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털’ 주목하는 패션업계
온오프라인 복합 체험으로 MZ세대 사로잡는다
오프라인 공간과 디지털 체험을 결합하는 ‘피지털(Physical+Digital) 전략’이 산업계 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데 더해 최근 비대면 활동도 늘어나면서, 단순 이벤트가 아닌 디지털과 오프라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도모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발빠르게 받아들여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피지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패션업계의 주소비층인 MZ세대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익숙하고 편의성과 체험,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 제품 구매 환경을 새롭게 개선하거나 관련 마케팅을 활발하게 선보이며 보다 효과적으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 “온오프라인 경계 넘어 더욱 편하게 쇼핑한다” 오더하고, 스마트 미러 등 ‘매장 운영 新기술’ 눈길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매장 운영 자체에 피지털 전략을 결합한 사례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애 브랜드 체험을 강화하고, 각 쇼핑 단계의 편의성을 높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엘앤에프의 자체 O4O 편집숍 ‘하고하우스’는 ‘재고 없는’ 혁신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다양한 온라인 기반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택배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편의성과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결합한 것.
특히 실물 카드 대신 모바일을 연계한 스마트 결제 시스템 ‘오더하고’로 쇼핑 편의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오더하고는 O4O 매장 콘셉트인 ‘빈 손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엘앤에프가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이름, 휴대폰 번호, 배송 주소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이용 가능하며, 구매하고자 하는 브랜드 제품의 QR코드를 어플을 통해 스캔하면 모바일 장바구니에 바로 담아 결제할 수 있다. 지난 11월 가장 먼저 첫 선을 보인 하고하우스 잠실점은 이같은 결제 편의성 및 브랜드 다양성에 힘입어 오픈 후 첫달 만에 4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고하우스와 오더하고 시스템은 입점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오더하고는 온라인 기반 브랜드에게 안정적 오프라인 진출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선 현장 결제 제품을 기존 재고 시스템을 활용해 별도 배송하기 때문에 매장 내 재고 관리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소비자들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디자인, 컬러, 사이즈 등을 실물로 직접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만큼 온라인 브랜드의 고질적 문제인 반품율 역시 상대적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발란도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쇼핑 구매의 장점을 결합했다. 발란은 지난 7월 여의도 IFC몰에 오픈한 ‘커넥티드 스토어’에 리테일 테크(Retail-Tech)를 전격 도입했다. 발란 앱으로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인식하면 해당 상품의 정보와 Ai 추천 상품, 구매 후기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스마트피팅룸에는 고객의 발란 계정과 연동된 정보를 거울에 띄워주는 ‘스마트 미러’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 사이즈나 상품을 변경하고 싶을 때 스마트 미러를 통해 옵션을 변경하거나 직원 호출을 통한 다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등 쇼핑 편의를 더욱 높였다.
■ 어그, 자라, 라코스테 등 ‘메타버스 패션’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는 사례 다양
가상과 현실을 잇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브랜드에 대한 MZ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특히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로 소비자 공략에 나선 브랜드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 중인 ▲어그(UGG)는 지난 2월 제페토에 양털 부츠와 양털 슬리퍼, 트레이닝 수트 등 인기 아이템 7종을 선보였다. 이에 더해, 지난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제페토 안에서 운영하던 ‘어그 월드’를 체험형 팝업스토어로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는 지난 9월 제페토와 협업해 현실 세계와 가상현실을 잇는 패션 판타지를 구현한 ‘Y2K’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자라는 비비드한 컬러감과 톡톡 튀는 디자인 등 아바타가 입는 듯한 패션 아이템을 오프라인으로 출시하고, 제페토에서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 네일 등의 아이템도 함께 선보이는 등 가상현실의 느낌을 오프라인 공간까지 확대하며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 메타버스 게임을 활용한 사례도 눈에 띈다. 지난 3월 스포츠 브랜드 ▲라코스테는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현실 세계 속 구현된 가상 세계를 직접 탐험해보는 테마의 팝업스토어를 전개하기도 했다. 한섬이 전개 중인 ▲타미힐피거는 지난 6월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와 손잡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인 ‘타미 플레이(TOMMY PLAY)’를 론칭하며 디지털 영역 확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 가상세계의 옷을 현실에서도 입을 수 있다.. 수프라, LOV-F 등 ‘디지털 패션’ 눈길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을 넘어 ‘디지털 패션 브랜드’ 출시로 경쟁력을 높이는 곳도 있다. F&F는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 ▲수프라를 선보였다. 수프라는 가상세계의 제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국내에서는 패션 브랜드 최초로 NFT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수프라 가상 공간 ‘수프라버스 리조트’에 접속해 일상을 즐기는 이들의 라이프를 3D 그래픽으로 작업한 2023 SS 시즌 해외 화보를 공개한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가상 디지털 의류 브랜드 ▲LOV-F를 론칭,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 영역을 넓혔다. 론칭 당시 가상모델인 루시와 패션 인플루언서이자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이현하가 가상 의류를 직접 입고 소개해 이목이 집중되었으며, 롯데홈쇼핑 앱 내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실물 상품과 연계한 LOV-F의 가상 제품을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