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넓은 바지와 큰 티셔츠는 90년대를 대표하는 힙합 스타일이다. 거칠게 뱉어내는 랩과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은 사회적 억압과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과시적인 모습으로 힙합 스타일은 주류 문화로 편입되지 못했다. 그러던 힙합 스타일이 현재는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힙합이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데 미디어의 역할이 한몫했다. 최근 화제가 된 Mnet ‘쇼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으로 힙합을 친근하게 바라보는 대중들이 늘어났다. 이를 계기로 스트리트 감성도 젊은층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다.
젊은층 사이에서 힙합이 인기를 끌면서 패션업계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각 브랜드는 스트리트 컬처를 담은 패션 아이템 및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구매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소비자들의 강한 욕구를 어떻게 채워줬을까?
리복은 <벤틸레이터 론칭 파티>에서 패션과 힙합 레이블의 이색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THE TIME IS NOW, 지금이 바로 우리의 시간이다’라는 콘셉트로 러닝화 벤틸레이터 고유의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제시했다. 특히 파티 기획부터 힙합 레이블 AOMG의 박재범과 그레이, 로꼬 및 세계적인 톱 모델 수주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박재범과 그레이, 로꼬는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힙합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10년 전,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스케이트보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1~2년 사이에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번화가와 공원, 공터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스케이트보드와 스냅백을 뒤집어쓴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힙합, 스트리트 감성에 영향을 받아 스케이트보드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됐다. 젊은 층의 새로운 취미로 자리잡은 스케이트보드를 활용해 반스는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세계 최초로 스케이트보드 슈즈를 탄생시킨 브랜드 반스는 스케이트보드를 활용해 첫 번째 글로벌 스케이트 비디오 <프로펠러>를 공개했다. <프로펠러>는 스케이트 보딩 최고의 필름 메이커 ‘그래그 헌터’가 디렉팅을 맡아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와 레전드의 모습을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로컬 스케이터들과 관람객은 비디오에 등장하는 반스 빅네임 스케이터들의 화려한 기술에 열광했다. 막을 내린 이후에도 스케이터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거리에 나와 스케이팅을 즐기며 뜨거운 밤을 지새웠다.
마니아 장르로 구분되던 힙합은 대중적인 성격을 갖게 되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정형화된 틀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이 가능한 매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