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현실과 동떨어진 콧대 높은 전략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대 효자 사업인 면세점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본사 방침 상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제한하는 기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샤넬의 지난해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은 649억 원으로 2014년 대비 20% 가량 줄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이어 2위 매출을 기록하는 신라면세점 서울점 역시 229억 원으로 전년대비 24%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매출은 145억 원에서 137억 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은 2014년 8조 3077억 원에서 9조 1983억 원으로 11% 가량 성장했다. 이는 소비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가 아닌 브랜드 선호도에 따른 결과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목록에서 샤넬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관광객의 매출이 절대적인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샤넬의 지난해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출은 35억 원으로 전년도 85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흥미가 감소했다는 진단도 있다. K-뷰티가 돌풍을 일으키며 면세점 시장 내 주도권을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완전히 쥐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면세점에서 판매된 제품의 매출과 비중을 품목별로 살펴보면 화장품이 4조 1885억 원으로 45.5%, 잡화가 1조 4718억 원으로 16%를 차지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샤넬이 추가 매장을 오픈하는 데 유난히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프랑스 본사는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추가 매장 오픈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오픈한 국내 시내 면세점 가운데 샤넬이 입점을 확정 지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면세점이 입점 의향서(LOI)를 받아놨다고 밝힌 게 전부다.
두산면세점과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샤넬의 라이벌인 루이비통(Louis Vuitton), 에르메스(Hermès)와 입점 협의를 마쳤다. 반면 샤넬은 여전히 논의 중에 있다. 지난해 오픈한 HDC신라면세점도 샤넬과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현재 샤넬에게 있어 매출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전략을 선회하고 적극적인 유통망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샤넬은 지난해부터 유동적인 가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콧대를 낮출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