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디매거진을 꿈꾼다”, 디자이너 아웃렛 편집숍 ‘디스토어’
“저는 누구보다도 디자이너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한국이 디자이너가 성장하기 좋은 토양이 아니잖아요. 국가적 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많지만 아직도 요원하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디스토어’는 대한민국 디자이너들과의 상생프로젝트 중 하나인 셈이죠.”
럭셔리 브랜드와 SPA 브랜드가 패션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패션 디자이너들의 설 곳이 갈수록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제품 가격이 중가 위로 올라가면 더더욱 그렇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이너와 고객과의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고 기형적인 유통 구조에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신개념 디자이너 편집숍이 있다. 그것은 바로 ‘디스토어’다. 디스토어는 디자이너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 아웃렛 편집숍이다. 디자이너는 재고를 줄이고 고객은 합리적이다 못해 염가에 디자이너의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서로 상생하는 셈이다.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함께 하는 브랜드도 30개를 넘어설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디스토어의 수장 신재희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디스토어(Destore)란?
디스토어를 쉽게 설명하자면 디자이너의 재고 상품을 판매하는 아웃렛이에요. 대형 리테일이나 편집숍보다 낮은 수수료인 25%에 운영되고 있어요. 재고 상품이기 때문에 세일을 통해 소비자에게 매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죠. 국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상품을 최대 90%까지 할인되는 곳은 저희 밖에 없어요. 현재 브랜드는 약 30개가 입점 되어 있어요.
디자이너 생태계를 구축한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키워드중 하나가 생태계에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자신의 옷을 판매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는 디자이너들의 재고 부담이 생기고 자연스레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아웃렛과 편집숍, 멀티숍에 ‘맨투맨 티셔츠’를 판매하는 디자이너가 늘어나고 있어요. 즉, 팔리는 것들만 가져다 놓고 파는 거죠. 디자이너들도 어쩔 수 없어요. 생계는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이런 상황들은 나아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파괴시켜요. 디자이너가 아닌 ‘티셔츠 디자이너’로 전락해 버리는 거죠. 디스토어는 이런 문제점을 조금씩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 사례는?
밀라노에 위치한 디매거진(D’magazine)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거의 매일 갔었어요. 이곳은 디자이너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느꼈어요. 이것을 표방한다면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유통적인 부분에 대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밀라노에서만 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인기죠. 지금은 밀라노의 패션 관광 명소로 전세계인들이 들리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디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대다수는 우연히 오는 고객들이 아닌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이 주류에요. 재방문율도 굉장히 높은 편이죠. 최소 1주일에 한 번씩 매장을 들리는 고객도 있어요. 디스토어에 방문한 고객들은 평균 20만 원 정도 구매할 정도로 객단가도 높아요. 보통 티셔츠, 재킷, 팬츠가 팔리고요. 아웃도어도 10~30만 원대도 꾸준히 나가요. 신기한 것은 70~8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품도 많이 팔려요. 딱히 홍보하는 것도 없지만 색깔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향후 계획은?
우선 ‘고객’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디스토어는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성도 강하고 질 좋은 제품을 발굴하는 거죠. 이 문제 또한 해결하기 위해 현재 디자이너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고요. 아참, 저희 디스토어에는 단 한 피스만 들고 와도 입점이 가능할 정도로 열려있어요. 런웨이에 올랐던 제품의 경우 팔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잖아요. 이런 아이템을 빈티지한 감성으로 재탄생시켜 고객들에게 돌아간답니다.
이후에는 패션에만 국한된 것들이 아니라 산업 디자인부터 문구류, 액세서리, 라이프스타일숍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외국 방문객에게는 관광지, 관광상품으로서의 역할도 하는거죠. 현재 디스토어 1호점을 필두로 이태원, 홍대, 부산점 등 각 상권 콘셉트에 맞게 확대할 계획이에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디스토어에 있는 제품들은 디자이너들의 피와 땀 그리고 열정이 담긴 옷이에요.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들도 많아요. 또 한 피스밖에 없는 경우도 많아요.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매일 매일 방문하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괜찮은 옷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서두르세요. (웃음)
#디스토어 상생 브랜드 리스트
# 남성복 (8개)
Cy Choi, Sewing boundaries, RESURRECTION by juyoung, TEE LIBRARY, ROCKED GARAGE,
PLUSNAVY, JEEHEESHEEN, NINE, D-ANTIDOTE
# 여성복 (17개)
TheKam & The Kstory, SOULPOT STUDIO, ALANI, POST DECEMBER, MOSCA, CARNET DU STYLE, doii, Ti:baeg, Nohke, SONOIO, 청페페, SPACEXSTATION, TOYKEAT, HEOHWAN SIMULATION, 32DECHEMBRE, MES, AVAN(CLUB AVAN), D-ANTIDOTE
# 액세서리 (5개)
HAKIOS, CHARME, PPAPPON A-RYN, ELYONA, JACOMOLA
# 유니섹스 (1개)
D-ANTID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