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패션 시대 다가온다
메타버스가 패션 시장을 달궈놓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 또는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된 신조어다. 메타버스의 기술력과 패션 산업의 융합을 나타내는 말이 메타패션이다. 본지는 패션 기업들의 메타패션 동향 및 향후 메타버스 시대 패션산업의 흐름과 전망을 분석해 봤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다. 물론 레디 플레이어 원이 표현한 메타버스 세상이 언제쯤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느정도 짐작 된다. 영화에서 보면 가상공간에서 주인공이 이동하는 장소에 따라 자신의 아바타의 헤어와 패션스타일을 바꾼다. 어쩌면 이 장면이 메타버스 시대에서 패션산업과 가장 연관된 비즈니스 행위일 것이다.
사실 단편적으로 메타버스와 패션 산업의 연관 범위를 단정 지을 수 없다. 왜냐면 가상현실, 증강현실의 적용 범위 그리고 가상 아바타와 가상 세계에 대한 사람마다 인식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마다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사전적으로 정의는 무의미하다. 특히 메타버스는 현재 100% 완성형이 아닌 진화하고 있는 기술로 지금 메타버스를 정의하더라고 2-3년 후 기술 발전에 따라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올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 패션기업
메타패션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기술 기반인 메타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알아야 한다.
지난 2003년 린든랩에서 출시한 가상현실 공간 또는 이를 이용한 게임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는 한때 전 세계가 주목했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경제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전자화폐인 린든 달러를 통해 물건을 사고 팔고했다.
이전의 게임들은 시나리오 혹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된 반면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준 세컨드라이프는 가상현실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세컨드라이프에 디지털 패션의류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디다스, 아르마니, 캘빈클라인은 2007년 그 당시 100만 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온라인 가상세계 세컨드라이프에서 디지털 패션을 첫 선보였다. 개념적으로 보자면 패션기업들은 이미 13년전 메타패션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물론 과거의 시행은 목적이 달랐을 것이다. 판매보다는 기업 브랜드의 홍보 목적에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시작한 탓일까? 이 서비스는 2010년을 정점으로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아무래도 가상의 공간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서비스인데 당시의 컴퓨터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의 한계 등 기술적인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세컨드라이프가 꿈꾸던 컨셉의 서비스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과 제페토, jump VR 등의 소셜 서비스로 이어지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중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여기에 구찌, 돌체앤가바나, 에트로, 타미힐피거, 랄프로렌, 불가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패션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MCM, 커버낫 등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제페토에 둥지를 틀었다. 모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상점을 열고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메타패션 불꽃 경쟁
제페토에 불을 붙인건 구찌다.
지난해 구찌는 이탈리아 피렌체 매장과 옮겨 온 듯한 ‘구찌 빌라’를 제페토에 열었다. 당시 구찌는 제페토 내 매장에 총 60여 종 아이템을 출시했는데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같았다. 이 제품들은 며칠 만에 완판됐다.
가능성을 확인한 구찌는 제페토와 두 번째 협업을 이어갔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 공간과 작품을 제페토에 선보였다. 3월 한 달간 이곳을 방문한 제페토 이용자는 75만명, 이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5만7000여 건에 달한다. 구찌가 이번 가상 전시로 판매한 제페토 아이템은 11만개 이상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불가리(BVLGARI)가 지난 8월 제페토)에 ‘불가리 선셋 인 제주(SUNSET IN JEJU)’ 팝업 스토어를 반영한 단독 가상월드를 오픈했고 랄프 로렌도 랄프 로렌 월드(The World of Ralph Lauren)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리바이스도 제페토샵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제페토샵에서 만날 수 있는 리바이스 아이템들은 총 15가지로 아이코닉 아이템인 501®오리지널 진을 비롯하여 티셔츠, 데님 트러커, 웨스턴 셔츠, 502 테이퍼 진, 하이루즈 진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배럴즈의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내 브랜드관을 운영 중이다. 비대면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커버낫은 제페토 브랜드관 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MZ세대에게 가상세계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커버낫 브랜드관을 방문하는 고객은 C 로고 니트, C 로고 맨투맨, 리버시블 숏패딩 등 커버낫의 인기 아이템들을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이들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디지털 의류다. 메타패션은 패션과 메타버스·NFT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부상한 트렌드로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디지털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전용 의류이다. 자신의 아바타에 착용가능한 의류다.
이 같은 트렌드 확산으로 메타버스 전용 브랜드를 선보이는 기업도 있다. 에프앤에프는 프리미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수프라(SUPRA)를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로 리론칭했다. 당초 오프라인 브랜드였던 수프라를 에프앤에프가 메타버스 전용 브랜드로 바꾼 것이다.
수프라 디지털 의상들은 가상 현실에서도 플렉스(FLEX)를 추구하는 젊은 리더들을 위한 스타일링으로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 의상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착용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수프라를 통해 디지털 경험을 토대로 물리적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 나간다고 밝혔다.
이처럼 패션기업들의 메타버스 러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체 관계자는 “메타패션은 오프라인과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려는 MZ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며 “패션 시장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중이지만 패션산업에 IT 기술이 더해지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고 말했다.
메타패션…2030년 550억달러 달할 블루오션
메타패션은 메타버스의 확산과 함께 그 시장규모가 커져 2030년에는 550억달러에 달할 블루오션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이 메타패션을 친환경 패션이자 확장현실(XR) 경험으로 보고 있어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섬유패션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패션테크 시장 선점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메타패션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와 연계해 지난 11월 30일 섬유센터에서 국내 최초 메타패션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에 출시한 메타패션 30벌은 메타패션에 대한 대국민 관심 제고 및 붐업을 위해 유명 디자이너와 셀럽이 협업을 통해 시범제작한 결과물로서 지난 5월말 제작발표회에서 제시한 작품컨셉을 토대로 약 6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제작한 작품들이다.
각 디자이너가 제작한 10벌의 디지털의류 가운데 실물제작이 용이한 3벌씩(총 9벌)은 실물로도 제작되었으며, K패션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0벌의 실물의상은 디지털의류로 제작하여 총 19벌의 의상에 대해 디지털(영상)+실물(모델) 하이브리드 패션쇼가 진행되었다.
이번에 제작된 디지털의류는 KT가 구축하여 새롭게 오픈한 메타패션 플랫폼 ‘Meta Closet’ 앱을 통해 AR 착장 체험 및 사진촬영 등 활용이 가능하다.
향후 정식서비스가 개시(‘23.2Q)되면 오픈형 메타패션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들이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고 이용자들은 착장 체험 및 구매, 나아가 NFT 거래도 가능하게 될 예정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섬유패션이 제조의 틀에서 벗어나 서비스나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중 대표적인 메타패션은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우리가 패션뿐 아니라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만큼 블루오션인 메타패션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창출하고 양질의 디지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메타패션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IT기업 메타버스 기술 현황 | 특징 |
마이크로소프트 | VRAR 플랫폼 메시(,esh), AR기기 홀로렌즈2 개발 |
구글 | 3차원 온라인 영상대화 스타라인 |
페이스북 | 2014년 신생 VR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 30억달러 인수 2019년 페이스북 VR 소셜 미디어 최종 목적지격인 호라이즌 발표 월드빌더 기능 통해 유저들은 코팅 능력 없이 게임 개발이나 가상 매장을 통한 수익 창출 수익 모델은 개인 맞춤형 광고를 통한 광고 수익 예상 |
엔디비아 | 시뮬레이션 협업을 위한 가상공간 플랫폼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 |
텐센트 | 2D 버전의 메타버스라 할 수 있는 위챗 기반 메타버스 투자 확대 |
네이버 | AR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 |
카카오 | 카카오게임즈,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 사업 |
다만 메타패션이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 산업을 능가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현재 메타버스를 통한 디지털 의류 판매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
업체 관계자는 “MZ 세대의 니즈와 위드코로나 시대에 메타패션의 진입은 현재 기업의 마케팅 활용 수단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며 “일부 브랜드들의 성공 진입으로 후발 주자들이 등장하면서 패션기업들의 메타패션 진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