 촬영과 작품 제작을 함께했다. 할머니 작가들은 난생 처음 찍는 화보 촬영에 즐거워하며 아이유가 선물해 주었다는 고급 스카프를 두르고 나오기도 했다.

현재는 전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막힌 신들의 변신과 공생》 2부가 진행 중이다. 공룡, 말똥버섯, 소라게 등 상징적 존재들이 할망들의 일상과 상상을 담아 새롭게 구현되며 ‘기막힌 신’들의 세계관이 확장되고 있다.

전시 기간에는 그림 워크숍, 상설전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 아트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2부 전시는 12월 21일 종료되며, 이후 3부와 4부를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대장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 사회의 격변과 모진 풍파 속에서도 돌무더기에 좁씨를 심어 초록 싹을 낸 대단할 할망들과 소녀의 화보는 <싱글즈> 12월호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