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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패션계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 1

국내외를 막론하고 패션계에서 고질적으로 불거지는 문제는 성, 인종, 장애인, LGBT에 대한 차별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영미권이 폭력에 관대한 대신 노출에 민감하다면 북유럽권은 반대다. 유럽 민방 채널에서는 유두의 노출까지 허용하는 경우도 있고 스웨덴 공공장소에는 속옷 차림의 모델들이 등장하는 H&M 대형 포스터가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모두에게 ‘당연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빌보드 광고와 방송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형식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패션계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갑론을박이 현재진행형인 것도 이 때문이다.
 

Justin Bieber(@justinbieber)님이 게시한 사진님,


 
최근에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광고 캠페인 ‘#mycalvins’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전 세계 각국의 빌보드는 물론이고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들의 인스타그램에도 빈번하게 등장했던 이 광고가 여성 혐오적인 사상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는 자신의 속옷을 ‘으시’댔고 켄달 제너(Kendall Jenner)는 캘빈 클라인을 입고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 소호에 있는 캘빈 클라인의 빌보드 광고를 목격한 이들은 적지 않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욕적’이고 ‘여성 혐오적’이라며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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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주인공은 클라라 크리스틴(Clara Christine)과 페티 왑(Fetty Wap)이다. 클라라 크리스틴은 ‘난 내 캘빈(#mycalvins)을 입고 유혹한다’고 좌측에서 말하는 반면 우측에 있는 페티 왑은 ‘난 내 캘빈(#mycalvins)을 입고 돈을 번다’고 적혀있다.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치부된 것이다.

이를 접한 미국 여성 속옷 브랜드 써드 러브(Third Love) CEO 하이디 잭(Heidi Zak)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빌보드 광고를 제거하려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캘빈 클라인 CEO 스티브 쉬프만(Steve Shiffman)에게 다음과 같은 공문을 보냈다.

“여성이 투표권을 쟁취한지 거의 100년이 되어 가는 현재에도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전파하는 캘빈 클라인 같은 회사가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남자는 돈을 벌러 직장에 다니고 여성은 성적 대상 밖에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 말이다”
 
 

 
 
하이디 잭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캘빈 클라인 광고가 왜 문제인지를 설명하며 그 아래를 지나가는 행인들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서 ‘#MoreThanMyUnderwear(내 속옷 이상으로)’라는 새로운 해시태그를 시작했고 온라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 서명 운동도 신청했다.

비난의 여론이 점점 거세지자 캘빈 클라인은 문제가 된 빌보드 광고를 제거했다. 하지만 캘빈 클라인은 하이디 잭의 압력을 못 이겨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뉴욕 소호에 있는 광고는 2016년 홍보 캠페인의 일부로 새로운 광고로 교체됐다. 캘빈 클라인은 소비자들의 제품 인식을 매우 심각하며 여기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 동등과 성에 대한 편견 타파를 세계적으로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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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클라인뿐만 아니 여타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가 공개한 2016 S/S 시즌 광고 캠페인 화보는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공개된 화보 속에는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다. 스파게티를 먹거나 사진을 찍는 등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포즈가 문제가 됐다. 가운데 식탁에 앉은 동양인, 백인, 흑인 세 명의 모델 중 동양인 모델만 턱받이를 한 채 스파게티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는 시늉을 하고 있다. 다른 두 모델은 포크를 사용하고 있다. 평소 파격적인 화보로 유명한 돌체앤가바나는 이전에도 흑인 비하와 성폭력 미화 등의 이유로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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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잡지도 있다. 미국 잡지 인터뷰 매거진(Interview Magazine)이 카일리 제너(Kylie Jenner)와 촬영한 12월호 패션 화보가 문제였다. 공개된 화보 속 카일리 제너는 선정적인 의상과 메이크업을 한 채 휠체어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얼핏 보면 마네킹 같기도 하다. 대중들은 섹스 돌(Sex Doll)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은 무력하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어 불쾌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실제로 한 장애인 여성은 자신이 휠체어에 탄 모습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며 “장애인 차별은 패션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인터뷰 매거진 관계자는 “카일리 제너가 매스 미디어에서 물건처럼 다뤄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뿐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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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맥심 코리아(MAXIM KOREA)는 지난해 발행한 9월호를 전량 회수 폐기하며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해당 호 표지 모델은 영화 속에서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배우 김병옥이다. 그가 나온 화보에는 여성을 납치해 자동차 트렁크에 실은 듯한 장면이 연출돼 있다. 이와 함께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잖아? 이게 진짜 나쁜 남자야. 좋아 죽겠지?’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표지 외에도 해당 호 잡지 내용에는 김병옥의 인터뷰 기사와 함께 성폭력 장면을 연상케 하는 화보가 담겨 있다. 이를 접한 맥심 본사인 맥심 미국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패션 매거진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은 ‘역대 최악의 표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맥심 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화보 전체의 맥락이 살인, 사체유기의 흉악 범죄를 느와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으나 성범죄적 요소는 화보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성범죄를 성적 판타지로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린 뒤 9월호 전량 회수 및 폐기 의사를 밝혔다. 이미 판매된 잡지로 얻은 수익은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수익금 모두를 성폭력 예방 단체에 기탁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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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또한 예술의 범주 안에 머문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델, 의상, 소품, 장소, 배경 등을 통해 맥락을 형성한다. 때로는 중의적인 의미와 선정성 사이에서 ‘소통’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 소통은 완전한 실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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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패션 에디터(__*) 1:1 신청 환영 press@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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