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 2018SS] 예란지, 헤라서울패션위크 ‘더센토르’ 컬렉션
예란지 디자이너의 더센토르가 헤라서울패션위크에 올랐다,
‘I can’t go on, I’ll go on(나는 계속 할 수 없어, 나는 계속 할 거야).’ 더센토르의 디자이너 예란지는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했다.
2년만에 패션위크를 통해 컴백한 그녀는 이렇게 역설적인 문장으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자리에서 한껏 힘을 주고 싶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레트로’, ‘페미닌’이라는 키워드 아래에서 소녀적인 감성이 꽃 피었다. 열처리를 통해 의도적인 구김을 넣은 화이트 드레스와 팬츠, 잔잔한 프린트가 놓인 실크 소재의 오프 숄더 톱, 블랙 오버올 원피스, 시폰과 잔잔한 레이스를 조화시킨 루즈핏 원피스 등 런웨이 밖에서 입기에도 수위가 적당한, 웨어러블한 옷들을 선보였다.
재킷 위에 얹어진 크리스털 단추, 커다란 샹들리에 이어링, 독특한 아이웨어 등 디테일과 액세서리가 더해지자 어쩐지 엄마의 옷장을 몰래 뒤져 옷을 입고 화장을 한 소녀가 떠올랐다. 한편, 오버 사이즈의 테일러드 재킷, 블루 컬러의 스트라이프 셔츠, 화이트 롱 스커트 등은 모던하고 컨템포러리한 분위기로 브랜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냈다.
옷의 외부에 장식처럼 달아놓은 하얀 영수증은 흥미로운 포인트인데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디자이너의 고민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2008년 론칭한 ‘더센토르’와 디자이너의 예란지의 2막은 이제 막 걷혔다.
서울패션위크에서의 컴백 컬렉션을 통해 복고적이고 페미닌한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낼 서울의 디자이너가 다시 무대 위로 올랐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