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장관, “부르키니 판매하는 H&M∙M&S 사회적으로 무책임해” 발언 논란
프랑스 여성가족부 장관 로랑스 로시뇰(Laurence Rossignol)이 이슬람 전통 여성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를 착용한 여성에게 흑인을 비하하는 말인 ‘니그로(Negro)’에 비유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부르키니는 프랑스 공공 수영장에서 착용이 금지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부르키니: 얼굴과 손, 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여성 수영복)
로랑스 로시뇰은 프랑스 TV 방송사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히잡(Hijab), 부르키니 등 무슬림 여성의 의상을 패션 상품화하려는 H&M, 막스&스펜서(Marks & Spencer), 유니클로(UNIQLO), 돌체앤가바나 (Dolce&Gabbana) 등 글로벌 패션 기업들에 대해 “이슬람 여성 의상을 상품화하는 것은 신체를 옷 안에 가둬두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무책임하다”며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부르키니와 같은 옷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이슬람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옷만 입어야 할 것이다”고 비난했다. (*히잡: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가리개의 일종)
이어 방송 진행자가 자유 의지로 히잡을 착용하는 여성도 있다고 지적하자 “물론 이를 선택한 여성도 있다. 미국에서 노예 제도를 지지한 ‘니그로’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막스&스펜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수영복을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우리 회사 정책에 이미 익숙하다”고 맞받았다.
info de dernière minute Laurence #Rossignol est nommée directrice de campagne de Donald #Trump
— Perrin (@subversifperrin) March 30, 2016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는 분노에 찬 댓글과 함께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프랑스 유명 코미디언 올리비에 페랭(Olivier Perrin)은 막말을 서슴지 않는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로랑스 로시뇰 장관을 자신의 선거 참모로 임명했어야 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온라인 서명 사이트 Change.org에 로랑스 로시뇰 장관의 징계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시작됐다. 이곳의 운영자는 “또다시 정치인의 언어폭력에 대한 분노와 격분할 일이 생겼다. 이슬람 패션에 대한 잘못된 발언에 대한 질문에 로랑스 로시뇰 장관이 무슬림 여성과 강제 이주시킨 노예에 대한 개념에 혼란은 가중하고 이들 모두에게 오명을 씌우는 막말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하루에만 1만 4600명 넘게 서명했다.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로랑스 로시뇰 장관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니그로’란 말은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의 노예제 폐지론을 얘기할 때만 쓰는 말이라며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도발이나 충격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도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후 AFP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해명을 하면서 “이 발언에 대한 파장이 이렇게 확대될지 생각하지 못 했다. ‘니그로’란 말이 노예제를 말할 때 허용됐더라도 쓰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에 대한 발언은 한 글자도 취소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 2010년부터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복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복장 착용을 남녀평등과 세속 국가의 가치에 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난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막스&스펜서는 올해부터 49.5파운드(약 8만 3000원) 짜리 부르키니를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 주요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막스&스펜서는 지난 3년간 두바이와 리비아에서 쓰리피스 수영복 등 이슬람 여성 의상을 판매하다 무슬림 여성 인구가 증가하자 영국 매장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국 내 이슬람 패션 산업은 2020년까지 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