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W 2018SS] 신규용‧박지선, 헤라서울패션위크 ‘블라인드니스’ 컬렉션
블라인드니스(Blindness)의 컬렉션은 언제나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레이스, 러플, 리본, 진주가 그야말로 ‘뒤범벅된’ 남성복은 묘하고 슬프고 아름답다. 완전히 몰입해 무대 위에서 모든 육체와 정신을 다 쏟아내고 결국에는 쓰러지고 마는 무희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다.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하는 컬렉션이다.
컬렉션을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오는 연예인, 화려한 플래시 세례 같은 것은 전무하다.
단지 헤라서울패션위크를 찾은 해외 바이어, 에디터들의 100%에 가까운 출석률이 블라인드니스의 높은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블라인드니스의 2018년 봄/여름 컬렉션은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재현한 면이 있다. 진주와 메시 소재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델들은 마치 웨딩 드레스처럼 화려한 옷을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믹스매치하여 입었다.
너무나 화려하고 전복적인 옷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탓에 모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들은 패션을 통해 무엇이 남자다운 것이고 무엇이 여자다운 것인지 성별을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그리고 젊음이 가진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사실은 과거의 컬렉션을 통해서 이미 전달했던 메시지인데, 아직은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훨씬 더 많이 남은 브랜드로서 나아갈 길을 정리하고 다지는 느낌이었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블라인드니스의 듀오 디자이너인 신규용과 박지선은 여전히 걱정에 쌓여 있다. 지난 시즌의 컬렉션에 수많은 미련이 남고 앞으로의 컬렉션의 방향성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젊고 방황하고
미완성이기에 아름다운 것은 블라인드니스뿐 아니라 이들 듀오 디자이너에게도 해당된다.
‘블라인드니스의 컬렉션은 미친 듯이 아름답고 멋졌다’는 진심어린 한 마디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