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경제 보복’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패션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현재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같은 중국 내수 공략 업종에서는 벌써부터 부정적 효과가 적지 않는데 이들 산업외에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섬유패션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 복수여권 허용 중단이 중국의 사드배치 후속조치 보복의 연장선으로 보고 향후 더 많은 제재와 보복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사드배치 후폭풍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만도 하다. 최근 한·중 사이에 문화행사나 단체관광이 잇따라 중단됐는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한류스타 김우빈과 수지의 중국 팬미팅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걸그룹 ‘와썹’의 중국 콘서트 일정도 돌연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중국인의 한국 관광에도 이상기류가 흐른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여행업계에서는 한국여행 금지 소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이나 명동, 가로수길, 홍대 등 주요 상권의 패션 매장들은 사드 배치후 ‘경제 보복’으로 관광객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업이 당장 중단됐거나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패션업계는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패션기업 중국 사업 제동 걸릴까?
이처럼 중국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인 국내 패션기업들은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리까 좌불안석이다.
패션업체들이 국내 패션 시장의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자 거대 소비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데 중국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패션 시장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K패션’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패션협회 따르면 2003년 기준 중국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는 53개, 2010년에는 130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13년 177여개 브랜드가 중국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는 약 200여개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랜드외에도 더베이직하우스, 보끄레머천다이징, 더휴컴퍼니, 제로투세븐, 신성통상의 지오지아와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 등은 중국 진출 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사드로 인한 양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로 현지 사업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패션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한류스타의 행사·공연을 취소하고 드라마 방영을 연기하는 등 ‘경제 보복’에 대한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장기화 될 경우 중국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과 달리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에는 사드배치를 빌미로 폄한류에 대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감정 확대되면 그땐 수습에 나설 수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얼마 전 로레알의 대표 브랜드인 랑콤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곤혹을 겪기도 했다.
패션기업 한 임원은 “최근 중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사드 배치로 반한 감정을 드러내는 글이 노골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이 확대되어 한국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對한국 보호무역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의 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사드 배치 등 한미 간 공조 강화가 향후 양국 간 통상마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7%에서 2015년 26.0%로 약 2배 증가하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의 분쟁 사례에서 볼 때 이번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무역보복이 예상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섬유·패션 업계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경제 보복을 기정사실화하고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