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에르메스’ 입점…명품 유치 전쟁 신호탄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 입점을 이끌어내며 본격적인 명품 유치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작년 하반기 인천국제공항 3기 면세 사업자로 영업을 시작한 신세계면세점이 빠르면 올 6월 안으로 에르메스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임시 매장으로 운영 중인 29번 게이트 맞은편에 다음 달부터 약 40평 규모로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조율 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일반적으로 대형 패션 업체 하나가 들어오게 되면 경쟁사들도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신라면세점이 여객 터미널 동편에 에르메스 매장을 운영 중에 있어 서편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이 공사를 마치게 되면 인천국제공항엔 총 2개의 에르메스 매장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아직 면세점 입점에 대한 의견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면세 업계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명품) 유치를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될 경우 그들의 입지가 커지고 오히려 면세 업체의 협상력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공사비와 인건비, 마진율 등을 조정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매장을 빼는 순간까지 그 사실을 미리 알려온 사례가 없다. 일단 철수 소식이 언론에 나가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매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갑’의 위치에, 면세 업체들은 ‘을’의 입장에 있다. 실제로 매장을 비울 의사가 없어도 여러 면세 업체들과 저울질을 통해 유리한 입점 조건과 마진율을 얻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입점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언제든지 유리한 조건에 맞춰 나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정부는 면세점 확대로 시장을 발전시킨다는 취지였으나 오히려 면세 업체들의 부담이 높아져 국가 경쟁력 자체가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2일 강원도와 부산 규제 프리존에 신규 시내 면세점 추가가 확정되며 올해만 최소 2곳 이상의 특허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횡포는 더욱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횡포와 이로 인한 면세 업체들의 협상력 약화는 마진율 저하로 이어지고 재고를 부담해야 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판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결국 이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며 가격경쟁력 저하로 국내 면세 업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