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패션 트렌드를 캐치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을 상품화하는 광고와 지나친 소비, 허영, 노동 착취,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패션 기업들은 ‘의식 있는 기부’라는 명칭으로 기금을 조성하고자 홍보 캠페인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점은 이러한 노력과 상관없이 패션계만큼 치졸한 산업은 없다는 것이다. 아래는 패션계가 당신에게 감추는 사실들이다.
01. 일주일만 늦어도 패션에 뒤처진다는 느낌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패션계는 봄/여름(S/S)과 가을/겨울(F/W) 총 2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영향으로 52개의 ‘마이크로 시즌’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즉 매주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해 최대한 많은 횟수, 많은 양의 옷을 구매하게 하는 것이 이들의 원칙인 것이다.
「나는 왜 패스트패션에 열광했는가(Overdressed: The Shockingly High Cost of Cheap Fashion)」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클라인(Elizabeth Klein)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은 보통 의류보다 가격을 훨씬 낮게 책정하지만 대신 질이 낮은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인 자라(ZARA)는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을 매장에 뿌리며 H&M과 포에버21(Forever 21)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또한 탑샵(TOP SHOP)은 매주 400개의 신상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매주 새로운 옷이 생산되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한번 밖에 입지 않은 옷이라도 그 다음주에 이미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패스트패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른 패션 브랜드.
02. 세일(Sale)은 진짜 세일이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글로벌 SPA 브랜드나 아웃렛에서 정품 가격보다 몇 배나 저렴한 옷을 발견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재고 상품들이 진짜 디자이너의 제품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맥시니스타의 신화(The Myth of the Maxxinista)」 저자 제이 홀스타인(Jay Hallstein)은 “수많은 사람들이 아웃렛 제품이 백화점 정품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런 옷들은 전혀 다른 공장에서 제조된다”고 밝혔다.
이는 아웃렛 브로커들이 자신들의 옷에 특정 라벨을 붙이도록 패션 디자이너와 흥정하기 때문이다.
여성 패션 사이트 제제벨(Jezebel)에 게재된 기사는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해준다. 제제벨에서는 “사실이 폭로됐다. 제이 크루, 갭과 같은 브랜드나 삭스 피프스 애비뉴 같은 아웃렛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철 지난 정품이다. 그저 질이 낮은 스웨터나 바지를 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03. 옷에 포함된 유해물질, 생각보다 많다.
환경건강센터 샬로트 루세에 따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구두와 벨트, 가방에는 법정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납 성분이 포함됐다고 한다. 그들이 이미 중금속 이용을 자제하겠다는 합의로 벌금을 왕창 냈는데도 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환경건강센터는 임신한 여성들에게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납 제품을 검사한다. 엄마의 체내에 들어간 납 성분들이 태아로 옮겨갈 경우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해로울 수 있다. 특히 납 섭취는 여성의 불임 문제와 연관이 있으며 심장마비, 뇌졸중, 고혈압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 SPA 브랜드의 옷들은 납 성분뿐만 아니라 농약, 살충제, 포르말린, 내연제 등의 다양한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04. 당신의 옷에 붙은 비즈와 스팽글, 일부 미성년 노동자의 작품이다.
당신의 옷에 비즈나 스팽글이 부착돼있다면 이는 미성년 노동자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루시 시글의 「To Die For: Is Fashion Wearing Out the World?」에 따르면 패션계 자료를 기준으로 약 20~60%가량의 옷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즈나 스팽글을 자동으로 붙이는 기계가 있지만 그 가격이 매우 비싸 봉제공장에선 이를 사용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루시 시글은 외국 공장에서 이렇게 비싼 기계를 사용할 확률은 현저히 낮으며 더군다나 값싼 패스트패션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라면 더더욱 사용을 꺼릴 것이라고 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가난한 지역에 사는 수백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온 식구가 함께 살아야 하는 작은방에서 세계적인 수요를 맞추려고 몸을 구부린 채 재봉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어린 자식들의 도움을 빌려 해가 지기 전 최대한 빨리 옷에 비즈나 부속물을 부착한다고 전했다.
05. 일부러 옷이 빨리 망가지도록 만든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 H&M, 포에버 21 등의 공통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구매 욕구를 유발하는 것이 그들의 비즈니스 구조다. 옷을 세탁기에 한 번 돌렸는데 망가졌다면? 당연히 구매 충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엘리자베스 클라인은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H&M 같은 회사는 연간 수백만 개의 옷을 만든다. 작은 마진으로 사업을 하지만 엄청난 양을 팔아서 필요한 이익을 챙긴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내용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미국인이 한 해에 버리는 옷의 양이 평균 31kg이다. 위탁 판매점으로 가거나 기부되는 옷을 제외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옷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옷들의 기본 성분이 주로 합성물질과 식유성 섬유질이므로 수십 년이 걸려야 겨우 매립지에서 분해될 수 있다.
파슨스 디자인스쿨 전 학장인 사이먼 콜린스(Simon Collins)는 “패스트 패션 매장에 오는 사람들은 옷을 구경하면서 진짜 형편없는 질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쓰레기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이번 토요일 파티 때 한 번 입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구매한다. 여기서 문제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이 망가진다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