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한희와 두타 면세점의 ‘유니폼’ 스토리
카이(KYE)를 이끄는 계한희 디자이너가 두타 면세점의 유니폼 디자인을 맡았다.
최근 정형화된 디자인과 엄격한 가이드를 따르는 ‘유니폼’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유니폼은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며 착용자들에게 소속감과 책임감을 부여한다. 기업들에게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그래서였을까? 다수의 기업들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유니폼을 재정비했다.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e)는 대한항공 유니폼을 산뜻하게 바꿨고, 아시아나항공은 진태옥과 함께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KTF는 손정완∙지춘희와, 하나금융은 정구호, 맥도날드 코리아는 앤디앤뎁(ANDY&DEBB)과 함께했다.
계한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유니폼은 모험과 도전 그 자체다”라며 “유니폼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라고 전했다.
계한희는 유니폼을 매일 입어야 하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배기 팬츠와 운동화도 언급됐었다. 하지만 체형과 피부색, 스타일이 모두 다른 불특정 다수를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했다. 배기 팬츠는 와이드 팬츠로, 운동화는 플랫폼 슈즈에서 슬립온으로 변형됐다. 또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니트 카디건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계한희는 유니폼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도 곁들였다. 재킷과 블라우스 여밈 부분에는 스냅을 단 매듭 디테일을 적용했고 네크라인은 한복의 동정을 응용했다. 그리고 첫인상을 좌우하는 안내 데스크 유니폼에는 노방 소재를 테이핑했다. 사실 계한희 디자이너는 두타 면세점 내부 인테리어에서 착안해 창살무늬처럼 보이는 오가닉 리넨 소재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탁에 편리해야 하기 때문에 리넨 조직감의 폴리에스테르로 대체했다. 또 그녀는 재킷의 앞쪽 대신 뒤쪽에 포켓을 만들었다. 그녀는 “유니폼은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제약이 있다. 가령 재킷에 앞주머니가 있으면 손을 넣기 쉽고 소지품을 보관하다 보면 형태가 망가질 수 있다. 또 흰색은 사용할 수 없다. 매일 입어야 하는 데 오염되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뒤쪽 포켓을 활용해 수첩, 볼펜과 같은 간단한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세가 흐트러질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한희 디자이너는 “여성들은 늘 본인 사이즈보다 더 날씬해 보이길 원한다. 그래서 블라우스에 조끼를 추가했다. 남성적인 조끼의 양쪽 허리선을 커팅해 잘록해 보이는 효과를 넣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녀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는 핑크 컬러로도 이어진다. 그녀는 “두타 면세점 로고에 핑크 컬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자칫 어두울 수 있는 모노톤 일색의 유니폼에 비비드한 핑크를 적용하기로 했다. 블랙 재킷 소매 안감과 카디건, 겨울철에 입는 케이프 안쪽 아랫단과 슈즈 뒤축에 포인트로 핑크를 가미했다. 다들 파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