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2017FW] 장광효, 헤라서울패션위크 ‘카루소’ 컬렉션
디자이너 장광효는 30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컬렉션’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했다.
매해 두 번씩 치른 컬렉션은 차근차근 쌓은 아카이브가 되었다. 2017년의 장광효는 대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나이가 되었지만 그가 만든 남성복 ‘카루소’는 이제 막 서른 살 청년이 되었다.
한국 디자이너로서 시대의 남성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장광효의 시그너처는 섬세하게 재단한 슈트에 ‘밀리터리’ 디테일을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곱게 옷소매와 등판 어딘가에 수를 놓는 식이다. 둥근 곡선 실루엣이 매력적인 큰 치수의 코트는 날렵하게 떨어지는 바지와 만나 스타일에 섬세하게 신경 쓴 인상을 준다.
장광효의 남성복은 남성 우월주의적이거나 으스대기보단, 항상 여성성과 남성성 중간 어디쯤존재했다. 블라우스처럼 보이는 셔츠는 우아하게 겹쳐 입은 디테일을 리본처럼 아름답게 풀었다. 카키색 군용 재킷과 회색 망토 사이, ‘카루소’ 하면 떠오르는 실험적인 턱시도 슈트도 있다. 경쾌한 원색과 차분한 단색이 만난 모델들이 하나둘 런웨이를 걷다 보면 장광효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무대가 갈무리된다.
이번 컬렉션이 지난 수년간의 카루소 컬렉션과 가장 다른 점은 디자이너가 30주년 컬렉션을 소개하는 종이 서신 위에 쓴 말처럼 ‘청년 문화’를 대폭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카루소의 무대 위에는 형광색의 찢어진 비니와 어깨선이 제법 내려간 긴소매의 그래픽 상의, 그리고 바짓단 끄트머리를 날카롭게 절개한 꼭 붙는 바지가 카루소식 밀리터리와 만났다.
“일반적인 남성 상의 룩을 해체하는 희열, 구태의연한 사고에 한바탕 골탕을 먹이는 것. 저는 이런 반대성을 즐기고 사랑합니다.” 서신의 문구가 다시 떠오를 즈음, 한 템포 쉬었다 시작한 피날레 무대에는 빌리 조엘의 명곡 ‘To Make Your Feel My Love’가 울려 퍼졌다.
디자이너 전언에 꼭 맞는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