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EMPO, 음악 기호 아템포 : 코로나 이전의 빠르기로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코로나 시국의 속도감이 사회전체에 피로감을 주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패션시장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라며 “이제 급격해서 불안했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숨을 고르고, 여전히 ‘19년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패션시장은 이전의 규모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아야 할 때이다. 그래서 느리거나 빠르게 변주한 이후 다시 이전의 빠르기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음악 기호 ‘A TEMPO(아템포)’를 2022년 키워드로 선정했다” 라고 말했다.
각 분야별로 살펴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유연성이 필요할 때이다. 유행의 창출이라는 패션업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그 어떤 것도 패션 비즈니스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다고해도 급격히 달라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뒷걸음질 친 패션마켓 규모의 자연스러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의복에서 식, 주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옮겨간 터라,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
특히 F&B 비즈니스로의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카페 키츠네, 카페 A.P.C. 등 패션 브랜드의 카페 공간 뿐 아니라 미슐랭 스타를 받은 구찌의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도 내년 2월 문을 연다. 넷플릭스가 경쟁상대로 같은 컨텐츠 플랫폼 디즈니 채널이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를 꼽는 것처럼, 이제 패션도 스스로의 영역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
소비 관점에서는, 소비의 의미 변화가 이어지며 취향에 의한 소비가 지속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옷장을 채우고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 ‘워드로브 웰빙(Wardrobe Well-being)’이 부각된다. 소비자의 지갑은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때만 비로소 열리고 있다.
유행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점점 더 자신의 취향을 전파하고 있으며,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고 있다. 여러 사람에게 두루 선택 받기 위한 일반적 전략 대신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인화 전략이 선택되고 있다. 이제 백(百)가지 상품을 갖춘 백화점보다는 취향으로 큐레이팅된 십화점이 각광받는다.
BUSINESS | Across the Fashion : 패션을 가로지르는 업(業)의 확장 |
CONSUMER | Taste-commerce : 취향이 우선하는 소비 |
STYLE | Encounter Y2K Fashion : Y2K패션과의 조우 |
MARKET | Metaverse is Coming : 주목받는 메타버스 |
BRAND | Purpose-Driven Brand : 목적지향 브랜드의 성장 |
SOLUTION | Organic Growth Strategy : 유기적 성장 전략 수립 |
패션 스타일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패션을 마음껏 즐기도록 유도한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세기말의 Y2K패션이 재등장,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바디컨셔스 실루엣과 컷아웃 아이템들이 섹시한 무드를 제안하고, 워크프롬홈(Work from Home)의 재택 패션을 대신하는 화려하고 대담한 파티룩이 등장한다.
라운지 패션에 밀려났던 테일러링도 여유로운 핏으로 편안함과 포멀함의 균형을 맞추며 재등장하고,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이끄는 도파민 컬러와 다채로운 플로럴 모티브와 프린트의 향연으로 억눌렸던 팬데믹 기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업의 숙명은 떠오르는 메타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규정했으며,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활용하기 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격전이 더욱 심화된다.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은 실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실물 없는 가상세계에서도 희소성과 차별화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는 현재의 소비자들은 직접 입고 경험할 수 없는 가상세계의 패션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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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광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타 휴먼 모델들에게 익숙한 MZ소비자들은 제페토 플랫폼 안에 구찌의 가상 스토어 구찌빌라에서 들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신상백을 구입하고 있으며, 버버리와 돌체앤가바나도 블록 체인 기반 아래 디지털 컬렉션을 사고 팔 수 있도록 NFT 컬렉션을 선보이거나 준비 중이다. 직접 신을 수 없지만 희소성을 가진 한정판 스니커즈 역시도 NFT로 거래 가능한 메타버스 내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 중이다. 나이키도 가상 패션전문 NFT스튜디오인 RTFKT(아티팩트)를 인수하며 NFT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해외 명품에서 촉발된 메타버스 경쟁은 곧 국내에서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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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도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소비자와 함께하기 위한 변화를 예고한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끌로에(Chloe)는 여성의 성장을 돕기 위한 목적 지향 브랜드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끌로에의 SNS 피드는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한정판 제품 대신 컬렉션에 영감을 주었던 자연물의 신비로움을 담은 컷으로 채워지며 브랜드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패션 브랜드의 목적 지향적 브랜드로의 관점 변화는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가능성의 추구와 맞물려 소비자와 교감하는 브랜드의 필수 조건이 된다. 동시대적인 트렌드를 디자인에 담는 것만큼이나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 패션 브랜드의 사명으로 부각된다. 언제 어디서나 일관되게 전달되는 브랜드의 세계관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핵심요소이다.
패션 비즈니스는 다시금 유기적인 성장전략을 필요로 한다. 물론 저성장시대, 본업을 통한 유기적 성장에 한계를 말하며 M&A 등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 전략이 각광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규모의 성장을 위해 비유기적 성장전략을 기반으로 업의 연관성이 없는 신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는 경우, 핵심사업의 시장 리더십까지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인접 영역으로 흩어지고 있는 지금, M&A를 통해 전문적 영역을 벗어난 신사업 진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동일 업종이거나, 가치사슬 상 인접해 수직적 계열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관련성이 높은 업종이라 판단하기보다는, 업의 개념과 역량 측면에서 적합성이 높은 영역을 공략, 유기적 성장 전략으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확대된 상품과 서비스의 범위를 관통하는 공통의 가치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가상과 현실, 온오프를 가로질러 다양한 채널 전략이 필요한 지금, 명확한 기준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없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