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A] 재생 농업은 어떻게 패션을 변화시킬까?
재생농업에 투자하는 패션기업들
최근 패션업계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친환경 열풍이 불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친환경을 넘어 ‘필 환경’ 시대가 도래하며 패스트패션을 추구하던 패션업계 또한 친환경 패션, 착한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다양한 하다. 재고 제품을 활용하거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녹여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염색과 프린팅 공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생명공학, 식물 기반 색소, 순환 시스템과 같은 최첨단 염색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앞선 기업들은 재생농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혹자는 ‘패션기업이 왠 농업까지’라며 반문할 수 있다. 사람들은 환경을 생각하며 유기농 제품에 관심을 가지지만 지속가능패션을 생각할 때 소비자들은 정작 의류 소재에 관심이 덜하다.
티셔츠와 청바지의 원료인 면은 목화솜으로 레깅스의 재료인 텐셀 섬유는 유칼립투스와 너도밤나무에서 추출된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패션기업들이 추구하는 영역은 다소 상이해 볼일 수 있으나 의류를 만드는 원천 즉 소재는 농업과 연관되어 있다.
기준 | 지속가능 패션 실천 범주 | 내용 |
환경적 | 친환경 소재 사용 | 천연 소재, 재생 자원, 오가닉 제품 |
자원 보호 | 자연자원보호, 재활용 제품 사용 의류쓰레기 및 폐기 소재 사용 | |
전과정 관리 | 생산 단계 및 제품 수명 주기 전 과정 관리, 패키지, 인테리어 등 자원 사용 관리 | |
사회적 | 인권보호, 공정노동 | 자발적 규제를 통한 유리 생산과 윤리 소비 |
사회공헌, 사회적 윤리실천, 기부활동 | 개발도상국의 교육, 의료 등 기부활 등 제품 기증 활동 | |
경제적 | 경영 및 기술 혁신 | 폐자원 활용한 새로운 소재 개발 |
기업 투명성 | 기업 정보의 투명한 공개 | |
공정 무역 | 장기적 관계중심의 거래 및 지속가능한 가격과 임금 보장 | |
지역사회 경제 기여 | 지역사회 자립과 성장에 기여 | |
문화적 | 정신적 가치 존중 | 무분별한 소비를 유도하지 않는 마케팅 |
상생과 화합, 다문화 인정 다양힌 인종 존중 | 지역 문화 및 이해 관계자에 대한 존중, 상생 노력 | |
기타 | 재생 농업 | 지속가능 패션 실천을 위한 생태계 조성 |
그렇다면 재생 농업은 어떻게 패션을 변화시킬까?.
재생농업은 농업생태계를 보전하는 농업 유형의 하나로 유해한 화학물질을 없애고 윤작과 혼작으로 작물을 재배하여 탄소를 포집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탄소배출 감축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에 투자를 확대하고 이유다.
재생농업을 통해 수자원 보호와 생물의 다양성 복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흡수 등 다양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기업과 브랜드에 바라는 지속가능성 가치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소재의 원천인 재생농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 인사이트는 재생농업을 2023년 주목해야 할 주요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패션기업의 이유 있는 재생농업 투자
경제 전문매체인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산업형 농업이 유발하는 탄소가 전 세계 배출량의 30%에 이르고, 전체 담수 사용의 70%를 차지한다. 또 생물의 다양성 손실의 60%가 산업형 농업으로 일어나고 있다. 야심 찬 지속가능성 목표를 설정한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면이나 곡물 등 농작물 생산에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재생농업 방식을 앞다투어 채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재생농업은 경운 작업 최소화, 화학 비료와 살충제 사용 지양, 경작지에 나무 심기, 초지 윤환 방목(초지를 구획으로 나누어 풀이 자라는 시기에 따라 각 구획별로 방목 시기를 달리하는 방식) 등을 통해 토양을 개선하고 침식을 방지한다. CB인사이트는 이 같은 이유로 재생농업이 모멘텀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디어에서 재생농업을 언급하는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30건에 불과했던 재생농업 언급 횟수는 2022년 3분기 642건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파타고니아, 재생농업 적극 투자
재생농업은 면화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패션 브랜드들이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아웃도어 패션 업체 파타고니아는 오는 2030년까지 100% 재생농업으로 생산한 면화 사용 목표를 발표하고, 재생농업 유기농 인증 프로그램을 론칭, 농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에 따르면 현재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해 식품이나 면화를 생산하는 농가는 2500개 이상이다. 또 지난해에는 재생농업으로 생산한 면화를 이용한 제품을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파타고니아는 2018년부터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기업 및 전문가들과 함께 ‘재생 유기농 연대(Regenerative Organic Alliance, ROA)’를 조직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유기농 표준 인증인 ‘재생 유기농 인증’을 개발했다. 재생 유기농 연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제시되고 있는 재생 유기 농업은 현존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유기농 표준으로 토양을 건강한 상태로 되살리고, 동물 복지를 존중하며 농부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타고니아는 1990년부터 면 생산 방식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며 일반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목화가 환경에 해로운 사실을 인지하고 1996년부터 모든 면 제품을 유기농 면 소재로 생산해 왔다. 유기농 방식으로 기른 목화로 제작한 면은 일반 면과 품질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지만 전 세계의 1% 미만의 면이 유기농으로 재배될 뿐이다. 파타고니아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전체적인 농업 시스템을 재생 유기농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의류 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농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파타고니아는 2020년부터 이를 통해 생산한 유기농 면으로 ‘재생 유기농 면(Regenerative Organic Cotton, ROC)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기농 인증 단계에 따라 유기 농법으로 전환하는 중인 ‘전환기 면(Cotton in Conversion)’, 생산 과정에서 물을 84% 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를 감소시키는 ‘인증된 유기농 면(Certified Organic Cotton)’,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최고 수준의 농장에서 생산된 ‘재생 유기 농법 면 파일럿(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 (ROC) Pilot Cotton)으로 구분한다.
신발과 양말을 생산하는 패션 브랜드 올버즈도 2025년까지 신발 제조에 사용하는 울을 재생농업으로 생산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도하는 혁신의 아이콘 올버즈(Allbirds)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IPO 상장 기준을 보완한 세계 최초의 ‘지속 가능한 기업공개(Sustainability Principles and Objectives framework, 이하 SPO)’를 통해 앞으로도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올버즈는 지속가능성, 심플한 디자인, 편안함이라는 3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천연소재를 사용한 신발과 의류 라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재생 농업, 재생 가능 재료 및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지속가능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 설립 단계부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게만 해당하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서, 세계 최초로 100% 자연 식물성 대체 가죽인 ‘플랜트 레더’와 같은 소재 혁신에 앞장서며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유엔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성 경영으로 공정 노동 및 물, 화학제품, 동물 복지 및 추적 가능성과 투명성 등 5가지 주요 항목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모든 신발에 탄소 중립 라벨을 표기하고, 90% 재활용할 수 있는 골판지로 만들어진 포장 박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올버즈는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영과 혁신에 앞장서며, 보다 나은 지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30년까지 팀버랜드의 모든 제품이 자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되돌려주겠다는 메세지를 담은 ‘2030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브랜드 비전’을 발표했다.
아웃도어 활동에서 이어온 브랜드 헤리티지와 더불어 자연보호에 힘써온 팀버랜드는 자연으로 눈을 돌려 영감을 얻고, 재생 농업과 자원 순환을 염두한 친환경 디자인을 통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넷 포지티브 비전을 추구하는 팀버랜드는 2030년까지 달성할 구체적이고도 측정 가능한 두 가지 목표로 모든 제품의 ‘자원 순환을 염두한 디자인’ 및 ‘재생 농업을 통해 생산된 천연 소재 사용’으로 설정했다.
팀버랜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팀 디렉터인 콜린 비엔(Colleen Vien)는 “현재에도 환경은 계속 파괴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패션 브랜드로서 우리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임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금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
유통기업 가운데는 2016년 월마트가 오는 2050년까지 최소 20가지 주요 상품의 지속 가능한 소싱을 약속한 바 있다. 월마트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5000만 에이커의 경작지를 재생농업을 통해 보존, 관리, 재생시킬 것을 약속하며, 월마트와 협력업체, 공급업체가 목표 달성을 위해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업 재생 추진을 노력할 때 소비량이 많고, 소비자 건강과 영양에 기초가 되는 밀, 옥수수, 콩, 쌀 같은 곡물 재배에 집중할 것임을 발표했다.
자연재생기금 설립으로 투자 확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농업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으나 기존 상업적 농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져 실제 농가에서 재생농업 도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취지는 좋으나 투자 대비 수입성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재생농업이 생소한 국내외 소비자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재배된 제품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패션산업계에는 이미 재생농업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했고 이 같은 방식으로 지속가능 패션의 실천 범주를 화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외에도 노스페이스, 발렌시아가, 구찌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재생농업 투자를 위해 자연재생기금을 설립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여전히 지속가능 패션의 기본적인 전략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패션 아이템을 생산하는 것이다. 친환경 패션은 일반적으로 자연에 해를 끼치는 농약,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오가닉 코튼을 사용하거나 동물들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원자재를 소싱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하지만 지속가능 패션은 패션 브랜드들이 제품을 생산함에 있어 더 높은 수준의 환경적 책임을 강조한다 것을 잊으면 안된다. 티셔츠 한 장, 바지 한 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소비되는 수많은 면직물과 살충제와 물사용, 화학섬유를 만드는데 필요한 8,000여종의 화학제품, 또 버려진 옷이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발생하는 유해가스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단을 염색 할 때도 물 소비를 줄이거나 천연 염색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지속가능 패션의 실천 범주는 다양하며 그 범주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재생농업에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Market A는 Market Analysis의 줄인말로 패션서울에서 2023년 새롭게 기획한 꼭지입니다. 앞으로 복종별로 시장 분석을 통해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