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16일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한 ‘글로벌 패션 포럼’에서는 “로컬이 곧 글로벌”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국 패션과 관광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송길영 작가는 이날 강연을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일상이 어떻게 세계적 매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다채로운 사례와 함께 소개하며 200여명이 참석한 회원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해계인의 시대’와 개인화된 소비
강연의 서두에서 송 작가는 현대가 ‘해계인의 시대’로, 한 명 한 명의 개인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사회로 전환되었다고 강조했다. 관광도 예외가 아니어서, 집단 관광 대신 개인 여행이 급증하며 여행의 형태와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거대한 기념물이 아니라 일상 속 골목과 생활 문화가 팔리는 시대”라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가 장소를 만든다
이어 그는 한국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음악이 어떻게 실제 장소를 ‘성지’로 만드는지를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를 찾아 일본을 방문하는 사례나, 드라마 <선재어고>의 수원 촬영지,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과 연관된 장소들이 세계 팬들에게 인기 관광지가 된 것이 대표적이다. “콘텐츠가 붙으면 장소와 무관하게 뜬다. 중요한 건 문화와 이야기”라는 말은 참석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서울을 넘어, 일상과 로컬의 힘
송 작가는 또 서울과 명동, 경복궁 같은 기존 관광지보다 연남동, 힙지로, 은평 한옥마을, 금호동 달맞이 공원 같은 일상적인 로컬 공간이 더 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산과 강, 골목길 같은 평범한 일상이 외국인들에게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외국 관광객에게 주어야 할 것은 전통 문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유일함을 지켜야 살아남는다
포럼 후반부에서는 한국 로컬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한 조언이 이어졌다. 그는 벤치마킹과 모방을 경계하며, “유일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카피하면 같이 망한다”고 단언했다. 거제도 작은 섬의 민박 서비스와 일본 가가와현의 우동 투어, 부산의 돼지국밥 등 한 가지 고유한 정체성에 집중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패션·식음료 브랜드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체성, 세계와 만나다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송 작가는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정의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이라는 단어 자체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이 될 수 있으며, 로고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스타일과 문화적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또, 해외 소비자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시도와 한국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디자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로컬에서 글로벌로
마지막으로 송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그리고 한국은 이제 고유함으로 인정받는 도시와 나라가 됐다. 세계가 한국의 고유한 삶과 문화를 원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세계와 만나야 한다.”
이번 포럼은 한국 패션과 관광 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참가자들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당신의 브랜드는 얼마나 고유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