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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계 ‘세컨드 브랜드’ 종말론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던 ‘세컨드 브랜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는 지난 1월 세컨드 브랜드인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의 문을 닫고 ‘마크제이콥스’라는 단일 브랜드로 모든 것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는 패션 디자이너 듀오 케이티 힐리어(Katie Hilier)와 루엘라 바틀리(Luella Bartley)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 후 얼마 채 지나지 않아 나온 뉴스라 패션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마크제이콥스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그는 하나의 메시지를 두 개의 브랜드로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초기에는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가 세컨드 브랜드의 느낌보다는 마크제이콥스가 다 담아내지 못한 일부분들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상호보완용 메신저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는 메인 브랜드인 마크제이콥스와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됐고 또 하나의 개별적인 브랜드로써 발전해나갔다.

세바스찬 셜(Sebastian Suhl) 마크제이콥스 CEO는 “이제 사람들은 가격의 높고 낮음의 구분 없이 쇼핑을 즐긴다.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상품 레인지를 가격에 따라 다르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는 것은 상품 레인지를 축소하는 것이 아닌 명확한 아이덴티티와 목소리를 내고 궁극적으로 상품 레인지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BURBERRY)는 지난해 11월 그동안 3개의 브랜드로 분리해 진행하고 있던 것을 이제는 ‘버버리’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할 것을 발표했다. 이로써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버버리 브릿(Burberry brit), 그리고 이 두 라인 사이에 있는 버버리 런던(Burberry London) 등 세컨드 브랜드의 구분은 2016년 말부터 사라지게 된다.

당시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겸 CEO는 단일 브랜드화에 대해 “앞으로도 현재 있는 상품만큼 방대한 상품 레인지를 제공할 것이다. 세 라인은 모두 ‘버버리’라는 이름으로 통합되는 것뿐이고 계속되는 ‘버버리’의 일부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2년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가 ‘D&G’를 메인 라인으로 흡수한 것을 기점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 급격히 퍼지고 있는 전략이다.

당시 도메니코 돌체(Domenico Dolce)와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는 “다음 시즌부터 ‘D&G’는 돌체앤가바나에 흡수될 것이다. 이를 통해 돌체앤가바나의 컬렉션은 더욱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시작한 때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패션계는 D&G의 갑작스러운 중단에 대해 돌체앤가바나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융통성 있고 젊은 감성의 D&G는 패션 바이어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메인 라인과 상생하기보다는 서로의 매출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D&G의 저렴한 상품이 메인 라인의 이미지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역시 ‘마이클 바이 마이클 코어스(Michael by Michael Kors)’를 포기했으며 케이트 스페이드 새터데이(KATE SPADE SATURDAY)도 단순하게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로 통일했다. 미국 럭셔리 브랜드 DKNY는 거꾸로 메인 브랜드가 중단되고 세컨드 브랜드가 메인으로 올라서는 등 한때 유행처럼 번진 글로벌 패션계의 멀티 브랜드화는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메인 라인 대비 대중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세컨드 브랜드(서브 라인)다. 지난 1966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현재 생 로랑)이 기성복 라인인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슈(Yves Saint Laurent Rive Gauche)’를 론칭한 것이 세컨드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베르사체(Versace), 도나카란(Donna Karan), 알마니(Armani) 등이 베르수스(VERSUS), DKNY, 엠포리오 알마니(EMPORIO ARMANI) 등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권리를 제공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세컨드 브랜드는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이어받았지만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며 승승장구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D&G,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세컨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패션 비즈니스의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컨드 브랜드의 인기와 기능에 대해 패션계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컨템포러리 패션이 놀라울 만한 주목을 받으면서 과거 세컨드 브랜드들이 독점하던 시장이 과도기를 맞이하며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자라(ZARA), H&M, 망고(MANGO), 유니클로(UNIQLO)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패션계를 장악하기에 이르면서 세컨드 브랜드는 비싸면서 메리트가 없는 옷으로 전락해버렸다. 이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최선의 대안으로 세컨드 브랜드를 메인 브랜드에 편입하는 것을 택하고 있다. 강력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듦과 동시에 가격대를 넓게 운영함으로써 기존의 세컨드 브랜드 포지셔닝을 메인 브랜드에서 커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는 명료한 아이덴티티를 전하게 된다.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이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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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패션 에디터(__*) 1:1 신청 환영 press@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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