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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장기 불황에 대처하는 법

기업이 장기 불황에 대처하는 법 | 1

일본은 최근 대형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제품의 판매가 지난해부터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본 패스트 패션의 대표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최근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년간의 연결영업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순이익은 직전 1년간에 비해 45% 줄어든 600억엔으로 내놓았다.

코트라 산업‧기술 트렌드에 따르면 매출 하락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작용하겠지만 이 같은 경향은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소비 성향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으며 소비에 엄격할 수밖에 없는 일본인들은 품질이 낮은 제품은 아무리 저렴해도 사지 않는 반면 가치 있는 제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아베 내각의 ‘6차 산업화’ 전략에 따라 고품질의 지방 상품이 주목받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AQUA사의 핸디캡 세탁기 ‘COTON
AQUA사의 핸디캡 세탁기 ‘COTON

‘6차 산업화’란 1차 산업인 농업·어업 등의 생산자가 생산뿐만 아니라 조리·가공·유통·판매까지 일원화하는 것으로 1차 산업의 고용과 소득을 확대하기 위한 지역 활성화 제도를 말한다.

생산자가 좋은 품질의 농수산물을 생산·가공 및 판매까지 직접 실시해 소비자로부터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신뢰를 얻어 현재 지방 상품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이에 올해 일본 히트상품에는 3가지 조건을 수반한다.

첫 번째 조건은 ‘과연 그 부분까지 고려할까?’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품질이다. 품질을 중요시하는 일본에서는 ‘과잉품질’이라 불릴 정도로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해 만든 아이디어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히트제품 중 세계 최소형 핸디캡 세탁기 ‘코튼(COTON)’과 ‘부러지지 않는 샤프’가 대표적인 예다.

핸디캡 세탁기 ‘COTON’은 휴대가 가능해 옷에 얼룩이 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세탁할 수 있다. 또 ‘부러지지 않는 샤프’는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심이 부러지지 않는다.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제품을 통해 일본의 ‘품질 중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ZEBRA사의 부러지지 않는 샤프 ‘DelGuard’
ZEBRA사의 부러지지 않는 샤프 ‘DelGuard’

두 번째 조건은 뿌리가 명확한 상품이다.

뿌리가 명확한 상품은 ‘필연성’으로 제작자의 의도가 명확한 제품이 일본 소비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다. 특히 6차 산업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 일본에서 히트한 DEALK사의 ‘베스트 200% 토마토주스’가 대표적인 예다.

토마토의 대표 생산지인 미에현(三重県)에 소재한 DEALK사는 토마토의 재배뿐만 아니라 가공 및 판매까지 함께 실시해 고객으로부터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타사 제품 대비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EALK사의 ‘베스트 200% 토마토주스’는 최근 G7 정상회담 음료로 채택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 번째 조건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커스터마이징’은 고객 단 한 명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을 뜻한다. 소비자 한 명, 한 명을 타깃으로 ‘오직 당신을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제공한다면 일본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장기 불황에 대처하는 법 | 2

최근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시계 브랜드 ‘Knot’는 시계의 무브먼트가 20여 종, 벨트가 200여 종에 달해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컨셉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트라는 ‘품질’, ‘필연성’, ‘커스터마이징’ 등 세 가지 조건에서 보면 일본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기회가 더 클 수 있는 시장이다고 설명했다.

일정 수준의 품질로 다수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대기업보다는 변화에 대처가 빠른 중소기업에 강점이 있는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세 가지 조건을 토대로 ‘일본인 소비 성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며 ‘지켜야 할 부분은 반드시 지키고, 뺄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뺀다’는 일본 자동차기업 혼다의 전략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코트라는 덧붙였다.

지난해 발매된 혼다의 신형차 ‘S660’은 경차지만 스포츠카와 동일한 스펙과 디자인을 보유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경차에서는 볼 수 없는 일반 스포츠카와 동일한 오리지널 부품을 사용했지만 트림 패널 등은 비교적 저렴한 소재를 사용해 원가를 낮췄다.

즉 스펙과 디자인은 지키면서 내장재라는 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작지만 완벽한 스포츠카를 만들어낸 것.

장기불황의 시대적 배경과 품질 중시 문화 속에서 소비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본인들 사로잡기 위해서는 가격을 덜어내는 것이 아닌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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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병훈

세계 일주를 꿈꾸는 패션 기자 mbh@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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