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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넘어 패션 플랫폼 인수 이유는?

최근 패션 시장에서 투자를 넘어 패션 플랫폼 인수가 활발하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 시장이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으로 재편된 가운데 상반기에만 3건의 패션 플랫폼 빅딜이 성사됐다.

최근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한데 이어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신세계는 W컨셉을 품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패션계는 패션 스타트업이나 중소 브랜드 위주로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를 유치한 패션 스타트업 대부분은 기술 기반의 패션 테크 기업들이 주류를 이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 브랜드 역시 투자나 인수 대상이었다.

사실 VC(벤처캐피탈) 입장에서 패션은 투자 선호군이 아니다. 투자 기간도 길고 투자 이후 투자금 회수도 어려운 산업군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마켓의 가파른 성장은 이 같은 투자 생태계를 바꾸었고 무신사, 지그재그와 같은 대형 패션 플랫폼의 등장으로 패션은 ‘투자 가치’ 산업군으로 전환됐다.

업계 관계자는 “타 산업에 비해 패션은 업계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반짝 스타 브랜드는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시간과 투자에 비례해 브랜드 가치(인지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VC입장에서는 투자 기피 대상일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온라인 패션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기술 기반의 패션 플랫폼 등장으로 투자 선호 산업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스타일쉐어29cm, 카카오지그재그, 신세계W컨셉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최근 스타일쉐어·29CM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인수 방식은 무신사가 스타일쉐어·29CM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인수 규모는 3,000억원이다. 그동안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초석을 다져온 무신사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르는 브랜드 발굴 노하우와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스타일쉐어와 29CM는 무신사의 브랜드 투자 및 성장 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현재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 패션과 고감도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더 큰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패션 테크 기업 크로키닷컴을 품었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 크로키닷컴이 2015년 출시한 ‘지그재그’는 동대문 노하우에 기반한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 개인화 추천, 검색, 통합 결제를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2030대 충성 고객을 확보해 올해 연 거래액 1조를 바라보는 등 패션 플랫폼으로 차기 유니콘 기업에 올라섰다.

신세계는 지난 11일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 인수 절차를 마무리 했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지난 11일 W컨셉 인수 대금을 지급하고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SSG닷컴은 지난달 1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2,000억원 중후반대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W컨셉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온라인 여성 패션 편집숍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6.5% 증가한 710억원을 기록했다.

지그재그W컨셉스타일쉐어/29CM
회원수2,000만명500만명600만명(스타일쉐어),295만명(29CM)
2020년 거래액7,500억원2,350억원3,000억원
주요 회원10~20대 여성20~30대 여성10~20대 여성
특징AI 등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판매스타일쉐어 SNS기반 커머스
인수 현황카카오 인수SSG닷컴 인수무신사 인수
패션 플랫폼 비교 (자료 각사)

우선 무신사는 인수 이후에도 무신사, 스타일쉐어, 29CM는 플랫폼별 고유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전략 수립 및 시너지 창출은 입점 브랜드 성장 지원 혜택과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부분에 집중할 방침이다. 무신사는 현재 운영 중인 브랜드 동반성장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스타일쉐어·29CM 입점 브랜드까지 확대하고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풀필먼트 센터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사는 커뮤니티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온라인 패션 시장을 개척해온 공통된 성장 DNA와 빠른 성장의 토대가 된 차별화된 서비스 운영 능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는 포부다.

카카오는 지그재그 인수를 통해 국내 대표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에 나선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는 7월 출범하는 합병 법인은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가 보유한 기술력 및 여러 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국내 대표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 인수 이유는?

패션 플랫폼을 손에 넣은 이들의 속내는 다르다. 무신사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국내 브랜드 패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패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은 필수”라며, “앞으로 무신사, 스타일쉐어, 29CM 입점 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패션 유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의 이번 인수 결정은 양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을 결합해 국내 브랜드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 3월 카카오톡의 별도 탭을 통해 카카오커머스 서비스들을 한곳에 모은 ‘카카오쇼핑’을 선보이며 쇼핑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더보기’ 탭을 통해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선물하기·메이커스·쇼핑하기·카카오쇼핑라이브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개편 후 통합된 공간을 통해 이용자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상품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는 ‘맞춤형 커머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그재그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호 쇼핑몰, 관심 제품, 구매 이력 등에 따른 큐레이션 쇼핑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카카오와 비슷한 전략을 지녔다.

카카오는 지그재그와 같은 테크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너지가 기대되며 국내 대표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W컨셉 인수를 통해 올해 패션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SSG닷컴과 W컨셉은 인기브랜드를 상호 입점하는 방식으로 접점 확대한다. 또 SSG닷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W컨셉 입점 브랜드를 홍보해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SSG닷컴은 작년에는 식품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패션에 역량을 강화해 20대 여성 소비자까지 집객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쿠팡도 못잡은 패션 시장 신성장 동력?

카카오와 신세계가 쿠팡도 잡지 못한 패션 시장에서 패션 플랫폼을 인수하는 이유는 뭘까?

이커머스 시장과 비슷하게 온라인 패션 시장도 승자독식 구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 초기 쿠팡, 위메프, 티몬의 규모는 비슷했지만 현재 쿠팡은 GMV가 24조원에 달하는 1위가 됐고, 위메프와 티몬의 GMV는 각각 6조원과 3조원에 불과하다. 각 회사의 전략이 이와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 성장에 방점을 둔 쿠팡은 무섭게 시장을 장악해갔고, 수익성을 염두에 뒀던 위메프와 티몬은 자연스럽게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행보도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회사의 사례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다. 업계는 수익성보다는 고객 확보와 GMV 증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업계처럼 온라인 패션 시장도 1위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몸집을 키워 시장을 더욱 장악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패션 소비 시장에서의 큰 손인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를 주요 고객층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MZ세대의 주요 쇼핑 창구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가 지난해 1조2,000억원을, 지그재그가 7,500억원, 에이블리 3,800억원, W컨셉과 브랜디가 각각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불황이 무색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성장성 높은 패션 플랫폼을 인수를 통해 잠재 고객인 MZ세대를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몸집을 키워 승자독식 구조의 온라인 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수와 투자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이커머스의 또 다른 대어는 이베이코리아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G9를 운영중이며 내달 7일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나선다. 지난 3월 말 진행된 예비입찰에서는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적격후보자명단에 포함됐다. 매각 가격은 5조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인수 금액을 두고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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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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