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컬처 펀드×리움미술관, 관객과 호흡하는 미술관 플랫폼 구축

샤넬 컬처 펀드(CHANEL Culture Fund)가 후원하는 리움미술관의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Idea Museum)’의 세 번째 프로그램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이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의 기조 강연과 몸과 재료, 환경의 관계를 탐색하는 ‘만들기’ 워크숍으로 시작된 본 프로그램은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와 환경을 분리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함께 배우고 변화하는 과정을 제안하는 ‘중동태(middle voice)’ 개념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만들기’, ‘춤추기’, ‘연주하기’, ‘합창하기’, ‘듣기’의 다섯 가지 움직임으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와 교감을 이끌어내며, 미술관을 새로운 배움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실천의 장으로 확장했다.

‘춤추기’ 세션은 안무가 안은미와 24명의 시니어 여성이 함께한 무용 프로그램 <둥실덩실>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약 두 달간 각자의 몸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움직임으로 풀어내고 서로 나누는 과정을 거쳤으며, 마지막 퍼포먼스를 통해 몸의 고유한 감각을 발견하고, 서로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나눴다.

첼리스트 겸 작곡가 이옥경과 함께한 ‘연주하기’ 세션은 <소리 나누기> 및 <즉흥음악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정해진 악보나 역할 없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즉흥적으로 응답하며, 소리를 매개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이를 통해 음악이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타인의 소리에 응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의 실천임을 탐구했다.
‘합창하기’ 세션은 영국의 즉흥음악가 겸 보컬리스트 필 민턴(Phil Minton)과 함께한 <야생합창단(Feral Choir)>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3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세션에서 참여자들은 일상적인 호흡과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소리를 매개로 예측할 수 없는 집단적 합창을 완성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존재와 차이에 응답하며 공동의 감각을 만들어 갔으며, 한 참여자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음악적 경험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듣기’ 세션은 홍콩의 비영리 아티스트 컬렉티브 사운드포켓(soundpocket)과 함께한 리스닝 아카데미 <비는 하나의 축제>와 연계 포럼으로 진행됐다. 비와 물, 몸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이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은 걷기,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듣기’를 단순히 소리를 인지하는 행위를 넘어, 몸과 장소,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감각적 실천으로 경험했다. 양일간 열린 연계 포럼 <듣기의 실천들>에는 예술가와 연구자, 실천가들이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듣기의 예술적, 사회적, 생태적 의미를 함께 논의했다.
약 8개월간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을 관계와 배움의 실천으로 확장했다. ‘만들기’, ‘춤추기’, ‘연주하기’, ‘합창하기’, ‘듣기’의 다섯 가지 움직임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감각과 경험을 나누고, 응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은 배움을 개인의 성취가 아닌 관계 속에서 함께 생성되는 과정으로 제안하며, 미술관이 예술을 통해 새로운 감각과 지식,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공공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샤넬 컬처 펀드는 2023년부터 리움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이디어 뮤지엄’을 통해 동시대 현안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탐구해왔다. 양 기관은 오는 9월 《아이디어 뮤지엄, 내일 이후(IDEA MUSEUM, AFTER TOMORROW)》를 통해 지난 3년간 진행된 아이디어 뮤지엄의 주요 기록과 대화의 과정을 조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