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개천 건축가의 다른 듯 비슷한 시계와 건축 이야기
시계와 건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설계도 아래 섬세하게 작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점 등 상관관계는 적어 보이지만 미묘한 닮은 꼴을 그려낸다.
다수의 시계 브랜드들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협업을 통해 그들만의 감성을 담아낸 컬렉션을 종종 선보여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로 ‘융한스’를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시계 브랜드 융한스(Junghans)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100분의 1초를 기록하는 크로노그래프를 개발해 1972년 뮌헨 올림픽 공식 시계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1990년대에는 세계 최초의 라디오 컨트롤 무브먼트로 독일 시계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융한스는 바우하우스의 디자이너인 막스 빌(Max Bill)과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력을 결합한 막스 빌 컬렉션을 선보이며 ‘명쾌하고 아름다운 황금비율 시계’라는 극찬을 받았다. 한국건축가협회상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수상에 빛나며 바우하우스 정신의 계승자이자 한국의 막스 빌로 불리는 김개천 건축가로부터 시계와 건축의 상관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Q 본인에게 ‘시계’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시계는 날마다 착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최고의 특별함이 기준이다. 나에게 특별함이란 화려하고 도드라지는 외면의 멋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힘이 있는 형식을 말한다.
Q ‘시계’와 ‘건축’은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시계와 건축, 둘 다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는 점이 비슷하다. 시계는 시간을 다루는 공간적 형식이고, 건축은 공간을 다루는 시간적 형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시계는 공간을 통해 시간을 알려주는 반면 건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공간, 즉 자연과 대지를 기반으로 공간을 다루는 시간인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뤘을 때 비로소 좋은 시계, 좋은 건축이 된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시계’와 ‘좋은 건축’은 무엇인가?
좋은 건축은 삶을 살되 삶을 잊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건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좋은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되 시간을 잊게 해야 된다. 시계가 아닌 다른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시계, 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Q 지금 착용하고 있는 시계를 공간에 비유한다면?
이 시계는 ‘빛과 푸른 어둠’으로 이뤄진 공간 같다. 특별한 형태를 띠고 있지 않아 더욱 보기 좋다. (웃음) 움직임과 정지가 공존하며, 지적인 동시에 역동성도 함께 느껴진다고 할까?
사실 융한스는 막스 빌 컬렉션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융한스는 검박한 듯 정교하고, 고요한 듯 화려한 멋을 갖췄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강한 개성을 엿볼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융한스는 이런 양면적인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어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웃음)
# ABOUT JUNGHANS
153년에 이르는 시계 역사를 지닌 융한스는 1861년 독일 남부 지역의 ‘검은 숲’이라 불리는 슈렘베르크 지역에서 탄생했다. 융한스는 자사 크로노그래프 및 라디오 컨트롤 무브먼트 개발을 통해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클래식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