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레저(athleisure)’가 패션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애슬레저는 ‘운동’이라는 애슬레틱(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패션 트렌드를 의미한다. 활동성과 기능성을 가진 스포츠웨어의 장점을 취하면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입고 활동할 수 있는 스타일을 제안한다.
이러한 애슬레저는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태동했다. 과거 전문적인 운동선수들을 위해 한정된 스포츠웨어가 이제는 러닝, 워킹, 라이딩 등 일상생활로 확대돼 누구나 스포츠를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요가, 필라테스, 피트니스 등 건강 관리와 미용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이 늘어남에 따라 스포츠웨어가 더 이상 운동복이 아닌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에 따라 고기능성을 가지면서도 패셔너블한 감각적인 스포츠웨어가 애슬레저 룩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액티브웨어 전망에 관한 투자 보고서에서 향후 2020년까지 830억 달러, 한화 95조원의 추가 매출이 예상된다며 애슬레저 시장 전망을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피트니스와 헬스 인구가 2007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투자권고도 내놨다.
애슬레저 트렌드는 2010년 캐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의 레깅스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레깅스가 이너웨어로서 인식돼 온 것을 룰루레몬은 일상복에 착용했을 때에도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레깅스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여성들은 탱크 탑, 재킷 등을 믹스 매치해 자신만의 애슬레저 룩을 완성시키며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패션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사실 애슬레저는 운동과 레저가 합쳐진 신조어인 만큼 애슬레저 룩의 영역은 모호하다. 다시 말하면 애슬레저 룩을 딱히 규범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있기 보다는 다양한 착장법이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다. 아디다스의 삼선 레깅스와 나이키의 브라 탑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입고 다니는 스타일로 애슬레저 룩의 대표 케이스로 표현되고 있다. 청바지에 아웃도어나 스포츠를 걸쳐 입은 스타일도 조거 팬츠나 스웨트 셔츠처럼 스포티한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도 애슬레저 스타일일 뿐이다.
다만 패션 시장에서 나타나는 애슬레저 스타일을 몇 가지 영역으로 분류할 수는 있는데 첫 번째는 스포츠 브랜드들이 내놓는 퍼포먼스 웨어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아디다스의 삼선 레깅스와 나이키의 브라 탑 등이 대표적인 예다. 스포츠 브랜드의 애슬레저 스타일은 이름을 달리하며 오래 전부터 하나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스포츠 인구가 크게 늘면서 패션성을 강조한 스포츠 웨어가 점차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애슬레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피트니스나 요가, 워터 스포츠 등을 즐기는 여성 스포츠 마니아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애슬레저 열풍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들이 여성 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두 번째는 여성복 크로커다일 등 패션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애슬레저 룩과 마지막으로 룰루레몬 등 전문 브랜드의 제품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여성 라인인 ‘에고’를 통해 이 같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헤드’는 여성 스포츠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고객들의 니즈를 수용, 지난 2013년 가을 여성 전문 스포츠 라인 ‘에고’를 론칭했다. 최근 애슬레저 열풍을 타고 ‘에고’ 라인이 목표 대비 약 150%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는데 올해는 ‘에고 라인’에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확대해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존 에고 라인의 기본 아이템인 브라탑과 레깅스 중심에서 코트, 원피스, 스커트 등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하고 관련 상품의 물량을 최대 40%까지 늘려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 패션업계 애슬레저 시장 공략
여기에 헤드는 여성 바이크웨어 전문 라인인 ‘비엣(BEAT)’을 새롭게 론칭하며 라인을 더욱 세분화 했다. 여성의 태닝 라인을 고려한 3부 빕숏을 비롯해 플레어 디테일의 바이크 져지와 브라탑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브랜드 정체성을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로 재정립했다. 아웃도어와 잡화 등의 비중은 줄이고 스포츠웨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 역시 성장하고 있는 애슬레저 시장을 고려한 것이다. 전체 제품군은 20~30대 초 젊은 층을 겨냥해 일반 트랙 스포츠용인 ’트랙퍼포먼스’, 실내 스포츠용인 ‘피트니스 퍼포먼스’, 선수 및 전문가용인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등 3개 라인으로 분류했다.
엠리밋은 올해 초 브랜드 정체성을 스포츠 브랜드로 바꿨다. 엠리밋의 새 브랜드 슬로건인 ‘익시드 스포츠’는 ‘스포츠를 넘는 그 이상의 스포츠’를 뜻하며 어떤 경쟁과 룰,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과 경쟁하고 오직 자신이 주도하는 철학이 담긴 스포츠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 론칭한 엠리밋은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에서 올해부터 2535세대를 위한 스포츠 브랜드로 리뉴얼 하고 피트니스, 요가, 러닝, 워터스포츠 등 다양한 애슬레저 활동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강점인 경량성, 통기성, 신축성 등 기능성과 소재에 기반을 두고 편안함과 활동성을 느낄 수 있는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주요 제품군은 하이퍼 벤트(통기성), 하이퍼 플렉스(신축성), 울트라소닉(활동성), 콜드엣지(냉감), 네오트랙(트레이닝군), 네오 쇼어(워터스포츠군), 에어리얼(슈즈군) 등이며 최적의 소재와 기능성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라푸마는 ‘애슬레킹’이라는 새로운 아웃도어 스타일을 제안해 애슬레저 트렌드에 합류했다. ‘애슬레킹’은 애슬레틱(Athletic)과 트레킹(trekking)의 합성어다.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룩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위한 스타일로 인도어 활동에 특화되어 있다. 반면 ‘애슬레킹’은 하나의 아이템으로 도심 속 운동을 즐기는 것은 물론 트레킹, 등산 등의 아웃도어 룩으로도 연출이 가능한 라이프웨어 스타일을 의미한다. 확장성이 넓어 인도어와 아웃도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애슬레저 룩의 인기 비결은 바로 다양한 캐주얼 아이템과 조화롭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형형색색의 화려한 컬러를 내뿜던 아웃도어룩과는 달리 깔끔하고 슬림한 라인에 모던하고 차분한 컬러를 활용한 애슬레저 룩은 어느 아이템이든 코디하기 쉬워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스포츠 웨어가 가진 기능성은 기본 사양이다. 최근 애슬레저 제품은 경량성·방풍성은 기본으로 방수성·투습성·내구성·쿨링 효과 등을 높이고 있으며 신발의 경우 통기성·유연성 등의 생활 속 기능성을 강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애슬레저가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하자 패션 업계는 새로운 사업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성숙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업계는 애슬레저 트렌드에 걸맞은 신규 라인을 론칭하거나 캐주얼하면서도 스포티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는 기존 남성 고객층 뿐 아니라 여성과 젊은 층까지 타깃 층을 넓히고 있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애슬레저는 단순히 스포츠, 아웃도어로 구분되는 옷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범용적인 디자인이 대세다”며 “4~5월 야외 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에 도심에서 근교로 바로 나들이를 갈 수 있는 다양한 애슬레저 스타일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Part1~3. 유상현, 문병훈, 구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