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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안나 윈투어는 패션계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안나 윈투어

안나 윈투어(Anna Wintour)는 패션계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

안나 윈투어는 일명 ‘패션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나 패션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 그녀의 이름은 낯설 수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기억하는가? 악마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Miranda Priestly)는 안나 윈투어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이며 전체적인 스토리는 실제 보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안나 윈투어는 트렌드를 사라지게 하거나 혹은 탄생시키거나, 이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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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축복 없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빌 게이츠의 축복 없이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수도 있지만, 안나 윈투어의 축복 없이 패션계에서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안나 윈투어에 대한 코멘트만으로도 그녀가 패션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4대 패션 위크(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에서 VIP를 위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는 여자, 세계 패션계 변방이었던 미국을 중심으로 옮겨온 여자, 바로 안나 윈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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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윈투어의 패션 감각은 타고난 것이다. 영국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London Evening Standard)의 편집국장 찰스 윈투어(Charles Wintour)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런던 상류층의 학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도도하고 차가운 성격 탓에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패션에 있었다. 유행에 맞춰 교복 치마를 짧게 수선하고 클럽을 드나들며 패션을 분석해 기사를 작성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는 패션계에서 일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고등학교를 마친 그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패션 매거진 하퍼스 앤 퀸(Harper’s & Queen)의 어시스턴트로 패션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후 그녀는 25세가 되던 해에 뉴욕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곳에서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비바(viva), 새비(Savvy)의 패션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그녀가 만든 지면은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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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안나 윈투어의 최종 목적지는 보그 미국판이었다. 마침내 보그에 입성한 안나 윈투어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도 알리지 않은 채 일에 몰두했다. 심지어 그녀의 스케줄과 출산 일정이 겹치자 유도 분만까지 강행했다. 그런 그녀에게 편집장이 될 기회가 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패션계에 새로운 흐름을 읽지 못하던 그레이스 미라벨라(Grace Mirabella, 전 보그 편집장)가 해고되면서 새 편집장 자리는 안나 윈투어에게 돌아갔다. 그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녀는 “보그에 일하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이미지를 대변한다”며 직원의 복장 규정을 정했다. 또한 사내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마주친 직원들에게 ‘먼저 말 걸지 말 것’,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 것’, ‘떠들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녀는 자잘한 일을 모두 어시스턴트에게 맡기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녀의 어시스턴트 중 한 명이었던 로렌 와이스버거(Lauren Weisberger)는 보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출간했다. 큰 인기를 얻은 그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안나 윈투어의 독선적인 성격은 수많은 적을 양산했다. 심지어 야외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던 그녀의 접시에 누군가가 죽은 너구리를 집어던진 일도 있었다. 당시 동물 보호 단체의 모피 반대 운동이 한창이었는데 그들의 비난이 모피 패션의 대표 주자인 그녀에게로 향한 것이다. 당시 안나 윈투어는 너구리를 옆으로 밀쳐내고 당황한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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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만 듣고 안나 윈투어를 그저 악마 편집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녀의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지휘로 보그 미국판은 패션 매거진 1위의 왕자를 그 누구에게도 넘겨준 적이 없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표적인 혁신으로는 표지 스타일을 꼽을 수 있다. 이전에는 유명 모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이 전형적인 스타일이었는데 그녀는 모델의 몸 비중을 크게 늘린 표지를 선보였다. 또한 1만 달러 짜리 보석 장신구가 달린 티셔츠와 50달러짜리 빛바랜 청바지를 매치하는 등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일반인이 범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모델을 쓰는 것도 중단했다. 그녀는 잡지는 대중성을 잃어선 안되며 어느 거리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실질적인 여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신념을 내세웠다. 심지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도 등장했다. 물론 안나 윈투어가 추구하는 스타일로 바꾼 채 말이다. 1998년 보그 미국판은 역대 가장 큰 수익을 기록했고 그녀는 ‘역대 편집장 중 가장 훌륭한 편집장’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업적은 따로 있다. 바로 신진 디자이너를 대거 발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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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은혜를 입은 디자이너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톰 포드(Tom Ford),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마이클 코어스(Micheal Kors)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4대 패션 위크는 원래 런던, 밀라노, 파리, 뉴욕의 순서로 진행됐다. 맨 마지막 일정을 진행하는 미국의 경우 늘 표절이란 오해를 받기 일쑤였다. 이에 안나 윈투어는 모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뉴욕패션위크를 제일 먼저 열었다. 그리고 미국 디자이너들을 뉴욕패션위크에 대거 투입했다. 세계 패션 위크를 늘 빛을 보지 못 했던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만든 셈이다. 덕분에 미국 디자이너들의 황금기가 도래했고 뉴욕 패션 위크는 세계 4대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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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나 윈투어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패션쇼가 끝나면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만약 그녀가 박수를 치면 그 패션쇼는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뜻이다. 만일 그녀가 특정 디자이너의 쇼룸이나 백스테이지를 방문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디자이너는 무명의 굴레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고개만 까딱거리고 만다면 그것은 대재앙을 의미했다. 그녀의 반응에 디자이너들은 울고 웃는다. 안나 윈투어가 대중의 기호를 파악하는 능력은 디자이너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라다(PRADA)나 샤넬(CHANEL)과 같은 저명한 브랜드의 디자이너마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디자인과 원단을 싹 바꾸기까지 했다. 오늘날 까다롭고 독한 패션 매거진 편집장의 이미지를 만든 안나 윈투어, 그런 그녀 덕분에 보그 미국판은 지금도 치열한 패션 잡지 세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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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패션 에디터(__*) 1:1 신청 환영 press@fashion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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