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마케팅 시대가 가고 ‘핀셋 마케팅(Pincette Marketing)’ 시대가 도래했다.
핀셋 마케팅은 족집게를 의미하는 ‘핀셋(Pincette)’처럼 타깃을 세분화해 특정 소비자들을 콕 집어 펼치는 전략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VIP 혹은 VVIP 소비자들을 위한 프레스티지 마케팅(Prestige Marketing)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보다 넓어진 타깃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마케팅으로 자리 잡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패션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감성과 경험을 공유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각각의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LF(대표 구본걸, 오규식)에서 전개하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 해지스(HAZZYS)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젠슨(Peter Jensen)과 협업을 통해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피터 젠슨은 메종 키츠네, 오프닝 세리머니, 봉마르셰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인물이다. 특히 헤지스와 함께 한 캡슐 컬렉션에서는 헤지스의 상징인 잉글리스 포인터와 피터 젠슨의 토끼를 활용해 재기 발랄한 패턴 플레이를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어라운드 더 코너(around the corner)는 대한민국 청춘(Youth) 아이콘 15人과 함께 패션 화보를 진행했다. 이번 화보는 영감과 꿈을 가져다주는 현실 속 영웅을 선정하는 ‘#everydayher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수 2NE1 리더 CL의 여동생으로 유명한 하린, 모델 제니, 스타일리스트 요한, 아티스트 김세동 등 다양한 작업을 가진 이 시대의 청춘들의 열정과 패션을 가감 없이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와 평범하지만 동시에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블랙야크(BLACKYAK)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아트 오브 더 유스(Art of the Youth)’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런던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아티스트와 현지 유명 모델들이 참여한 감성 작업으로 런던의 자유로운 감성과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김재용과 스테판 유는 UAL(University of Arts London) 출신으로 기존 방식을 벗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작업물로 주목받으며 유스 컬처를 선도하고 있다. 블랙야크 제품을 이들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감성을 저격한 핀셋 마케팅을 매출 증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최홍성)에서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가 글로벌 패션 디렉터인 페르닐 테이스백(Pernille Teisbeak), 알렉산드라 칼(Alexandra Carl)과 협업을 통해 선보인 제품들이 출시 열흘 만에 매출 14억 원을 올렸다. 이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스트 프렌드 포에버(BEST FRIEND FOREVER)’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는 모두 완판돼 재생산에 들어갔으며 전체 51가지 제품 중 20개 제품의 판매율이 70%를 넘어서며 전면 재생산에 돌입했다.
패션계가 핀셋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경기 불황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스타들이 제품을 착용하기만 해도 불티나게 판매되면서 매출 증대는 물론 홍보 효과까지 거뒀다. 몇 년 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앞다퉈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스타 마케팅이 아닌 핀셋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마케팅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타깃을 세분화해 특정 소비자들만을 위한 전략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재 패션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핀셋 마케팅, 앞으로 어떠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의 ‘취향저격’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