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사과했다고 전해라~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이 스코틀랜드의 니트 디자이너 ‘마티 벤틸리온(@mativentrillon)’에게 사과했다고 더 패션 로우(THE FASHION LAW),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 1일 샤넬은 ‘로마 속의 파리(Paris in Rome)’를 테마로 공방 컬렉션(Métiers d’Art collection)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프랑스 배우와 이탈리아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으며, 이탈리아 영화 세트장 시네시타 스튜디오(Cinecittà Studios)에서 화려한 런웨이가 펼쳐졌다. 이어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감독한 영화 ‘원스 앤드 포레버(Once and Forever)’가 상영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일 스코틀랜드에서 페어 아일 니트를 디자인하는 마티 벤틸리온이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샤넬의 쇼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컬렉션에 등장한 페어 아일 니트에서 자신의 디자인과 유사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녀는 지난해 샤넬 직원 두 명이 공방에 찾아와 리서치용으로 자신의 제품을 사갔다고 밝혔다. 당시 자신은 샤넬 패션 하우스의 명성을 믿고 제품을 팔았기에 디자인이 카피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마티 벤틸리온 SNS 글 원문
Endorsement or plagiarism?#chanelofficial@mativentrillon Earlier this summer two Chanel staff visited Fair Isle and bought some of my stock garments with the understanding that the garments were for research, I specifically said that I was going to sell it to them for the reputation of Chanel house and because I would not expect them to copy my design….little I know
패션 매거진 ‘더 패션 로우’에 따르면 마티 벤틸리온을 비롯해 셰틀랜드 의회 정치인 개리 로빈슨 또한 샤넬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운 카피”라고 일침 했다고 전했다. (기사 원문 보기)
이에 샤넬 측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마티 벤틸리온의 디자인을 사용했음을 시인했다. 샤넬은 ‘마티 벤틸리온 디자인’이라는 문구를 달아 그녀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샤넬은 페어 아일의 전통과 노하우를 존경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고 밝혔다. (성명 내용 보기)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 카피 문제는 비일비재하다. 일부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법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도용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배우 윤은혜가 중국 동방위성 TV ‘여신의 패션’에서 선보인 의상이 윤춘호 디자이너가 이끄는 아르케(ARCHE)의 2015 F/W 컬렉션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윤춘호 디자이너는 자신의 SNS 계정에 “코트라는 아이템이 베이스가 되었다는 점, 오버사이즈 핏의 코트 실루엣이 같다는 점, 프릴의 형태, 볼륨, 길이, 소매에 프릴이 부착된 위치, 어깨 패턴이 드롭되는 형태 등 두 의상에서 똑같이 나타난다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심정을 밝혔다.
윤은혜 측은 “2008년부터 워낙 랑방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프릴이 유행했다. 우리는 그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의상이 흰색이라는 것과 팔에 프릴이 달린 점 말고는 앞뒤의 재질, 프릴 모양, 단추 등 모두 다르다”라며 반박했다.
윤춘호는 지난 10월에 진행된 2016 S/S 헤라 서울패션위크 일정을 돌연 취소했으며, 윤은혜는 지난 11일 가방 브랜드 사만사 타바사(Samantha Thavasa) 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행보는 확연히 다르다.
이날 윤은혜는 “그동안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 논란이 있었지만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라고 일축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굳이 가방 브랜드 행사장에서?”, “손에 든 가방은 협찬 상품인가?”, “당연한 사과를 왜 이제야 하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의 액세서리 브랜드 폴더가 국내 스카프 전문 디자이너 브랜드 레이버데이의 제품과 디자인, 컬러, 사이즈가 상당 부분 유사한 니트 머플러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버데이 측은 지난달 20일 이 같은 내용을 일부 소비자와 거래처로부터 전달받아 이랜드에 공식적인 사과와 즉각적인 제품 폐기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랜드의 브랜드 담당자 및 법무팀 측에서는 카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500만 원 가량의 합의금과 함께 이 사실을 함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디자인의 경우 별도의 디자인 및 특허 등록이 돼 있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디자인 카피 문제는 고질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간과할 문제도 더더욱 아니다. 이제는 ‘배 째라’ 식의 무분별한 디자인 표절을 중단하고, 건강한 패션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편 페어 아일은 약 200년 전 스코틀랜드 북부 셰틀랜드 군도의 한 작은 섬에서 사람들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들기 시작한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