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 브랜드들이 저성장 시대에 직면해 힘을 못 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타고 토종 SPA 브랜드들이 출범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매출 2,000억 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패션 업계에서 매출 2,000억 원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매출 2,000억 원을 넘어서야 신상품 개발을 위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종 SPA 브랜드들은 최근 몇 년간 매출 1,000억 원대에 머물며 쾌속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TOP10)은 2012년 론칭 이후 2014년 1,300억 원에서 지난해 1,600억 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좀처럼 2,000억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8seconds) 역시 2012년 600억 원, 2013년 1,300억 원, 지난해 1,500억 원을 기록하며 정체된 성장세를 보였다.
이랜드(회장 박성수)의 스파오(SPAO)와 미쏘(MIXXO)도 마찬가지다. 스파오와 미쏘의 지난해 매출은 2014년 매출 1,700억 원, 1,200억 원보다 미미한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랜드는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통해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2005년 9월 국내에 상륙한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2015 회계연도(2014년 9월 1일~2015년 8월 1일)에 따르면 무려 1조 1,169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국내에 진출한 지 약 10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국내 패션 업계는 유니클로의 성공 요인으로 단순히 값싼 제품을 넘어서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능력과 기능성 발열 내의인 히트텍, 냉감 의류, 에어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소재 개발력을 꼽는다. 여기에 일명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와 손잡고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즉 토종 SPA 브랜드들이 갖추지 못한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H&M의 경우 토종 SPA 브랜드보다 훨씬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베이직 아이템부터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없는 아이템까지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이는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남들과는 다른 디자인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기도 하다. 또 H&M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주기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도 있다. 2004년 샤넬(CHANEL)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 인연을 시작으로 베르사체(Versace), 발망(Balmain) 등과 함께 했다.
몇 년째 계속되는 극심한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이지만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패션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SPA 시장의 규모는 2010년 약 1조 2천억 원에서 약 3배 가까이 성장한 3조 4천억 원을 기록했다. 토종 SPA 브랜드들이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거센 공성을 막아내려면 기획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서 철저한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올해는 마의 벽인 매출 2,0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