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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세일’에 무뎌진다

소비자는 ‘세일’에 무뎌진다 | 1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옷을 정상가를 주고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때문에 최근 정상가 판매는 30% 수준을 밑돌고 있습니다”

한 의류 판매 사원의 하소연이다.

정상 판매율이 낮은 것은 의류 브랜드들이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세일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서도 정부 주도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등 각종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또 백화점 등 유통업체 주도로 연말세일, 출장세일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세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렇다면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의 할인 기간은 얼마나 될까?

백화점별 세일 기간을 살펴보면 롯데는 신년 정기세일, 봄 정기세일, 여름 정기세일, 가을 정기세일 등과 출장세일,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이름으로 100일이 넘는 행사를 진행한다. 현대와 신세계도 정기세일을 포함해 출장세일 등 비슷한 일수를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율은 높아졌지만 구매 금액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나친 할인으로 제품 당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코리아 패션 마켓 트렌드 세미나에서 패션세분시장별 구매 개수는 예전에 비해 높아졌지만 구매금액 추이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세일’에 무뎌진다 | 2구매개수 추이(2016년 상반기 기준)는 남성복이 월 평균 1.82개, 여성복이 1.89개, 캐주얼복 2.91개, 스포츠복은 1.80개, 내의류 3.22개 등으로 지난 2010 상반기와 2012년 상반기에 비해 모든 복종이 높아졌다. 하지만 구매금액(2016년 상반기 기준)은 남성복 18만5,124원, 여성복 14만2,517원, 캐주얼복은 5만8,089원, 스포츠복 10만9,550원, 유아동복 4만9,485원으로 내의류(2만4,855원)만 유일하게 예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할인은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패션 업체들의 고육책이지만 최근 정도가 심해지면서 수익성 저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체들은 최근 경기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가 장기화되자 할인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그동안 할인에 보수적이던 명품 브랜드들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두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특가 할인 경쟁도 백화점 등 주요 유통가에서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인한 판매 부진이 가속화되면서 어느 한 브랜드가 먼저 브랜드 세일을 시작하면 도미노 현상처럼 같은 복종의 브랜드들은 모두 할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최근 그 할인율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할인으로도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지나친 할인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지나친 ‘세일’로 가격에 점차 무뎌지고 있다”며 “할인 정책은 보다 신중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할인 경쟁이 지속될 경우 업체들의 수익률 악화로 인한 자금난이 예상되며 향후 유통이 무너지는 결과까지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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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소비자들은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싼 값에 구매한다.

남성복 업체 한 임원은 “잦은 할인으로 인해 정가에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브랜드들이 재고 처분을 위해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브랜드 신뢰 문제 등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소비자들은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정도다. 그 만큼 패션 브랜드들의 가격 할인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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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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