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는 2019 가을/겨울 컬렉션 광고 캠페인을 공개했다. 스토리텔링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만큼,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이야기와 인물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기반으로, 매력적이고 강렬한,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구찌의 세계를 자신만의 비전으로 정의했다.
패션의 스토리텔링은 도안 작업부터 아틀리에에서 피팅하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를 거친다. 이는 우리가 오늘 날 간과하고 당연시 여기게 된 고유한 노하우와 기술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0여년에 걸쳐 전설처럼 전해오는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의 출현과 전성기 속 상징적인 이미지는 구찌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통해 현대화되었다.
이번 구찌 2019 가을/겨울 컬렉션 광고 캠페인은 의상 제작의 실질적인 과정을 다시 한번 패션 담론의 중심에 놓고자 하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디렉션 하에 제작되었다. 새로운 헴라인, 시즌 컬러, 패브릭 등으로 매거진 1 면을 장식했던 30년 전의 모습을 재현하듯, 이번 광고 캠페인은 레디-투-웨어 패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현재는 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다’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창의적이고 지적인 철학은 글렌 러치포드(Glen Luchford)의 촬영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다루는 과거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만큼 상징적이면서 낡지 않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까운 과거인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는 신비롭고 놀라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먼 과거이다.
이번 광고 캠페인은 분명한 내러티브를 품고 있으나, 워크샵부터 디자인 및 제작 단계를 걸쳐 런웨이에 오르고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전적으로 옷 자체의 제작 및 홍보의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진정한 옷에 대한 이야기는 그 옷을 입는 사람들이 들려준다고 믿기에 의도적으로 과거의 표현을 사용했으며 인물이 아닌 사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역동적이고 시각적인 내러티브는 옷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절대적인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옷은 구찌만의 메타언어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숭고한기억을 기념품으로 탈바꿈시키고, 무형에서 유형으로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며 헤드라인과 커버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