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제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마라톤 대회인 ‘긱스 온 슈즈(Geeks on Shoes, 제화와 함께하는 괴짜들)’가 지난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성수동 성수IT종합센터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해커톤(Hackathon)이란 무언가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의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동안 팀을 짜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개발 경진 대회를 말한다.
‘긱스 온 슈즈’는 한 마디로 수제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참신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2일 첫 날 모인 참가자들 역시 수제화 마니아들로 다양한 직종에서 모여 들었다.
특히 긱스 온 슈즈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개발자, 메이커, 마케터,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들이 성수동 수제화 장인 5명과 함께 팀을 꾸려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 행사의 차별화된 포인트다.
이들 5개팀들은 ‘출발’이라는 테마에 맞게 수제화를 개발했으며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주목을 끌었다. 사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침체된 수제화 사업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서 출발한다.
앱센터 측은 국내 제화 시장이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규모가 축소되며 점점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며 실제 국내 구두 장인들은 10만원대 제품을 만들고도 6,000원 남짓의 수익만을 남기고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22일-수제화 장인들과의 첫 만남
22일날은 수제화 장인들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100초 아이디어 발표 시간을 통해 총 10개의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번 행사의 키워드 ‘출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 신발, 결혼식, 아버지의 출근 등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아이어디가 쏟아졌다.
‘출발’에 맞춰 나온 아이디어 제품들은 향기 슈즈를 비롯해 위치추적기가 내장된 미아방지 수제화, NFC 태그가 내장된 구두 등 수제화와 I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다.
10개의 아이디어 중 참가자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5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희망하는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팀을 구성했는데 한 팀당 최소 4명에서 최대 7명으로 구성된 총 5팀으로 나뉘었고 성수동에서 잔뼈가 굵은 수제화 장인들이 합류하면서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수제화 장인들은 이성범 라플로채니 슈즈 디자인 연구소 이사, 전태수 JS슈즈디자인랩 대표, 실비제화 이종천 대표, 김철수 하늘공방 대표, 임재명 대표 등이다. 이들의 수제화 경력은 최소 30년에서 최대 50여년이다.
이들의 손끝을 거치면 단순 구두가 아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할 정도로 정교한 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제화 경력 30년의 이성범 라플로채니 이사는 “수제화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다. 그만큼 정교하고 하나라도 어긋나면 제대로 된 신발이 나오지 않는다”며 “수제화 산업 발전을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천 실비제화 대표는 “지난 50년간 수제화라는 한 우물만 팠다”며 “이번 긱스 온 슈즈 행사 참가를 통해 수제화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하고 수제화 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참가했다”고 말했다.
김철수 하늘공방 대표는 ‘성수동이 왜 수제화로 유명한지’에 대한 설명으로 참가자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그 당시 서양문물이었던 구두가 우리 국민들의 생활에 한층 더 다가가면서 우리나에서도 수제화 산업이 싹트기 시작했다”며 “1960년대까지 서울역 염천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구두가게들은 1970, 1980년대 명동을 거쳐 1990년대 이후 성수동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성수동은 내 발에 꼭 맞는 최고급 수제화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내는 수제화 공장 300여 개가 밀집해 공동 매장을 이루고 있다”며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은 우리나라 수제화의 70%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 24일-수제화 산업 발전을 위한 5개의 완성작
둘째날 밤을 세워 수제화를 제작했던 참가자들은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까지 작업이 이어졌다. 이후 개발 결과물을 발표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의‧응답 순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5개의 아이디어 제품은 ‘소장하고 싶은 웨딩슈즈’, ‘never lost’, ‘미호(Make your style)’, ‘화려한 외출 큐모드(서비스명)’, ‘왈츠’ 등이다.
팀명 네버로스트는 8세 이하 아이들과 실버 노인, 장애인 및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위치 추적 신발을 만들었다. 고객이 편하게 신을 수 있도록 스니커즈 형태로 제작했고 바닥과 뒷꿈치 패드 부분은 라텍스를 넣어 편리함을 강조했다. 신발 앞부분에는 전용 포켓 공간을 만들어 블루투스 기반 위치추적 비콘을 넣을 수 있도록 했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도 위 고객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팀명 투페이스의 제품은 ‘소장하고 싶은 웨딩슈즈’를 제작했다.
구두 굽은 3D 프린터로 출력했고 전체적인 재질은 오간자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럽고 표현했다. 임플란트에서 영감을 받은 굽 높이 조절 기능으로 실용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팀명 향기구두는 ‘왈츠’라는 제품명의 향기나는 구두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구두에 향기를 접목한 수제화로 구두 굽은 아크릴 소재로 투명하게 만들어 향수병의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했다. 가보시 속 특수 제작한 스펀지에 고객이 원하는 향수를 넣을 수 있고 소비자들이 걸을 때마다 일정한 소량의 향수가 밑창 아치 중심부 구멍을 통해 나와 기분전환을 돕는 향기가 나오게 만들었다.
엉클림 팀은 ‘미호’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미호’는 발이 편하면서도 디자인도 예쁜 구두에서 출발한다. 미호는 변신의 귀재인 구미호를 떠올리며 지은 브랜드명으로 불편한 하이힐 때문에 운동화를 병행해 사용하던 여성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했다. 힐 디자인 변경과 높낮이 조절 모두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고객은 구두 굽을 갖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원하는 굽으로 교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팀 나르샤 전태수는 ‘화려한 외출 큐모드’라는 제품을 제작했다. 이 제품은 NFC를 기술을 이용한 장신의 가치를 전달하는 IOT 객체인증 수제화다. 구두 장인의 스토리와 상품 정보, 구매 후기, 정품 인증서 등 브랜드 가치를 담은 NFC 칩을 수제화에 내장해 소비자들이 스마트 폰을 통해 브랜드 히스토리와 제작과정을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제품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객체 광고 시대에서 착안해 개발됐으며 구매 고객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리워드도 얻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5개 제품에 대한 발표 후 참가자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통해 작품 순위를 결정했다.
최우수상은 ‘투페이스’ 팀이 제작한 웨딩슈즈가 선정됐으며 100만원의 상금이 부상으로 전달됐다. 이어 도전상은 ‘엉클림’ 팀에게, 혁신상은 ‘네버로스트’ 팀에게, 창의상은 ‘향기구두’ 팀에게, 융합상은 나르샤 전태수 팀에게 돌아갔으며 각 50만 원씩의 상금이 전달됐다.
앱센터는 긱스 온 슈즈를 통해 최우수상을 받은 ‘투페이스’팀은 다음 달부터 크라우드 펀딩과 홍보 등 세부적인 제품화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