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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퍼스트레이디의 패션과 영향력

G2의 싸움이 볼만하다.

세계의 모든 일에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21세기 초강대국 미국. 이에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른 중국. 두나라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일방적으로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며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의 신경까지 자극했다. ‘한미일’ 3개국이 연합전선을 펼친다 해도 개의치 않고 밀고 나가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자신 있다는 거다. 이에 맞서 미국은 전략폭격기 B-52 두대를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 상공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도 역시 힘대힘으로 맞붙겠다며 강공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이런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이 경제, 국방, 외교를 넘어 패션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각 나라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와 펑리위안의 이야기다. 지난 7월 미국의 유명 연예·패션잡지인 ‘배니티 페어(Vanity Fair)는 펑리위안을 ‘2013세계베스트드레서’로 선정했다. 그 동안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의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순위발표는 의외라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2013년 3월 시진핑이 중국의 국가주석에 오르는 동시에 펑리위안의 세계영향력 역시 급부상했다. 사실 펑리위안은 중국 내 에서는 이미 국민가수의 반열에 오를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오히려 시진핑은 국가주석이 되기 전까지는 국민가수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반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베스트드레서의 자리를 철옹성 같이 고수하던 미셸 오바마의 이름은 순위에 없었다. 미셸 오바마로서는 미국의 최대 라이벌이자 패션의 변방으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펑리위안에게 1위자리를 내준 게 내심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미국 내에서 패션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미셸 오바마가 아닌가.

 

G2 퍼스트레이디의 패션과 영향력 | 1
미셀 오바바(좌) / 펑리위안(우)

 

손님이 넘치는 맛집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음식 맛이 기가 막히다 거나, 양으로 승부한다던가, 서비스가 친절하던가 혹은 셋 다 이던가. 그럼 올해 혜성같이 나타나 세계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펑리위안과 2011년까지 5년 연속 왕관을 차지했던 미셸 오바마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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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함 VS 우아함

신체조건으로만 보면 미셸의 KO승이다. 키 180cm. 이 사실만으로도 여자 모델로서의 기본자격은 합격 이상 이다. 똑 같은 옷을 입어도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사람의 스타일은 작은 사람들보다 훨씬 옷맵시가 난다. 즉 어떤 옷을 입어도 멋스럽게 소화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큰 키를 이용한 미셸 오바마의 의상연출을 보고 있으면 그냥 시원시원한 느낌이 든다. 패션쇼에서도 모델의 얼굴보다는 전체적인 비율과 신장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신체적인 우월함은 패션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신체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내는 리듬체조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체조요정 손연재(165cm)가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상대적으로 서양 선수들보다 작은 신장 때문에 예술적인 면을 표현해 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 만큼 키는 의상을 연출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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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석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셸 오바마의 민소매 차림.

흑인특유의 탄력을 가진 미셸 오바마의 몸은 마치 육상선수를 연상케 한다. 건강미가 넘치는 그녀의 팔근육은 대다수의 미국 여성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미셸은 공식석상에서도 민소매 의상을 자주 입어 운동으로 다져진 팔을 과감하게 노출한다.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엘렌 드제네레스 쇼(The Ellen DeGeneres Show)에 출연해 팔굽혀펴기 25개를 가뿐히 해내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냥 멈췄어요.” 아마 미셸도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몸을 드러낼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미셸의 몸은 우리가 흔히 TV의 볼 수 있는 유명모델의 날씬함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몸매에 건강함이라는 무기를 더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럼 신체조건에서 밀리면 무조건 불리한 건가. 아니다. 키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자신의 몸에 맞게 적절한 코디를 한다면 충분히 매력을 뿜어 낼 수 있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의 키는 165cm다. 작은 키는 아니지만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만큼 우월한 신체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배니티 페어(Vanity Fair)는 ‘2013세계베스트드레서’로 펑리위안을 뽑았다. 지난 3월 시진핑주석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입었던 짙은 남색의 더블코트와 검정색 핸드백이 수상의 결정적 이유였다. 여성의 아름다움 보다는 군복처럼 강인한 느낌의 펑리위안의 옷이 중국의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배니티페어는 평가 한 것 같아 보인다. 즉 의상연출만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잘하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러시아 방문 후 며칠 뒤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 보여준 패션은 이와 정반대 되는 모습이었다. 흰색 투피스 정장과 핸드백에 하늘색 스카프로 한껏 멋을 낸 펑리위안의 의상은 우아함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 보그(Vogue)의 편집장 장유는 “드디어 중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 줄 수 있게 됐다”며 펑리위안의 패션에 환호를 보냈다. 다른 중국 내 매체들도 역시 미소를 보이며 환영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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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문 시 / 탄자니아 방문 시

# 국내외 활동

미셸 오바마는 국내외로 환경, 교육, 인권등 많은 사회 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미셸은 2008년 미국 대선 때부터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의 권리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미국 국민의 관심을 호소해왔다. 이런 노력을 통해 오바마 정부는 미국사회의 성소수자에게 폭팔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위에 잠시 언급했었던 엘렌 드제네레스 쇼의 진행자 엘렌 역시 레즈비언이다. 미셸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는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University of California의 졸업식에서 “큰 꿈을 가지세요. 여러분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비전을 지역사회와 같이 공유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기부여가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남편 버락 오바마가 경제, 외교, 국방등 외부활동에 집중을 한다면 미셸 오바마는 미국내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다.

퍼스트레이디는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 외교관 역할도 수행한다. 중국은 그동안 인권탄압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중국당국은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2008베이징올림픽’ 개최뿐 아니라 크고 작은 노력을 대외적으로 꾸준히 해왔다. 이런 시기에 펑리위안의 패션이 세계에 불러 일으키는 관심은 중국의 이미지개선정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2011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 퇴치 및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펑리위안은 중국의 공공외교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는 대외활동에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펑리위안은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려는 발돋움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미셸 오바마가 있다면 중국에는 펑리위안이 있다”고 각국의 퍼스트레이디를 비교했다.

# 미셸의 속마음과 미래

미셸 오바마도 혜성같이 등장한 펑리위안을 의식해서였을까. 미셸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 두 딸 말리아(15)와 사샤(12)를 돌봐야 한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아무리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사회지만 국가정상회담에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빠지는 건 너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비록 나중에 미셸 오바마가 자필편지로 인사를 대신했지만 중국언론은 이에 대해 ‘외교적 결례’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두 사람의 만남을 학수고대했던 세계의 많은 언론도 만남불발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특히 세기의 두 퍼스트레이디 사진을 찍고 싶어했던 사진기자들의 열망에 완전 찬물을 끼어진 일이었다. 속마음은 당사자만 알 수 있지만 아무래도 미셸 오바마가 알게 모르게 펑리위안의 존재가 껄그러웠나 보다.

하버드법대를 졸업한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전 세계 퍼스트레이디의 표본이 된 미셸 오바마. 국민가수로서 중국인의 사랑을 한껏 받고 이제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펑리위안. 미셸오바마가 ‘2014세계베스트드레서’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명예회복에 성공 할 것인가. 펑리위안이 2년 연속 왕관을 쓸 것인가. 두 사람의 패션 및 외교대결이 미국과 중국이 세계패권을 놓고 겨루는 싸움만큼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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