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건 택배물량 대란 ‘광군제’ 업그레이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중국 연중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가 지난 10월 21일 시작됐다.
알리바바는 광군제인 11월 11일 24시간 진행했던 행사를 10월 21일~11월 13일까지 연장했고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 JD닷컴)도 광군제 행사기간을 11월 1일~11월 12일까지 시행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2009년 솔로들을 위해 처음 시작한 쇼핑 할인 행사로 1이 가장 많이 들어간 ‘11월 11일’ 솔로데이를 기념하는 이벤트이므로 ‘솽11(雙十一)’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09년 알리바바 산하 티몰이 단독으로 개최하던 행사였지만 판매 규모가 급증하자 2012년부터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까지 가세해 전국적인 할인행사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광군제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제품 비중도 확대됐는데 티몰은 올해 할인행사에 53개국 7700개 품목을 참여시키고 한국·미국·일본 등 16개국은 별도 ‘국가관’을 설치했다.
광군제 전까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쇼핑카트에 넣어두면 11월 11일 0시를 기해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 ‘광군제’ 24시간→24일로 쇼핑 연장
광군제의 행사 기간이 늘어나 판매액도 사상 최초로 1000억 위안을 넘어서 1492억 위안(중상정보망)까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소비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광군제 24시간 동안 티몰의 매출액은 2009년 5000만 위안에서 지난해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과 IT 컨설팅사 analysys(易觀)에 따르면 초창기(2009~2011년)에 비해 소비자들은 이성적 소비로 대응하고 있다며 충동 구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각자의 할인행사를 통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입의 필요성’과 ‘개인 수요’가 최종 소비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 세일로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는 계산이다.
이에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창립기념일(징둥의 ‘6.18’, 쑤닝이거우(蘇寧易購)의 ‘8.18’ 등), 명절(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8일 여성절, 음력 7월 7일 칠석절 등) 대형 할인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 구입을 결정함에 있어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 브랜드,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이 중 모바일쇼핑 비중의 상승과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도 충동구매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매일 온라인 쇼핑하는 소비자 비중’은 19.6%(‘15년 기준)로 세계 평균치(7.1%)를 훨씬 상회해 2~3배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 추세로 모바일 쇼핑도 날로 편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2015년 광군제 쇼핑축제에서도 모바일 쇼핑의 비중이 69% 차지했다.
징둥은 광군제 당일 소비자들의 구입 결정은 할인 행사가 시작되는 새벽 1~2시에 집중하지만 오전 10시 이후 구입량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일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반품, 배송 등 문제들도 개선 중
또 광군제 쇼핑축제 직후 반품율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상태다.
2014년 3월부로 시행된 중국 ‘소비자권익보호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구매(온라인 구매 포함) 상품을 받은 날부터 7일 내 반품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개위의 보고서에 의하면 11월 1~16일 중국 온라인 거래 반품율은 11.6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453만4000건의 온라인 거래 후기를 조사한 결과 2015년 알리바바 산하 티몰의 반품은 35%로 집계됐고 그중 가전 25%, 여성복 40%에 달했다. 2014년에는 광군제 당일 거래액 1위를 기록한 여성복 업체 한두이서(韓都依舍)의 반품율이 60%을 상회했다는 보도로 인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가 아닌 이성소비 추세를 보이고 있고 길어진 할인행사 기간 등으로 반품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징둥 보고서는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 브랜드,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소비결정을 내리는 추세다며 올해 광군제는 12~24일로 연장됐고 상품들은 ‘광군제 할인행사 참가 여부’, ‘광군제 당일 가격’, 할인쿠폰 등을 명시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고려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폭증한 배송량을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이다. 그러나 업계는 물류 시스템 구축 가속화해 해결책 강구하고 있는데 중국 우정국은 올해 광군제 기간 택배 물량이 작년보다 35%가량 늘어난 10억500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하루 평균 택배량도 최고 2억 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택배업계는 한 달 전부터 인원과 택배차량을 대폭 늘려 광군제 직후의 ‘물류대전’에 응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올해 광군제 물류대전에 투입될 물류배송 인원수는 전년대비 50% 증가한 268만 명으로 늘렸다.
무엇보다 징둥은 운송로봇 등 첨단 물류기술을 도입해 이번 광군제 물류대전에 응전하겠다고 선언했고 쑤닝이거우(蘇寧易購)는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응용해 일 소포처리량이 181만 건에 달하는 스마트물류창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광군제는 중국 내수시장의 거대한 수요에 부응해 저가전략으로 큰 성과를 이뤘지만 소비자 소비 패턴 변화, 물류 등으로 인해 변화를 맞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온라인시장 판매액이 4조 위안에 육박하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증가율 또한 하락 추세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폭발전인 성장을 이어온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은 신규 소비자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업계의 과열된 경쟁과 시장무질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이성소비 추세에 발맞춰 혁신적인 상품, 고품질 상품으로 승부해야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광군제 당일 스포츠․아웃도어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나이키(1위), 뉴발란스(2위), 아디다스(5위) 등 글로벌 브랜드가 톱5에 꼽혔는데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품질에 기초한 브랜드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쇼핑기간 연장, 외국 상품 확대 등 중국 광군제는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최근 이성적인 소비로 바뀌는 추세를 감안해 품질 개선 등 바뀐 소비 트렌드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