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환 칼럼] 4차 산업혁명 4대 키워드, 패션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나?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갑론을박을 하는 분위기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을 부정하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맹신하기도 한다.
필자는 1987년 컴퓨터 입문과 함께 이커머스와 옴니채널을 개발해 온 22년차의 O2O전략컨설턴트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는 패션업계, 유통업계 WEB/CRM마케팅 및 이커머스를 총괄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경험해봤다.
개발자 출신의 패션유통 마케터가 바라본 4차 산업혁명은 큰 변화의 물결임에는 틀림없다라고 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은 IoT, 로봇, AI, 3D프린팅, AR/VR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해서 설명한다.
< 출처 : ‘코리아 루트를 찾아라’, 제5차 신산업 민관협의회, 산업부 장관 발표자료(2017. 4. 12) >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이러한 키워드만 가지고 모든 업계에 적용하고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서 설명하기란 어렵다. 또한 지금까지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기사화 되는 경우는 학자나 정부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많다.
업계에서는 약 2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듣고 비슷비슷한 자료를 봤으나, 현장의 소리는 이렇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데?”
다양한 업계에서의 이러한 질문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IT/DT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과 오프라인 업계 생태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험자가 매우 적다.
부족하나마 필자가 IT에서 시작하여 패션,유통업계에 20여년 종사하면서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패션업계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방향을 정리해 보았다.
패션업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에 앞서 아프지만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일반적인 패션기업의 주요 문제점을 표현한 도표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형 보다는 효율 경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신상품 생산 물량을 30% 줄이면 판매율이 10~15% 정도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판매율은 올라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 스마트한 소비자들로 인해 정상가에 구입하는 소비자는 극히 적다.
- 가격 인하, 세일 정보를 소비자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렸다 구입한다.
- 또한 유통점에서 내셔널 브랜드 위주로 행사를 해 보면 옷이 다 비슷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 심하게 표현하자면 브랜드 안내 POP와 라벨만 가리면 다 똑같아 보이는 옷들이 대형 행사장에 내려와 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브랜드 옷이 잘 팔릴 수 있을까?
-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여전히 일하는 방식이 과거 판매 데이터 중심으로 상품기획, 발주, 배분을 하고 있고 위탁 판매방식으로 각 대리점에 배분한 재고관리는 본사 차원에서 거의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대리점 간에 상품 회전(RT)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팔릴만한 상품은 가매출을 찍어서 재고가 없는 것처럼 해 놓았다가 결국 시즌 내에 팔지 못하면 본사에 반품을 한다. 본사에서는 POS 판매 데이터만 보고 신상품 판매율이 60~65%까지 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가 시즌 오프 후에 본사 물류로 반품된 신상품 재고를 카운터 해 보면 결국 판매율은 50% 초반 밖에 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 바로 패션 회사의 현실이다.
2016년에 백화점 연 매출을 넘어선 것이 바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는 온라인 비즈니스도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다년차 이월상품의 재고 현금화에 집중되어 있다. 프렌차이즈 유통채널을 백화점, 복합몰, 아울렛도 운영하는 브랜드는 유통점과 제휴되어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 매출은 해당 유통점 내 매장의 매출로 잡아 준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신상품 판매가격이 이원화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쇼핑몰 MD가 일방적으로 주말에 할인쿠폰을 붙이거나 아예 온라인에서는 상시 10~15% 할인을 해서 판매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매장에서 옷만 입어보고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소비행태가 당연한 것이다.
그 외에도 패션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참 많지만, 같은 패션人으로 더 이상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 대안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패션업계 4차 산업혁명 방향은 두 가지 프레임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프레임은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 하는 주요 키워드 4가지를 중심으로 패션업에서의 적용점을 제시해 보았다.
#빅데이터 -> 상품기획, 영업기획, 영업MD 부서에서 활용
전년 판매 데이터 중심의 先기획과 생산량 결정을 벗어나서 지역별 날씨, 기온, 내외부 경제,사회,유통,소비자 이슈, 판매 자료 등 빅데이터 통합을 통해 수요 예측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패션 회사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우린 이미 하고 있어!’라는 반응과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는 반응이다.
기업은 자신들의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직접 하려하지 말고 이미 잘하고 있거나, 준비되어 있는 회사와 협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견급 이상의 패션 회사들의 문제점은 규모와 자본이 있다 보니 직접 하려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러한 시스템 도입 사례로는 18개국 3000개 매장과 온라인에서 데님 상품을 판매 하는 글로벌 패션기업 ‘버팔로’가 있다.
< 출처 : ‘악마는 빅데이터를 입는다’, 더스쿠프 기사 요약 (2017. 12. 7) >
< 기사 전체 내용 보기 http://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56 >
버팔로 패션 회사 역시 대다수의 패션 회사가 겪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IBM 코그노스 TM1을 도입해서 재고관리, 수요계획, 예측, 예산 책정 등의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았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보고서 작성이 스피드 하고 정확해 진 것이다. 이와 유사한 플랫폼을 패션 회사가 직접 하려고 하는 순간, 실패의 길로 가는 것이다. 글로벌 IT 회사들은 이미 이와 유사한 플랫폼 을 준비했고 이들의 플랫폼을 사용한만큼의 비용만 지불하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 개인화 맞춤 서비스
작년 연말에 패션 관련 세미나에서 자주 언급된 사례가 미국의 스티치픽스 사례다.
‘옷 사진 하나 없이 연매출 3천억원 옷쇼핑몰’이라는 카피는 패션人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연 스티치픽스 비즈니스모델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네이버의 지식쇼핑과 이미지 검색 기능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구글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아마존에서도 스티치픽스가 보내준 옷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는 작년에 자사몰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5가지 유형의 간단한 설문에 응답을 유도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추천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키의 개인화 맞춤 서비스는 점점 고도화가 되어가고 있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변화는 이렇게 전망한다. 지금과 같이 대수의 고객들에게 동일한 쇼핑몰 메인페이지와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수많은 상품을 진열해 놓고 좀 더 싼 가격, 할인쿠폰을 제공하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쇼핑몰로 인해 소비자들은 결정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타임푸어족들은 온라인 쇼핑을 안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이커머스는 보이스 커머스, 큐레이션 커머스로 진화될 것이며 패션 회사도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자사몰 고도화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시점이다. 위에 언급한 보이스 커머스 관련 사례로는 작년 12월3일에 보이스 커머스 관련 기사가 있었다.
< 기사 전체 내용 보기 http://v.media.daum.net/v/20171203193037127 >
#AR/VR -> 매장 디지털사이니지
2018년1월1일이 되면서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인상되었다.
2020년에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무인판매, 키오스크,무인계산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패션 회사도 백화점, 복합몰, 아울렛 유통채널의 경우 중간관리자가 보조 판매원을 고용해서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고 맥도널드, kfc와 같이 페스트푸드 매장에는 키오스크 주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요즘 소비자들은 이미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말 걸지 맙시다’와 같이 나혼자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일명 언택트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사이니지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방송국 무대가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방송국에서 생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 무대를 2개를 만들어 놓고 한쪽 무대에서 공연을 할 동안 옆에 다른 무대는 스탭들이 바꾸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요즘 생방송은 어떠한가? 하나의 무대에 초대형 LED 스크린을 여러 개 설치한 후, 디지털로 배경과 조명 등을 조정하면서 생방송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 브랜드의 매장은 디지털사이니지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까?
첫 번째는 매장에 비치하는 POP, 현수막, 가격표시 등을 디지털로 대체해야 한다. 본사에서 제작해서 보내주는 POP 등 연출물들이 매장에서 매번 구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디지털로 변경하면 비용과 시간이 줄어든다. 특히 가격인하, 세일 등의 행사를 진행할 경우, 현재는 전국 매장에서 시작하는데 최소한 2~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디지털로 할 경우에는 24시간 이내에 행사를 시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매장 전면에 인쇄 화보 대신 LCD 모니터를 설치해서 운영해야 한다.
수 십억의 전속 모델료를 주고 촬영한 화보를 시즌에 한 장만 계속 보여주는 비효율적 관리를 개선할 수 있다.
< 기사 전체 내용 보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2&aid=0002835892>
#IoT/로봇 -> 물류 자동화
패션업계의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가장 먼저 변화를 해야 하는 부서가 바로 물류다.
패션 회사의 물류창고 중에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곳도 있고 2~3명의 직원이 아르바이트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아마존, 알리바바는 물류 선진화와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 패션 회사는 물류 시스템에 투자가 느린 편이다. 물류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QR코드, RFID를 이용한 재고&출고관리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센서를 중심으로 물류 렉간의 통신과 선입선출 자동관리 시스템, 이종 상품 판별 시스템 등으로 고효율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출고상품에 대한 자동피킹 시스템과 시즌오프가 되어 물류로 반품되어 들어오는 상품에 대한 자동 재포장 시스템도 도입이 시급하다.
작년에 한세엠케이 회사에서 RFID로 25배 효율을 내고 있다는 업계 소식이 있었다. 올해는 패션업계에서 물류선진/자동화의 시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사 전체 내용 보기 http://www.fashionbiz.co.kr/TN/?cate=2&recom=2&idx=163924>
다음 연재에서는 마케팅 4P MIX를 중심으로 패션업계의 4차 산업혁명 방향을 제시한다. 40여년 이어져 온 패션업 프렌차이즈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와 가격,상품, 프로모션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