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패션산업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으며 크게 요동쳤다. 최근 한중 FTA 체결을 비롯해 해외직구 열풍,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의 증가, IT산업 및 문화 전반에 걸친 협업 등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것.
이에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는 2014년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패션업계 전문가, 관련기관 등에 설문조사를 진행, 국내 ‘패션산업 10대 뉴스’를 4일 발표했다.
2014년도 패션산업 10대 뉴스에는 ▲해외직구 ▲큐레이션 ▲라이프스타일숍 ▲아웃도어&SPA ▲옴니채널 ▲모바일 최적화 ▲놈코어 ▲패션 콜라보레이션 ▲차이나 머니 ▲디지널 패션 테크가 선정됐다.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는 배송료와 관세를 포함하더라도 국내 판매가격 대비 20~30%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조1019억 원의 해외직구 금액이 지난 8월 기준 이미 1조원을 돌파하며 2018년에는 8조원 규모로 예상했다. 이러한 해외직구의 확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화대와 낮아진 언어장벽, 관세제도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효과로 인해 국내로 구매 요청이 몰리는 ‘역직구’ 현상으로 국내의 복잡한 결재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큐레이션(curation) 소비 형태도 이슈에 올랐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는 상품 정보 검색에서 더욱 전문가 소비자의 의견을 구매 결정시 반영하게 됐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파워블로거, 파워소셜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문가 소비자 시대를 맞이한 것. 기업들은 이들을 끌여들여 상품 홍보 마케팅에 적극 이용해 큐레이션 확산 활동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블로그의 파급력을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홍보성을 남발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의 큐레이션 형태에서 최근에는 30~40대 고소득 남성소비자인 ‘여미족’, ‘그루밍족’ 등도 정보 검색에 의한 쇼핑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한 매장에서 의류는 물론 생활용품, 문구, F&B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숍의 증가도 뽑혔다. 최근 리뉴얼한 잠실 롯데월드몰, 코엑스몰과 신규 오픈한 D타워, 그랑 서울 등도 복합 쇼핑몰로 구성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형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유통의 매출 부진에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쇼핑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이프스타일숍의 성장에 따라 향후 명확한 타깃 소비자 설정과 구성 차별화가 안정화의 중요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웃도어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장악력 유지도 손꼽았다. 아웃도어 업계는 세분화된 소비자에 맞춰 아동복, 여성복, 장비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몇 년간 누적된 재고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글로벌 SPA 브랜드 경우 H&M 계열의 코스(COS)나 디자이너 SPA 브랜드 조프레시(Joe Fresh) 등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 공세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도 주목했다. 기존 멀티채널 전략 개념에서 채널간 연계성을 강화한 것으로, 단순한 채널의 확장이 아닌 조직 및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도 동반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수령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쿠폰을 제공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와 함께 ‘스타일난다’, ‘난닝구’ 등 온라인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로 발전하는 O2O(Online to Offline) 기업들도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패션 스타일 트렌드로는 ‘놈코어(normcore)’가 선정됐다. 놈코어는 표준을 의미하는 ‘노멀(normal)’과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 속의 트렌디한 멋을 의미한다. 놈코어 스타일은 실용성에 기반을 두고,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일상적인 패션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하이앤드 디자이너의 런웨이에서도 선보여 그 인기를 더했다.
모바일 최적화는 스마트 기기 대중화, SNS 사용량 증가, 모바일 전자화폐가 간편해지면서 이제는 마케팅 활동이나 커머스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로 꼽았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 쇼핑시장 규모는 지난 1년간 100% 넘는 폭발적인 고성장을 보여주며, 약 10조 원 규모로 전망했다. 또한 위치기반 서비스나 QR코드 같은 IT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은 이미 많이 사용되면서 그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패션을 넘어 업계간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히 진행하는 점도 타이틀에 올렸다. 문화, 예술,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계와 협업한 패션업계가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패션 이상의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게 된 것.
중국기업들의 M&A(인수합병)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차이나 머니’의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는 지난 10월 국내 유아용품 1세대 기업인 아가방컴퍼니가 중국 랑시그룹에 인수되면서 국내 패션업계가 큰 충격을 받은 것. 특히 11월 한중 FTA가 체결되면서 향후 중국자본의 국내 유입이 급물쌀을 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 3D프린터, 웨어러블 등 IT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디지털패션테크’의 결합 과제를 제시했다. IT강국인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국내 패션업계는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도입하여 패션산업의 고도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