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아웃도어 부활의 열쇠는?
경기 부진에 장사 없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블랙야크·K2코리아 등의 국내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지난해 실적이 나란히 하락했다.
블랙야크의 지난해 매출은 50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전년 보다 53.2%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02억원, 303억원으로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44% 줄었다. 같은 기간 K2코리아도 3667억원, 893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9% 줄었다.
반면 네파는 지난해 매출 4723억원으로 2014년 4703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929억원으로 2014년 1182억원보다 21.4%나 줄었다. 네파는 지난해 제고상품을 정리하며 매출은 전년 수준을 맞췄지만 할인율을 높인 탓에 영업이익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외에 지난해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20% 이상 매출 역신장을 기록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매출 하락은 메르스로 인한 봄 상품 판매 부진과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가 주된 요인이다. 특히 아웃도어의 매출의 경우 겨울 시즌 다운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운 판매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겨울 이상 고온현상으로 인해 겨울내내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 매출 부진 왜?
결국 겨울 성수기 시즌 팔아야할 다운 제품을 제대로 팔지 못하면서 실적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역신장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브랜드들도 프로모션이나 세일을 확대하면서 매출 방어에 나섰지만 수익률은 예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겨울 다운 판매율이 50% 수준에 그치면서 매출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며 불과 2~3년 전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겨울 다운 판매에 집중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띈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실적하락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지난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의 구조조정 바람은 그동안 외형 중심의 성장에 치중하면서 몸집을 키웠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케이투코리아는 개국공신과도 같았던 이태학 전무가 물러났고 네파는 박창근 대표 대신 동일드방레(라코스테) 이선효 씨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불황 돌파를 위해 구조조정과 함께 새롭게 꺼낸 카드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다. 이는 최신 트렌드를 상품에 적극 반영하며 불황 돌파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는 산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다. 실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빈폴아웃도어 등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상승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지난해 매출은 3700억원으로 전년대비 22.8% 늘었고 영업 이익도 55.4% 증가한 18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2년 사이 성장세가 꺾인 아웃도어 시장에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 이번 시즌 새롭게 론칭한 에이글 등도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라이프스타일에는 아웃도어 캐주얼에서 피트니스, 트래블, 워터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많은 업체들이 스포츠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데 최근 핫 트렌드로 부상한 애슬레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스포츠 라인 출시로 불황 돌파 나서
애슬레저(Athleisure)는 ‘애슬레틱’과 ‘레저’의 합성어로 패션계에서 스포티즘 트렌드가 인기를 모으며 급부상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아웃도어 업계는 이번 시즌 다양한 스포츠 라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애슬레저 트렌드에 맞는 신규 라인을 론칭하거나 제품을 확대해 익스트림 아웃도어보다 캐주얼한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네파는 최근 일상 속에서 운동을 즐기는 애슬레저 트렌드를 겨냥한 ‘액티브 라인(Active-line)’을 출시한데 이어 밀레는 애슬레저룩을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시티 아웃도어 캐주얼을 선보이는 ‘RSC 라인’을 전체 물량의 30%에 달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특히 트레이닝 웨어를 이번 시즌 첫 선보였는데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밀레 ‘프라나 트레이닝 재킷&팬츠’는 언제 어디에서나 편안하게 착용 가능한 동시에 액티브한 활동이 가능하게 한 제품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아이더는 애슬레저 트렌드에 특화된 ‘모멘텀(Momentum)’ 라인을 론칭했고 블랙야크 역시 등산복이 부담스러워 아웃도어 제품을 꺼리던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심플하고 세련된 스포츠룩을 연출할 수 있는 라인인 ‘스포츠 블루(Sport Blue)’라인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코오롱스포츠는 다양한 자연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 생활 속에서 세련됨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신규 브랜드 ‘케이 플러스(K+)’를 론칭하고 이 시장에 가세했다. K2 역시 테크니컬웨어 라인인 ‘플라이워크’ 라인을 통해 애슬레저룩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패션 시장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스포티즘 트렌드를 수용하며 다양한 스포츠 제품을 출시하며 불황 돌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패션시장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 매출 2000억원 이상의 브랜드가 10여개에 달하고 전국 백화점 및 가두점에서 억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매장도 아웃도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의 전략적 선택이 성공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