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루부탱 ‘누드(NUDE)’ 이야기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이 ‘누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드 캡슐 컬렉션은 멋진 다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환상의 실루엣을 갖게 하려고 만들어졌다. 이 구두를 신으면 옷을 입지 않은 느낌이 난다”
패션 디자이너가 여성들의 피부색과 같은 구두를 신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패션계에서 ‘누드톤’이라는 이름 아래 이토록 다채로운 컬러가 선보여진 적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그의 시도가 새롭다 못해 파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2013년 ‘누드 캡슐 컬렉션’을 통해 총 5가지 누드톤 컬러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7가지 누드톤 컬러로 재정비된 다양한 인종의 피부색을 포용했다. (*새롭게 추가된 컬러는 누드 #1(도자기)과 누드 #7(딥 초콜릿)이다) 물론 70만 원을 호가하는 구두를 놓고 ‘포용성’을 논하긴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또한 크레파스조차 ‘살색’이라는 단어를 폐기한 지 10년이 다 된 지금에서야 인종차별과 관련한 자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안타깝다.
최근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가 공개한 2016 S/S 시즌 광고 캠페인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백인, 흑인, 그리고 동양인이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지만 오직 동양인만이 포크가 아닌 손으로 스파게티를 집어먹고 있었다. 이를 본 대중들은 격앙된 목소리를 높였고 각종 언론에서조차 돌체앤가바나를 질타했지만 어느 순간 잠잠해지더니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누드톤’은 모든 인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크리스찬 루부탱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모든 인종을 포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컬러로 ‘누드톤’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으며 오직 신는 사람만을 위한 구두를 내놨다. 크리스찬 루부탱과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겸한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것에 다시금 안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