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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강어패럴 정만선 장인 “봉제산업의 부활을 꿈꾼다”

평강어패럴 정만선 대표(장인)
평강어패럴 정만선 대표(장인)가 봉제산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봉제에 대한 열정 하나로 40여 년 인생을 국내 최고 디자이너와 함께 한 정만선 장인. 대전 출신인 그는 1980년에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개나리 보따리 짐 하나만 들고 상경했다. 운이 좋아 명동에서 소위 ‘시다’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평소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 덕분에 단기간에 인정을 받았다.

정만선 장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은 설윤형 디자이너, 앙드레김을 시작으로 손정완 디자이너, 진태옥 디자이너 등 당대 최고의 부티크를 도맡은 ‘언성 히어로’다. 

그러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왔다. 모 숙녀복 근무 시절 조합원들과 업주 간의 갈등이 노동쟁의(스트라이크)로 번지면서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부당함을 알리고 불합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동안은 취업조차 어려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처지였다. 그렇게 한 번 찍힌 낙인은 겨울철 부는 칼바람보다 훨씬 더 매서웠다.

이러던 그가 내민 카드는 바로 창업. 아니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만선 장인은 ‘봉제’ 외에 그 어떤 업종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1992년에 명주라는 기업으로 첫 창업을 했지만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한 채 2012년 폐업을 결정해야만 했다. 

평강어패럴 정만선 대표(장인)
평강어패럴 정만선 대표(장인)가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위기를 맞은 봉제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4년 전에는 한강에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한 디자이너가 1억 원 규모의 오더를 주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판매하는 데 이렇게 잘 팔아요?”라는 질문에 디자이너의 대답은 온라인 이커머스. 이때 머리를 둔기로 맞는 듯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본인을 비롯해서 대부분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이때 내부터 인터넷에서 광고도 하고 홍보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보란 듯 2015년에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평소 주변을 잘 살피는 성격과 영화 역린 속에 나오는 명대사 ‘중용 23장’처럼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라는 소신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해 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기술과 융합, 그리고 초연결 사회로 진입되고 있는 4차 산업 시대에도 그에게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Q. 봉제기업들이 노후화되면서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두를 위기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기회로 봐야 한다. 경공업 중심으로 발전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도 늘 어렵다고 했다. 한 번은 서울독산 의류제조 소공인특화지원센터(센터장 박경묵)에서 협업프로그램과 멘토링을 지원했었다. 핵심은 ‘생산자는 생산만 해야 한다. 생산자가 판매를 하게 되면 어려움의 연속이다’였는데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던 내용이 지금은 어찌나 잘 맞는지 모르겠다.

Q.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소비자를 비롯하여 스타트업, 신진 디자이너 등 모든 소비영역이 모바일로 이동했다. 첫째는 이 흐름에 편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의 소비자인 스타트업과 신진디자이너, 쇼핑몰들이 쉽게 검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했어야 했는데 관련 전문가가 없다 보니 먼 불 보듯 구경만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외도’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주변을 보면 남의 떡이 커 보여 한 눈을 파는 경우들이 왕왕 있는데 소신을 갖고 한 길만 가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끝으로 경쟁력 없는 봉제기업들이 너무 많다.

Q. 힘든 과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해결 방안은?
모바일 시대라고 스타트업처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이들의 강점과 우리의 강점은 엄연히 다름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영역에 맞는 광고나, 콘텐츠를 강화하면 서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추후 ‘일감매칭시스템’이 구축되면 우븐, 다이마루, 자수 등 각 부문에서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디자이너들이나 스타트업들이 검증하고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예산적인 문제도 있으니 좀 더 점검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봉제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어진다.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자생력을 찾아야 한다. 지금 봉제기업의 수는 많다고 본다. 5~10개씩 기업들이 병합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마다 기계나 시설을 다 갖출 것이 아니라 협동해서 사용해야 한다. 

Q. 20년 동안 꾸린 회사가 폐업했다. 재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봉제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폐업 후 실의에 빠져있으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었다. 어느 날 새벽같이 일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다시 시작해 보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년 전에 재창업을 하게 됐다. 

Q. 그래도 재창업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아직도 빚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신용불량자로 신용회복 중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4년 전 4억 원의 채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1억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도 큰 어려움이 있지만 이 지긋지긋한 올가미를 벗고 싶다. 곧 정상적인 금융거래도 할 날이 오지 않을까.(웃음)

소우앤지
현대백화점 천호점 프리미엄 하우스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공동브랜드 ‘소우앤지’. 이 브랜드는 기간 내 단일브랜드로는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입점 제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Q 창업 후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금융이다. 이 단어의 의미인 돈의 흐름이 원활하고 제대로 융통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창업 이후 엘지패션(LF전신), 코오롱 등 대기업의 오더와 금호그룹에서는 ‘유니폼 제작’ 계약을 턴키로 따내는 등 큰 오더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시즌 일이 3월에 생산해서 5월에 납품, 8월에 생산해서 10월에 납품한다. 이 시기는 봉제공장의 성수기인데 납품 시기와 겹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평소에는 1만 원짜리 오더를 6~7천에 할 수 있는 데에 반에, 성수기 때는 10% 손해를 보면서 납품하기도 한다. 손해 보면서 하는 이유는 일시적인 자금 해소를 하기 위해서다. 납품 시기만 조율이 되더라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Q. 후배 기업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사업을 하다 보면 단맛 쓴맛을 다 맛보는 것 같다.(웃음)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오더도 받다 보니 내 세상처럼 보이더라.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실패하면서 극심한 채무에 시달려야만 했다. 초기 창업가들은 특히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

Q. 재창업을 하면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나의 경우 40년의 경력이 있는데 어느 날 폐업을 하게 되면, 본인 명의로 재창업 하기는 사실상 힘든 구조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사업자를 아내 명의나 가족 중 다른 명의로 낼 수밖에 없다.  

재창업의 기회를 선진국처럼 확대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성지인 미국, 이스라엘의 경우 실패를 훈장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또 일어서고 주위에서도 창업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실패한 사람들을 벌레 취급한다. 예컨대 이미 채무가 많아 폐업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는가. 금융권, 기관 등에서는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데 신용이 낮다거나 보증이나 담보물 세우라고 한다. 

[인터뷰] 평강어패럴 정만선 장인 “봉제산업의 부활을 꿈꾼다” | 1
소우앤지 공식 BI(제공 : 서울의류협회)



Q. 향후 목표와 비전을 알려 달라
우선 지금 하고 있는 기업을 평강어패럴을 강소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류협회(금천구 소재)는 소속으로 공동 기획, 제조, 유통하고 있는 브랜드 ‘소우앤지’를 반열에 올리고 싶다. 서울의류협회는 우리나라의 최고의 장인들로 모인 조합단체로 한섬, 제일모직, LF,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국내 정상급 기업들의 브랜드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이 장인들이 모여 지난해 9월 소우앤지(S.E.W&G)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유는 기존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품질로 중간 마진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소우앤지에는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어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많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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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풀코스 마라톤을 즐기는 패션에디터. 스포츠 / 아웃도어 / 온오프 리테일을 출입합니다. ethankim@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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