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 CEO 크리스토퍼 베일리 연봉 75% 대폭 삭감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명품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로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75%나 대폭 삭감했다.
버버리는 2015~2016 회계연도 연례 보고서를 통해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연봉이 190만 파운드(약 32억 5000만 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2015 회계연도 연봉 750만 파운드에 비해 약 75% 삭감된 액수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받는 기본 급여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해 연봉이 크게 줄어든 것.
크리스토퍼 베일리 외에도 캐럴 페어웨더(Carol Fairweather)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존 스미스(John Smith)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연봉도 각각 59%, 47% 삭감됐다. 주요 경영진 역시 실적 악화에 따라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연봉이 줄어들었다.
현재 버버리는 중국, 홍콩 등 아시아 핵심 시장의 매출이 최악의 수준에 머물러있고 유럽 내 매출 역시 중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 및 유로화 약세를 이유로 급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버버리가 발표한 2015~2016 회계연도에 따르면 연간 이익은 10% 감소했고 주가는 지난 1년간 35%나 하락했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소비 둔화와 유로존의 경기 부진, 명품 시장의 변화 등으로 2년 전만 해도 7% 성장하던 버버리가 1~2%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봉 상위 10위 안에 드는 CEO 가운데 아무도 소속 기업을 실적 상위 10위 안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며 CEO들이 실적과 상관없이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을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CEO는 글로벌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Expedia)의 다라 코스로우사히(Dara Khosrowshahi)다. 그의 연봉은 약 9460만 달러(약 1100억 원)로 애플(APPLE)의 CEO인 팀 쿡(Tim Cook)보다 약 9배나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EO의 거액 연봉을 막겠다는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연기금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 펀드는 올해부터 실적과 상관없이 고액 연봉을 챙기는 CEO들의 잘못된 관행을 주주권을 행사해서라도 막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