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위크, 한꺼풀 벗겨보기
며칠 전 아는 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아는 친구가 모델이라서 패션위크에 가봤거든요. 그런데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모델들만 보고 왔어요.” 당연하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공부를 안 하면 모를 수 밖에 없다. 조선 정조시대 문인 ‘유한준’은 말했다. “사랑하면 보이고, 보이면 알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건 예전 같지 않더라.” 즉 좋아하고 사랑해야 내면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살면서 무심코 지나쳤지만 어떤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면 남이 못보는 걸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패션위크도 마찬가지로 알고봐야 재미있고 하나라도 더 가져갈수 있다.
자 지금부터 패션위크 제대로 알아보자.
# 패션위크란?
패션위크는 디자이너의 최신작품을 미디어와 바이어들에게 발표하는 패션쇼 집중 주간이다. 디자이너는 패션위크 기간에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제시한다. 또한 바이어들에게 작품을 어필해 매출을 올리려고 하는 패션마켓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패션위크는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표하고 검증 받는 데뷔무대 혹은 컴백무대랑 일맥상통한다.
패션위크를 볼 때 꼭 알아야 하는 것 한가지는 패션컬렉션은 한 시즌을 앞서간다는 것. 예를 들면 지난 10월18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서울패션위크’의 정식명칭은 2014 S/S ‘서울패션위크’다. 내년 봄/여름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거다. 아마 이런 사실을 모르고 패션쇼를 보는 사람들은 “아니 왜 모델이 쌀쌀한 가을에 반팔이랑 반바지를 입고 나오지”라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다. 이제 패션위크의 개념을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보는 걸로 그치지 말고 내년 유행은 어떻겠다라는 걸 머릿속에 그려보면 한층 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 패션위크 넌 어디서 왔니?
“패션위크가 제일 먼저 열렸던 곳은”? 이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문화수도, 시크한 ‘파리지엥’이 사는 곳 ‘파리’라고 대답을 할 듯싶다. 안타깝게도 정답은 땡. 패션위크는 1943년 뉴욕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 패션산업의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프랑스 파리가 아닌 왜 뉴욕일까. 그 깊은 이면에는 파리패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미국 디자이너들의 의지와 함께 절묘한 시대적 상황이 맞물렸다. 19세기부터 귀족과 부르주아를 대상으로 한 프랑스 패션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그 결과 샤넬, 이브생로랑, 크리스티앙 디오르등 수많은 디자이너가 1900년대 초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세계2차대전이 벌어지면서 파리 패션산업은 역사의 뒷면으로 잠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 미국디자이너들은 파리에 가서 작업을 하며 패션에 대한 영감을 얻었는데 전쟁 때문에 파리는 접근금지 지역이 되고 만다.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미국 디자이너들은 이때가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라고 생각했다. 미국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때마침 미국 패션산업 홍보의 입지적인 인물인 ‘엘레너 램버트’(Eleanor Lambert)가 세계역사상 처음으로 ‘프레스위크’란 이름으로 패션위크를 개최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패션잡지 보그는 ‘프레스위크’이후에 적극적으로 미국디자인의 우수성을 보도했다. 결국 ‘프레스위크’가 미국패션산업 발전의 도화선 같은 역할을 한 거라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약 40개국에서 패션위크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 삼위일체는 성경에만 존재 하는 게 아니다
패션쇼는 약 20분 동안 펼쳐지고 주제, 의상, 음악이란 스토리라인이 3박자를 이룬다. 이 짧은 시간 동안 3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된 쇼는 바이어와 미디어 그리고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22일(화)에 열렸던 2014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최지형 디자이너는 1930년대 미국의 산업화 된 공장을 모티브로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다. 모델들의 의상도 거의 검정색 아니면 흰색등 단색이 주를 이뤘고 의상 곳곳에는 못을 프린팅해 공장의 차가운 느낌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했다. 음악 역시 주제에 맞게 미니멀리즘을 나타내는 일렉트로닉(Have a stab at FABRICLIVE 66, Africastle)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인상 깊은 쇼를 연출했다. 패션쇼는 단지 모델들이 옷만 입고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닌 감독의 연출영역과 예술가의 창조영역을 수시로 넘나든다.
# 세계 4대 패션위크의 비밀
세계 4대 패션위크는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 1년에 2번씩 열린다. 특이하게도 S/S컬렉션 F/W컬렉션 모두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밀라노를 거쳐 파리에서 막을 내리는데 그 내면에는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상업적인 의도가 깔려있다. 아마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왜 뉴욕→런던→밀라노→파리의 순서로 돌아가는지 어느정도 알아챘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뉴욕은 덩그러니 홀로 미주에 붙어있고 나머지 3곳은 유럽에 있다. 패션위크의 주 대상인 바이어와 미디어의 관심을 끌려면 뉴욕에서 시작을 해야 다음 일정을 순탄하게 치를 수 있다. 만약 파리에서 시작해 뉴욕을 거쳐 런던으로 이동하는 요상한 스케줄이라면 흥행에 참패할 건 자명하다. 여행을 할 때도 이동경로를 잘 설정해야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듯이, 바이어와 미디어에게 편의를 제공해 최대의 홍보효과와 이윤을 만들어내려는 세계패션산업계의 복안이 패션위크의 일정 속에 잘 녹아있다.
# 머니, 머니, 머니
세계 4대 패션위크의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패션위크의 각종 통계수치를 잠깐 살펴 보자. 2012년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는 패션위크 기간 동안 뉴욕시의 경제파급효과를 매년 약 8천5백억원으로 분석했다. 내년 2월 뉴욕에서 열릴 미국 최고 인기스포츠 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약 4천3백억원, ‘US오픈 테니스대회’ 약 7천5백억원의 경제파급효과를 고려해 볼 때 뉴욕패션위크의 경제적 위상이 어떤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제 패션위크는 단지 패션쇼가 아닌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 뉴욕패션위크 경제 효과
– 호텔: 60억원
– 상점: 70억원
– 레스토랑: 90억원
– 장소대여비: 120억원
– 총 방문자 소비액: 5천3백억원
– 방문자수: 23만2천명
– 미디어: 34개국, 4천명
– 일자리 창출: 17만3천명 고용
통계출처: NYC Fashion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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