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유럽스케치 #9] 벨기에, 유럽판 화개장터

belkor-eurokor

누구에게나 최초의 것은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나에게 있어서 벨기에는 최초의 유럽국가이다. 1991년에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대회에 통역요원으로 참여했을 때 사귄 최초의 유럽 친구들도 벨기에인이었고, 나의 첫 유럽 배낭여행 때 첫 발을 디딘 나라 역시 벨기에였다.

이번 유럽스케치에서는 지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마음 따뜻한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벨기에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담아 나누고 싶다.

20160325_ Eurokor


# 유럽의 심장

흔히 ‘유럽의 심장’ 또는 ‘유럽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벨기에는 유럽의 전형을 발견하기에 적합한 나라이다. 동쪽엔 독일, 서쪽엔 프랑스, 북쪽엔 네덜란드 그리고 바다 건너 영국 등 전통적인 유럽의 강호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벨기에는 산이 거의 없는 평평한 지형으로 지나다니기에 좋은 조건까지 갖추고 있다 보니 교통과 교역의 요충지로서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어 늘 주변 강대국들에게 휘둘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과거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지정학적 위치가 현대에 와서는 유럽 뿐 아니라 세계의 외교, 무역의 중심지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 되었다. 유럽공동체의 꿈이 잉태되고 성장하여 오늘의 유럽연합(EU)으로까지 발전한 무대가 벨기에였고. EU뿐 아니라 NATO 등 850여개의 국제기구가 이 작은 나라에 집중되어있는 것만 보아도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belgium070508_minieurope
23개 언어를 사용하는 28개 회원국들의 공동체인 유럽연합(EU)의 수도 브뤼셀엔 유럽의 발전을 거북이로 표현하고 있는 미니유럽이 있다. 과연 그렇다. Ⓒ EuroKor

벨기에의 북부 플란더스 지방은 네덜란드어.(정확히 말해서 플래미쉬)를 사용하고 남부 왈룬 지방에서는 프랑스어를, 그리고 동쪽 끝 일부 지역에서는 독일어를 사용한다. 이들 3개의 공식 언어권별로 각각의 정부가 따로 있으며, 수도 브뤼셀과 플란더스, 왈룬 역시 자체적으로 정부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중앙정부의 부재로 인한 행정의 공백 또는 느슨한 공권력의 누수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금 벨기에가 겪고 있는 아픔은 언어를 달리하는 별개의 주권국가들이 연방제 형태의 경제적, 정치적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유럽의 한계를 축소판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image005_20140903-050646_1


# 강소국 벨기에의 명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영어는 물론이고 불어, 독어, 네덜란드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벨기에인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타고난 협상가들인 벨기에인에게 언어라는 무기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이며 그들이 국제무대의 요소요소에서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브뤼셀의 시민 10명중 3명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그만큼 벨기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서구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에 탄광 광부로 왔다가 눌러앉은 터키, 모로코계 노동자들과 딸려온 식구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회교집단이 형성되어 있고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과 아시아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유색인종들에게 평등한 인간적 존중을 아끼지 않는 벨기에의 지나치게 관대하고 느슨한 사회통제가 오히려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되도록 만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니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brussels2007_(41)_eurokorlove

브뤼셀에는 비즈니스맨들도 많지만 정치인들 또한 유난히 많다. 언어별, 지역별 정부는 물론 각 자치시의 의원들과 크고 작은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및 정치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 바로 브뤼셀인 것이다. 그러나 브뤼셀 시민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아도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비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한번은 신문에 “…그들은 오늘도 하루 종일 다음 토론의 주제를 정하기 위한 토론을 벌였다.”는 촌평이 실린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하는 일없이 연봉만 높은 말쟁이들=정치인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냉소와 불만을 느낄 수 있었다.

# 낯익은 그러나 몰랐던 벨기에

벨기에 것 중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세계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흔히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르는 감자튀김도 원래는 폼프릿츠(Pomes frites)라는 이름의 벨기에식 요리가 그 원조이며, 위스키를 넣은 초콜릿도 벨기에가 원산지이다. 뿐만 아니라 흔히 맥주 하면 독일, 치즈 하면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벨기에는 600가지가 넘는 종류의 맛과 색깔을 가진 맥주를 저마다 다른 잔에 담아 제공하며, 치즈의 종류만도 200가지가 넘는다. 한번은 이름도 재미있는 천사의 치즈(Angel’s cheese)와 악마의 치즈(Devil’s cheese)를 한 식탁에서 동시에 맛본 적이 있는데 정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했다. 비위가 어지간히 강한 나도 악마의 치즈가 남긴 뒷맛 때문에 하루 종일 다른 식사를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belgian_beer_header_eurokorlove

벨기에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부터 양탄자, 레이스, 심지어 당구공 수출까지 세계시장을 선도하며 타고난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특히 당구공은 종이를 압축하여 완벽한 원주율에 입각하여 만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상품으로 벨기에산의 품질을 세계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당구공의 90% 이상이 벨기에산이라고 하는데, 벨기에산 당구공의 최대 수입국이 한국이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또한 한국전쟁 때 벨기에군이 이 땅에서 흘린 피도 적지 않았다. 이쯤 되면 당구공만큼이나 단단한 혈맹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준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는 벨기에의 남쪽 왈룬의 숲에서 탄생하였고, 내가 어린 시절 가장 감동 깊게 보았던 만화영화 ‘플란더스의 개’ 역시 벨기에의 북부 플란더스를 배경으로 한다.

be3_eurokorlove

 

# 플란더스의 추억은 끝나고…

첫 배낭여행때 플란더스 지역에서 보냈던 한 달여의 시간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알스트(Aalst)의 소녀에게 매혹되어 사랑의 열병을 앓던 일, 만화 배경처럼 아름다운 플란더스의 전원을 일주일 동안 자전거로 여행하던 일, 베네치아보다 멋지던 브뤼헤의 운하와 고색 창연한 겐트, 그리고 앤트워프에서 처음 맛 본 붉은 맥주의 달콤한 맛 등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착하고 순수한 친구들은 세상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벨기에가 지금 아프다. 유럽이 아프다는 뜻이다. 기생충들처럼 온갖 사회보장 혜택을 다 빨아먹으며 왕성한 번식력으로 유럽을 장악해가는 배은망덕한 무슬림들에게 통제불능 상태로 내상과 외상을 깊이 입고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벨기에는 생존을 위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중앙집권적 사회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력한 공권력을 발휘해야한다. 불법체류자들을 포함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무슬림들을 추방시키고, 벨기에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벨기에 뿐만 아니라 유럽의 내일은 21세기 최악의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벨기에의 상징 오줌싸는 소년상(Manneken Pis). 이 동상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에 14세기에 브뤼셀의 성벽을 폭파시키려던 외적의 작전을 알게 된 한 소년이 폭약에 붙인 불을 오줌으로 끄고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믿고 싶다. 나도 한때 오줌싸개였는데 ㅋㅋ
벨기에의 상징 오줌싸는 소년상(Manneken Pis). 이 동상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에 14세기에 브뤼셀의 성벽을 폭파시키려던 외적의 작전을 알게된 한 소년이 폭약에 붙인 불을 오줌으로 끄고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믿고싶다. 나도 한때 오줌싸개였는데…. Ⓒ EuroKor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파란만장한 역사의 굴곡을 겪으면서도 유머감각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던 벨기에인들이 잠시 미소를 거두더라도 자유와 관용보다 질서와 정의를 굳건하게 세우며 강소국으로 내실을 다지는 전기를 만들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Your best connection between Europe & Korea!"

* ‘유럽스케치’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살고 있는 우리의 좌표와 방향성을 서쪽 끝에 살고 있는 유럽적 시각으로 재조명해보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비즈니스 커넥터로 일하며 얻은 영감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서태원/유로코 비즈니스 커넥터

441 Likes
52 Shares
0 Comments

서 태원

Taewon Seo / EuroKor Business Connector "Your best connection between Europe & Korea!"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Back to top button