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 동대문 패션 글로벌화의 첫 걸음
도매가 의류 쇼핑 플랫폼으로 주목
패션서울은 동대문 도매 기반 B2C 플랫폼 ‘동글’을 시작으로 패션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지난호 발행한 ‘무신사처럼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패션 스타트업’의 연장선으로 국내 패션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그들의 마켓 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동글(대표이사 최영하)은 국내 최초 동대문 도매시장 기반 B2C 커머스 플랫폼 ‘동글’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동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일반인 누구나 동대문 의류를 도매가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도매시장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플랫폼으로 한데 묶어 모바일 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동글이 처음이다.
동글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상품을 기획 및 제작한 도매상인이 직접 입점해 동글의 회원에게 상품을 도매가로 판매한다. 도매가에 온라인 결제 및 사입 수수료 10%를 포함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는 시중가 대비 40~60% 정도 저렴한 셈이다.
최영하 대표는 동대문 시장에 경영자이자 디자이너로 13여년 간 활동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동대문 패션이 중국 저가상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온라인 의류시장의 강세에 대응하지 못해 ‘동대문 패싱(passing)’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했다. 동대문 패싱 현상은 국내외 원‧부자재의 원가상승 및 국내 인건비의 상승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동대문 도매시장이 유통구조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동대문 패션이 도매와 소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도매상인들이 소매업을 병행하거나 별도 소매 브랜드 런칭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도매상인들은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야간에 운영하는 매장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 나서기 쉽지 않고 온라인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수준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대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데는 상당한 불편이 뒤따른다. 소량은 팔지 않기도 하고 환불이나 교환은 더욱 어렵다.
동글 플랫폼은 이러한 동대문 도매상인의 어려움을 낮추고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하게 됐고 지난 4월 동대문 패션 기반의 ‘동글’ 플랫폼을 런칭했다.
현재 동글은 동대문 도매 400여 곳이 입점했으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회원들을 모집 동대문 패션과 소비자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권경렬 동글 부사장은 “‘동대문’과 글로벌’의 한 글자씩 따 서비스명을 정한 만큼 이름대로 동대문을 온라인 글로벌 패스트 패션 메카로 만들겠다”며 “현재 500여 곳의 입점 업체 중 입소문을 타고 100여 업체가 직접 입점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으며 매출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글은 풀필먼트를 통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도매상 중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글에 입점하면 사입, 검품, 배송,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을 모두 맡길 수 있어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이 같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동글이 물류 허브 역할을 해 소비자들 역시 각각 다른 매장의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택배비는 한 번만 결제하면 묶음배송이 가능하다.
동글 x 셀레드, 동대문 기반 패션 인플루언서 커머스 런칭
동글은 단순히 B2C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판매 확대를 위해 인플루언서 플랫폼 ‘셀레드’를 운영하는 아이두마케팅과 함께 ‘패션 인플루언서 커머스 구축’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동글’은 지난 4월 출시 이후 이용자수가 급증하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이 높다. 셀레드는 누구나 상품을 체험해보고 후기 공유를 통해 소비자에게 바이럴마케팅 및 판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이두마케팅은 코스닥 상장사 미투온의 자회사로 지난해 6월 셀레드 출시 이후 약 2만 5,000여명의 인플루언서 유저를 확보하며 마케팅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두 회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동대문 시장의 방대한 상품을 간편하게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동글에 입점된 400여개 도매 매장의 상품 3,000여가지를 셀레드에서도 구매할 수 있으며 셀레드에서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동글은 셀레드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기존 B2C 커머스 사업에서 B2B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커머스 및 새로운 유통시장을 겨냥해 성장하고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들과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투자 유치도 순조롭다.
동글은 최근 미국계 벤처캐피털 스트롱벤처스(Strong Ventures)로부터 시드 투자(금액 비공개)를 유치했다. 지난 6월에는 500스타트업(500 Startups)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3개월 만에 후속투자를 유치한 것. 투자 유치는 빠른 성장이 한몫했다.
동글은 지난 4월 서비스 출시 이후 2개월여간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마켓 앱다운로드 2만여건, 순방문자수 7만여명을 달성했다. 특히 일간 재방문율이 40%에 달해 가격비교 등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밀레니얼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글은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시장은 물론 일본·
대만을 비롯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지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최영하 동글 대표는 “MZ세대가 상품 구매뿐만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소매 모바일 유통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동글은 유통과정의 혁신을 통해 도매시장의 판로를 다양화하고 조기에 해외로 진출해 동대문산 의류의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동글은 도매시장 13년 경력의 최영하 대표이사를 비롯해 언론계, 광고계, IT업계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팀원들이 모인 스타트업이다. 특히 도매시장 출신 팀원들이 많아 시장 생태계와 상인 및 종사자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