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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네질도 제냐 XXX 2020 여름 컬렉션

르메네질도 제냐 XXX 2020 여름 컬렉션 | 1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규모의 천고 높은 폐공장 건물에서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2020 여름 컬렉션 캣워크가 펼쳐졌다.

1906년 지어진 이곳은 한때 이태리 근대 철강산업을 발전시킨 기념비적인 곳으로 지금은 점차 쇠퇴하여 도심 속 황무지로 남았다. 현재 이 잊혀진 장소는 주변 녹지대, 주거단지와 함께 과학 및 건강 연구의 중심 단지로 재조성 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결국 이 지역은 다시 대도시의 한 구성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는, 기존 원단으로 새로운 원단을 제작하고 전통 기술을 재해석해 현대적 테일러링 기술을 개발하는 제냐의 철학과도 같다. 이번 쇼의 슬로건인 #UseTheExisting 이 제냐의 가치를 대변한다.

제냐의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 (Alessandro Sartori) 가 이번 컬렉션에 대해 “세상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의무이다. 원단 제작부터 정교한 테일러링 기술, 그리고 확고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패션쇼까지, 내가 원하는 창조적인 방법으로 이 의무를 다 하고 싶다.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결국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다. 기존의 것을 다시 사용하고, 버려진 원단으로 새로운 원단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테일러링 기술을 탐구하며, 버려진 장소를 창조의 장소로 바꿀 수도 있다”고 전했다.

날카로운 산업적 감성을 내세운 이번 시즌, 룩은 블루종, 셔츠, 폴로를 트라우저와 매치하여 실용적인 수트 룩을 선보인다. 사르토리는 테일러링의 정수에 근간을 두고 글로벌 세대의 빠른 속도에 맞추어 변화된 전통적 요소를 수트에 담아내고자 했다. 실루엣은 단정하다. 박시한 블루종, 볼륨감 있는 코트, 슬릭한 3버튼 블레이저와 슬림한 원 버튼 재킷을 부드럽고 넉넉한 트라우저와 스타일링 했다. 스포티한 룩과 테일러링의 요소를 융합하여 범주의 경계를 허물고 실용성을 더했다. 견고하면서도 초경량인 울, 실크 원단을 사용해 재단 공정의 정교함과 가벼움을 강조하고, 그래픽 프린트와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컬렉션에 리듬감을 주며 넓은 패턴의 미네랄 염색으로 깊이 있는 데님 색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쇼의 해시태그인 #UseTheExisting는 제냐 원단 사업부에서 기존 보유한 자원으로 재가공한 천을 더욱 많이 활용하려는 확고한 의지와 약속이다. 그 중에서도 아킬 (Achill) 수트는 제냐의 아킬 농장에서 수트를 제작하는 과정 중 남은 울을 재가공하고 다시 직조하여 만든 수트로, 이를 통해 완전한 지속가능 공정을 실천하고 있다. 기능적인 컨셉에 맞추어 액세서리 또한 실용적이다. 볼드한 굽 장식의 프린팅 부츠, 더비 슈즈, 시그니처 클라우디오 스니커즈가 돋보인다.

이번 시즌 룩 색상은 시멘트, 철강, 석탄 등 공업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광물의 색을 혼합해 우아한 느낌을 자아낸다. 매트한 블랙과 레드, 브라스, 러스트, 샌드, 매트 골드, 여기에 옅은 톤의 누드, 아쿠아, 리프 그린, 틸, 구리 등 밝은 컬러들이 조화를 이룬다.  

도태된 것이 변화를 통해 다시 전체의 구성요소가 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제냐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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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여성복, 캐주얼 담당 에디터입니다. 셀럽스타일 및 국내외 컬렉션을 전문적으로 취재합니다. designers@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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